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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칼 빼든 정용진…이마트 초저가 전략 통할까

등록 2019-07-31 10:46:21   최종수정 2019-08-05 09: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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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초저가 돌입 상식 이하 가격 목표

"유통 혁신 통해 안정적인 초저가 완성"

업계 "지속 가능성 있다면 경쟁력 있다"

"온라인 쇼핑 젊은 세대 통할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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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이마트가 8월1일부터 '초저가 드라이브'를 건다. 이마트는 구매 빈도가 높은 상품부터 최대 60% 가격을 낮춰 판매하고 한 번 정해진 가격은 바꾸지 않겠다고 31일 밝혔다. '상식 이하 가격'의 제품을 선보여 e커머스로 떠난 소비자를 다시 마트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온라인 쇼핑 쏠림'으로 인해 1993년 1호점 개점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은 이마트가 위기 탈출을 위해 작심하고 칼을 빼드는 모양새다.

이마트의 이 같은 기조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중간은 없다. 최고급이나 초저가로 승부를 건다"고 했을 때 이미 예견됐다. 백화점·면세점 등에는 최고급을, 이마트·SSG닷컴 등에는 초저가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이후 이마트는 '국민가격 프로젝트' 등을 실험하며 유통 구조를 대대적으로 손보는 작업을 거쳤고, 그 결과 지속적이고 상시적으로 운영 가능한 초저가 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업계는 이마트의 '에브리데이 초저가 전략'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최대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올해 2분기(4~6월) 적자 전환 할 거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 상황에서 이번 전략이 앞으로 반전을 만들어 낸다면 온라인 위주로 재편되던 유통업계가 또 한 번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e커머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도 이마트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업계는 이마트가 그간 축적해온 탄탄한 유통망과 매입 노하우가 초저가 전략과 화학작용을 일으키면 e커머스 업체와 경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마트의 초저가 전략이 단순히 제살 깎아먹기 식 가격 낮추기가 아니라는 게 근거다. 이마트는 초저가가 가능한 이유로 ▲압도적인 대량매입 ▲원가 구조 혁신 ▲신규 해외소싱 업체 발굴 등을 꼽는다. 다시 말해, 이마트가 언급하는 것처럼 유통 구조 혁신을 통한 안정적인 초저가를 형성했다는 의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의 핵심은 지속가능성"이라며 "만약 이마트가 공언한 것처럼 초저가를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면 그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적자 전환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가격만 낮추는 식의 초저가 전략은 경영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이마트가 철저한 준비를 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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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쳐 화면.

반면 이미 쇼핑 행태가 온라인 장보기와 배송 서비스로 넘어간 상황에서 소비자를 마트로 끌어내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주요 소비층이 될 20~30대를 마트로 끌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 자체가 오프라인 매장에 가지 않는 식으로 길들여져서 해당 세대를 마트로 불러모으는 게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다. 일시적으로 마트에 올 수는 있어도 정기적인 방문 가능성은 낮게 보는 것이다.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마트는 최소한 두 시간 정도는 투자할 생각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젊은 세대는 그 시간을 매우 아까워 한다. 조금 가격이 더 나가더라도 효율적인 걸 찾는다는 의미다. 아무리 이마트라고 해도 큰 변화를 예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젊은 세대가 움직일 만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본다"고 했다.

이마트는 당장에 급할 건 없다는 입장이다. 이제 막 새로운 전략을 실행한 상황이기 때문에 속단할 것 없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 또한 지난달 28일 열린 이마트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오고 기회는 생각보다 늦게 온다"며 우선은 역량을 축적해 위기를 극복해나가자는 식의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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