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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협정 66년만의 판문점 회동…비핵화 협상 재개 물꼬 텄다

등록 2019-06-30 19:39:44   최종수정 2019-07-09 09: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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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 판문점서 53분 회담…"비핵화 실무협상 재개"

트럼프 "2~3주 내에 팀 구성해 협상 시도…비건이 대표"

트럼프 "언젠가 대북제재 해제하고 싶어…지금은 유지"

文, 조력자 역할 충실 북미 회동 응원…"역사적인 만남"

김정은 "트럼프와 평화의 악수…어제와 다른 오늘 표현"

트럼프, 군사분계선 넘어 북한 땅 밟아…美대통령 최초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앞 사상 첫 남북미 회동도 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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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끝내고 북으로 돌아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포옹을 하고 있다. 2019.06.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이 30일 성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에서 시작된 만남 제안은 사실상의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고,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 재개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 발 물러서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응원하는 조력자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2층 회의실에서 4시부터 약 53분 동안 회담을 가졌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2~3분간 김 위원장을 만나 인사와 악수를 나눌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예상을 깨고 정상간의 회담이 극적으로 성사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지난 2월 27~28일 하노이 회담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마친 뒤 자유의집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래 5분 예정이었는데 거의 1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북미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그동안 교착 상태에 빠졌던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각각 대표를 지정해 협의를 하게될 것"이라며 " 앞으로 2~3주 내에 팀을 구성해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몇 주 동안 양측 실무팀이 같이 만나서 조율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포괄적인 좋은 합의에 이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은 이미 (협상) 대표를 갖고 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대표가 될 것이다. 비건 대표는 (북미) 양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주도하에 비건 대표가 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큰 문제고 복잡한 문제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복잡하지는 않다. (김 위원장과의) 이 관계를 토대로 많은 것을 달성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실무팀이 이미 있고, 김 위원장도 담당자를 지정하게 될 것"이라며 "사실 북한 대표단을 이끌 분을 나는 알고 있다. 나머지도 좋은 분들이라 믿는다"고 기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 해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언젠가는 제재를 해제하고 싶다"며 "그부분을 저도 고대하고 있지만 지금은 계속해서 유지가 될 것이다. 추후에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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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뉴시스】박진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9.06.30. [email protected]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판문점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회담 결과를 호평했다.

문 대통령은 "양측이 실무협상 대표를 선정해 빠른 시일 내에 협상에 돌입하는 것 만으로도 앞으로 좋은 결과가 성큼 눈 앞에 다가왔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제안에 따라 역사적인 만남이 이뤄졌다"며 "오늘의 만남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평화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향후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분단의 상징이고 나쁜 과거를 연상하게 하는 이 곳에서 오랜 적대적 관계에 있던 우리 두 나라가 평화의 악수를 한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은) 앞으로 우리가 더 좋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만남"이라며 " 앞으로 우리가 하는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 제안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께서 보내준 친서를 내가 보면서 미리 사전에 합의된 만남이 아닌가 이런 말들도 하던데, 사실 나는 어제 아침에 대통령께서 그런 의향 표시를 한 데 대해서 깜짝 놀랐고, 정식으로 오늘 만날 걸 제안하신 말씀을 오후 늦은 시간에야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각하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그런 훌륭한 관계가 아니라면 아마 하루 만에 이런 상봉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난 앞으로 각하와 이런 훌륭한 관계가 남들이 예상 못하는 그런 계속 좋은 일들을 만들면서 난관과 장애를 극복하는 그런 신비로운 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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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06.30. [email protected]
이날 회담에 앞서 판문점 자유의집 앞에서는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 회동도 성사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45분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T2)과 군정위 소회의실(T3) 건물 사이 군사분계선 앞에서 4개월 만에 조우했다. 이 곳은 지난해 4월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처음으로 만난 곳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눈 뒤 군사분계선을 넘어 사상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 됐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1차 남북정상회담 때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는 모습을 연출한 뒤 1년 2개월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재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의 만남을 배려하기 위해 우리측 자유의집에서 대기했다.

잠시 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군사분계선을 다시 넘어 남측으로 내려왔다. 문 대통령은 오후 3시51분 자유의집 밖으로 나와 북미 정상을 맞았고 자유의집과 군사정전위 건물 사이에서 남북미 정상회동이 이뤄졌다. 정전협정 이후 66년 만에 남북미 지도자가 판문점에서 만난 것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사이에 두고 약 3분간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북미 회담이 진행될 때 별도의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워싱턴으로 초대하겠다는 생각도 밝혔다. 미국 정상의 북한 방문에 이어 사상 첫 북한 정상의 미국 방문이 성사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시작 전 '김 위원장을 미국으로 초대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그를 지금 당장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옆에 있던 김 위원장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회담이 끝난 뒤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내가 밖에서 김 위원장에게 백악관으로 와달라고 초청했다"며 "아직 조율할 부분이 많지만 원하면 언제라도 할 수 있다. 어떻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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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 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06.30.
불과 하루 전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 중이던 일본에서 날린 트윗이 이같은 파격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전 "일본을 떠나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다. 김 위원장이 이(트윗)를 본다면 DMZ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5시간 만에 최선희 외무성 1부상 명의의 담화를 발표해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는 긍정 평가를 내놨다. 이후 북미 양측은 29일 늦은 오후 극비리에 실무 협상을 진행해 이번 '깜짝 만남'을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중재자' 역할에 주력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구축, 북미관계 정상화를 공략한 싱가포르 합의를 동시·병행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일괄타결식 빅딜' 해법을 고수하던 미국을 설득해 비핵화 협상에서 다소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

윤도한 청와대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오늘 남북미 세 정상의 만남은 또 하나의 역사가 됐다. 잠시 주춤거리고 있는 북미 협상 등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진지한 노력 높이 평가한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대담한 여정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문 대통령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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