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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에서 화학으로⑥]'따로 또 같이' 정유-화학 '동맹' 잇따라…공급과잉은 우려

등록 2019-07-21 09:12:00   최종수정 2019-07-29 09: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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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GS·현대 등 국내외 석유화학업체와 합작사 설립

정유사 가세에 에틸렌 생산 2023년 50% 가까이 증가

화학제품 330여종…"차별화 전략으로 대응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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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정유사의 화학 사업 진출과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석유화학업체와의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원료 다변화를 통해 원가 절감을 꾀하는 석유화학업체와 화학부문 진출과 제품을 판매하려는 정유업체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정유와 석유화학 간 시너지를 통해 원가 경쟁력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케미칼은 2014년 현대오일뱅크가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설립됐다. 국내 정유사와 석유화학사 간 최초의 합작이었다. 혼합자일렌(MX) 제조 공장과 콘덴세이트 원유 정제공장 건설을 위한 동맹으로 1조2000억원이 투자됐다. 지분율은 현대오일뱅크 60%, 롯데케미칼 40%다.

현대케미칼은 현재 연간 140만t의 혼합자일렌을 생산해 롯데케미칼과 현대오일뱅크의 자회사인 현대코스모에 공급 중이다.

또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하루 6만배럴의 경·등유 제품은 현대오일뱅크가 전량 수출하며, 경질납사 100만t 등은 전량 롯데케미칼에 공급된다.

양 사는 혼합자일렌과 경질납사를 이처럼 자체 조달하게 됨에 따른 수입대체 효과와 경·등유 판매를 통한 수출증대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SK이노베이션은 해외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2013년 중국 최대 석유화학기업인 시노펙과 합작해 중국 우한에 아시아 기업 최초로 중국 NCC(나프타크래커) 사업에 진출했다. 3조3000억원(SK이노베이션 투자액은 1조1550억원)을 투자해 연간 80만t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했다. 합작 회사인 중한석화는 가동 첫해부터 흑자를 냈고 5년간 2조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화학업체 사빅과 합작사를 설립 고부가가치 제품인 폴리에틸렌 시장공략에 나섰다. 독자 개발한 폴리에틸렌 제품 '넥슬렌'의 생산과 판매를 위한 합작법인이다. 넥슬렌은 고부가 필름과 자동차, 신발 내장재, 케이블 피복 등에 쓰이며 내구성 투명성 가공성 등이 우수하다.

GS도 이러한 움직임에 가세했다. 이달 초 GS칼텍스 모기업인 GS에너지는 롯데케미칼과  국내 합작사 설립 계약을 했다. 두 회사는 올해 하반기 합작사 설립을 마무리하고 여수산단에 8000억원을 투자해 화학 소재(비스페놀A·C4유분) 공장을 건설한다. 롯데케미칼이 51%, GS에너지가 49%의 지분을 소유하게 된다.

에쓰오일의 경우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업체 아람코가 전면적 확장에 나선 상태다. 아람코는 기업 비젼부터 글로벌 선도 에너지-화학 기업으로 설정하고, 세계 곳곳에서 단독 및 조인트벤처(JV) 투자, 인수합병(M&A) 등 모든 영역에서 공격적인 육성과 확장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가 생산하는 화학제품이 방향족과 기초원료인 올레핀에 치우쳐 있어 화학기업과 협업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화학업체도 원료 조달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유사와의 밀월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유사의 원료, 화학업체의 기술과 영업력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며 "과거에는 버리던 잔사유 등을 기술 공정을 통해 화학제품으로 생산하고 있어 정유와 화학의 동맹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공급 과잉 추세가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LG화학(245만톤)을 비롯해 롯데케미칼(011170)(233만톤), 여천NCC(195만톤), 한화토탈(140만톤) 등 기존 화학사들이 1000만t가량의 에틸렌을 매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879만t인 국내 에틸렌 생산량은 2023년 1288만t으로 47%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시장에서도 에틸렌 가격은 최근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한 공급량 증가와 글로벌 수요 침체 흐름 속에서 둔화하고 있다. 지난달 에틸렌 1t당 가격은 761달러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재료인 나프타와 에틸렌의 가격차이인 스프레드 또한 지난달 말 246달러에 그쳤다.

임지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석유기업들의 석유화학 투자 확대는 기존 석유화학 기업들에게 경기싸이클 및 시장 지위, 안정적 원료 소싱 측면에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양호한 경기 흐름을 나타냈던 범용 석유화학 제품, 기초원료(올레핀, PX) 및 관련 플라스틱(PE, PP) 시장의 경쟁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석유기업의 석유화학사업은 일차적으로 범용제품 중심이다. 기능성제품으로 대형 단지 투자에 참여하거나, 정밀화학 및 고기능성 소재등 고부가가치 사업에서 시장지위를 더욱 강화하는 차별화 전략 등으로 대응이 가능하다"며 "석유화학 기업들은 경쟁환경 변화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적합한 대응전략 실행을 통해, 현 경쟁구도 변화를 위기가 아닌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화업체 관계자는 "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HS코드)상 석유화학제품만 330여종에 이른다"며 "정유와 화학사간 최대한 겹치지 않는 선에서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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