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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뒤 7000억 시장…왜 '밀키트'인가

등록 2019-06-16 07:00:00   최종수정 2019-06-25 09: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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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올해 400억원 2024년 7000억원 예상

양념까지 요리 재료 모두 포함 간단 조리

스타트업 시작 이마트·CJ제일제당도 도전

1인가구·맞벌이부부 낭비 없이 안성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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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400억원에서 7000억원. 유통업계가 5년 뒤인 2024년에 현재보다 20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밀키트'(Meal Kit)다. 직역하면 '밥 조립 세트'. 인스턴트 음식에 가까운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과는 다소 다르다. 하나의 완전한 요리를 완성할 수 있게 각종 식재료 정량이 들어있고, 양념장도 함께 있다. 이것들을 넣고 끓이거나 삶거나 데우는 식으로 간단히 조리만 하면 된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을 끓이는 정도의 수고"라고 설명한다.
 
밀키트 시장은 2016년 닥터키친·프레시지 등 스타트업이 열었다. 그해부터 이듬해까지 동원홈푸드·한국야쿠르트·GS리테일 등이 차례로 뛰어들며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이 시장은 지난해 200억원대까지 성장했다. 올해는 여기서 두 배 가량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최근 이마트는 자체 식음료 브랜드 '피코크'로 밀키트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국내 1위 식품업체인 CJ제일제당은 앞서 지난 4월 밀키트 시장 진출을 선언, '쿡킷'을 내놓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뒀고 아내와 맞벌이 하는 이진식(44)씨는 밀키트 덕분에 아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조금은 덜었다고 했다. "평일에는 집에서 밥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 해서 죄책감 같은 게 있었죠. 그래도 밀키트는 인스턴트라기보다는 괜찮은 음식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그나마 나아요. 여전히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매번 밖에서 사먹게 하거나 라면 먹이는 것보다 낫더라고요."
 
밀키트 메뉴는 인스턴트 음식과는 확실히 구분될 정도로 화려하다. 이마트에는 레드와인소스 스테이크와 밀푀유 나베가 있고, CJ에는 새우쭈꾸미삼겹살과 맑은민대구탕이, 한국야쿠르트에는 서울식 소불고기 전골이 있다. 프레시지에는 최현석 스테이크 세트가 있고, 동원홈푸드에는 차돌누들떡볶이가 있다. 가격은 1만원 이하에서 2만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웬만한 전문 식당에 가야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비싸다고 할 수 없는 가격이라는 게 소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울에서 자취 중인 직장인 이유현(27)씨는 "밀키트와 똑같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장을 봐야 하고, 재료를 손질해야 하고, 요리도 해야 한다. 남은 식재료는 버리기 일쑤다. 시간과 비용을 따져보면 밀키트가 합리적"이라고 했다.
 
1인 가구와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족 증가는 밀키트 시장 확장의 가장 큰 동력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2인 가구를 겨냥해 소량의 손질된 식재료를 팔고 있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남아서 버린다는 얘기가 많다"며 "버릴 일이 없는 밀키트는 사회 구조 변화와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했다. 직장인 정인기(34)씨는 "밀키트가 정말 유용할 때는 캠핑 갈 때"라고 했다. "싱글인 친구들과 캠핑을 자주 가요. 캠핑 가서 해먹을 음식을 사서 갈 때는 좋아요. 돌아올 때가 문제죠. 남은 식재료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가지고 말이 많아요. 다들 혼자 사니까 집에 가져가자니 먹을 일이 없고, 버리자니 아까우니까요. 그래서 요샌 밀키트를 가져가는 경우가 더 많아요."
 
G마켓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4월까지 밀키트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6% 늘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와 40대 소비자가 특히 밀키트를 많이 샀다. 20대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4%, 40대에서는 108% 늘었다. 50대 이용자도 81% 늘었다.
 
유통업계는 날씨가 더워질수록 밀키트 판매량이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더운데 누가 불 앞에서 몇 시간 동안 음식을 하고 싶겠냐"며 "주부들이 밀키트를 찾는 빈도도 잦아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 4월에 결혼한 한현미(30)씨는 이달 예정돼 있는 집들이 때 밀키트를 활용해보기로 했다. 한씨는 "일부 간단한 음식은 직접 만들고, 다소 복잡한 요리는 밀키트로 대체하겠다고 친구들에게 이미 말해놨다"며 "친구들 또한 날씨도 더운데 괜한 고생해서 힘 빼는 것보다 그게 낫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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