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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옮겨진 김구의 삶···김별아 '백범, 거대한 슬픔'

등록 2019-08-11 14:50:40   최종수정 2019-08-19 09: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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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분야를 막론하고 일정수준에 다다르면 실력 차이는 거의 없다. 결국 한끗 차이가 성패를 가른다. 소설가의 진면목은 상상력에 있다. 얼마나 풍부한 상상력을 지니고 있는지에 따라 작품 수준이 달라진다.

'백범, 거대한 슬픔'은 기발한 상상력, 인물의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미실'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김별아(50)는 이번에도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구(1876~1949)의 생애를 재구성하고 삶의 다양한 편린을 펼쳐보인다. 탁월한 필력으로 인간적 면모를 촘촘하게 그려냈다.

백범은 한국 독립 투쟁사에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겼다. 1893년 동학에 들어가 동학농민전쟁에서 황해도지역 동학군 선봉장으로 활약했다. 1896년 치하포에서 국모 명성황후의 원수를 갚는다는 신념으로 일본인 쓰치다를 처단했다. 나라가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자 고향에서 교육사업에 힘을 쏟았다.

이후 중국으로 망명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합류했다. 임시정부 경무국장, 내무총장, 주석 등을 지내며 임시정부를 이끌었다. 생활인으로서 매우 불행한 삶이 아닐 수 없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는 아픔, 모진 고문과 박해, 나라를 잃는 슬픔 등을 겪으며 눈물겨운 사투를 벌인다. 작가는 백범의 위인성을 재확인하는 것을 넘어 그가 왜 그렇게 살고 죽어야 했는가를 묻는다.

해방을 맞아 조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백범이 지나온 시간을 회상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본 육군 중위 쓰치다를 처단하며 시작된 냉혹한 슬픔은 아버지에 대한 쓰라린 슬픔과 약혼녀 여옥을 떠나보낸 아련한 슬픔으로 이어진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슬픈 밥으로 수감 생활을 버텼으나 또다시 아내를 잃는 자욱한 슬픔이 찾아온다. 결국 가슴에 남은 것은 거대한 슬픔 뿐이라는 백범의 마지막 독백은 그 시절 독립투사들의 처절한 아픔을 대변한다.

"못났기에 더욱 나를 알아봐줄 눈 밝은 이가 필요했다. 부족하기에 그 부족함을 함께 채울 지혜로운 벗을 원했다. 나는 이미 일신의 안녕을 포기했다. 마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몸의 편안함은 뒷전으로 밀쳤다. 부귀와 안락에 대한 기대는 애당초 집어치울 일이다. 나와 함께한다면 그의 일생 또한 고단하리라. 어찌 돈으로 사온 신부에게 이런 고난을 함께 나누자고 하겠는가. 그건 아무리 준영 삼촌이 낫을 들고 달려들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배는 평정을 잃지 않고 순행하는데 흔들리며 어지러운 건 나뿐이었다. 초승달과 잔별이 물낯에 내려 부서졌다. 잔물결이 일렁이며 반짝거렸다. 뱃머리를 등진 채 선실에 앉아서 어둠에 잠긴 강기슭을 바라보았다. 배가 지날 때마다 갈대숲에서 들오리들이 분분히 날아올랐다."

김 작가는 "슬픔은 분노만큼 뜨겁지는 않지만 낮고 질기고 도도하다. 그것은 물처럼 유유히 흐르며 역사의 파랑에 휩쓸린 나약한 인간들을 적신다. 그리하여 슬픔도 마침내 힘이 된다. 나는 그 자잘한 상처 같은 시간 속에서 변한 것들과 변하지 않은 것들을 동시에 기꺼워한다. 기어이 슬퍼하고 기꺼이 슬퍼하기 위해, 나는 좀 더 배우고 쓰고 살아내야 한다"고 했다. 304쪽, 1만5000원,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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