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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가 온다]주한스웨덴대사 "우리도 두려움 있었지만 인내로 문제 해결"

등록 2019-09-05 08:08:15   최종수정 2019-09-16 10: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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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콥 할그렌 주한스웨덴대사 뉴시스와 인터뷰

"韓, 복지분야 강화하면 스웨덴처럼 될 수 있어"

"스웨덴 노인, 원하는만큼 자택에 머물 수 있어"

"스웨덴도 노인들 잊혀지고 학대받은 적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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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지난 달 14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스웨덴 대사관에서 야콥 할그렌 대사가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9.09.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초고령사회는 임박했지만 우리가 현재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전무하다. 대책을 내놓을 만큼 제대로 논의를 하지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초고령사회에 대한 우리의 무지와 무관심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무지나 무관심이 아니라, 오히려 두려움과 불안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상황으로 몰아간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스웨덴도 과거에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스웨덴은 두려움에 떠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리고선 고령자를 포함해 모든 세대가 고르게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제도를 정착시켰다. 물론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그 시행착오들이 현 시점에선 반드시 필요했던 기회비용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되고 있다.

지난달 14일 뉴시스 창사 18주년 특집 인터뷰를 위해 서울 중국 주한 스웨덴대사관에서 만난 야콥 할그렌(Jakob Hallgren) 주한 스웨덴대사는 많은 논란과 두려움이 있겠지만, 한국도 스웨덴처럼 인내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초고령사회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할그렌 대사는 조부모와 부모 세대를 통해 조국 스웨덴의 노인복지 분야 발전상을 직접 목격한 인물이다.

그의 할머니는 상대적으로 비(非) 인간적인 노인시설에서 지낸 반면 어머니는 복지제도 발전에 힘입어 보다 나은 환경에서 현재 살고 있다. 

할그렌 대사는 "지금으로부터 30년쯤 전에는 스웨덴의 노인돌봄시설은 너무 시설 위주로 운영됐다. 시설 규모가 너무 크고 분위기는 우울했다"며 "할머니가 파킨슨병을 앓았는데 할머니는 이 시설에서 우울하게 지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할그렌 대사의 어머니는 달랐다. 그는 "우리 어머니는 올해 91세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집에서 올해 초까지 머물다가 이번에 노인보호주택으로 거처를 옮겼다"며 "이 노인보호주택에는 노인이 60명 있지만 어머니가 속한 단위에는 8명만 함께 산다. 공동주방과 공동거실이 있고 작은 모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세대에 걸친 이 같은 변화는 1992년 에델개혁(스웨덴 고령자돌봄제도 개혁) 때문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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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지난 달 14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스웨덴 대사관에서 야콥 할그렌 대사가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9.09.05. [email protected]
할그렌 대사는 "에델개혁은 노인돌봄서비스를 보건서비스로부터 분리하는 조치였다. 광역자치단체(란드스팅)는 병원이나 보건소 등을 담당하고 기초지자체(코뮌)는 노인돌봄을 맡는다"며 "노인돌봄의 대상이 되는 개인과 훨씬 가깝게 접촉할 수 있는 기초지자체로 권한을 준 것이다. 노인돌봄 정책 결정은 최대한 가까운 기초지자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개혁"이라고 설명했다.

에델개혁을 전후해 스웨덴에서는 고령자 인구 증가를 둘러싼 많은 논란과 토론이 있었다고 할그렌 대사는 전했다. 다만 스웨덴은 인내심을 갖고 접근한 끝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할그렌 대사는 "스웨덴에서도 초고령사회(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와 관련해 많은 논란과 두려움이 있었다"며 "어떻게 노인돌봄을 위한 비용을 대고, 인간 존엄성을 어떻게 지키고, 수명 연장에 어떻게 대처할지, 어떻게 노인 건강을 향상시키고 의약품을 개발할지, 노인을 돌볼 사람들을 어떻게 확보할지 등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웨덴에는 항상 해결책을 찾으려는 의지가 있다"며 "연금제도를 어떻게 유지할지, 어떻게 연금 재정을 유지해서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빠지지 않게 할지, 노인돌봄서비스를 인권을 보호하면서 재정적으로 안정적으로 제공할지 해결책을 찾아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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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지난 달 14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스웨덴 대사관에서 야콥 할그렌 대사가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9.09.05. [email protected]
스웨덴은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노인재가돌봄 강화와 고령자 친화적 요양원 조성을 추진했다.

할그렌 대사는 "스웨덴 노인돌봄서비스의 강점은 머물고 싶은 만큼 집에 머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건강이 더 악화되고 난 후 입주하는) 요양원 역시 가능한 한 자기 집과 비슷해야 한다"며 "만약 배우자가 있다면 배우자도 요양원에 함께 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아울러 집에 살든 요양원에 살든 무료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90세에 휠체어를 타고 다니더라도 사회활동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웨덴이 노인복지 분야에서 모범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할그렌 대사는 스웨덴을 이상향으로 봐선 안 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 역시 스웨덴과 비슷한 수준의 노인복지를 구현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할그렌 대사는 "스웨덴도 항상 배우고 있다. 스웨덴도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노인들이 잊혀지고 학대받은 적이 있었다. 스웨덴 시스템을 천국이나 이상향으로 보면 안 된다"면서도 "하지만 스웨덴에 (노인복지와 관련해) 더 오랜 역사가 있고 적극적으로 이 사안을 다뤄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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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지난 달 14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스웨덴 대사관에서 야콥 할그렌 대사가 뉴시스와 인터뷰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2019.09.05. [email protected]
그는 "스웨덴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지향한다. 하지만 스웨덴에는 고소득층과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많이 걷어서 그 세금을 책임있게 사회서비스를 통해 취약계층에게 제공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며 "부유한 사람은 세금을 더 내는 것을 받아들인다. 내가 더 많이 세금을 내면 궁극적으로 나와 내 아이들이 더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내 아이들이 전쟁터나 감옥에서 살기를 원치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는 가장 가난한 사람도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며 "한국도 그런 사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매우 풍족하고 사회적 화합도 잘 된다. 하지만 복지부문을 더 강화해야 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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