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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가 온다]저부담·중복지 vs 저부담·저복지…갈림길에 선 日

등록 2019-09-05 08:06:00   최종수정 2019-09-16 10: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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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보호수급자 올해 5월 212만명 넘어

오는 10월부터 소비세인상 현실화 예정

아베 정부 생활보호예산은 감축·조절 中

빈곤 사각지대 多·연금 미납 등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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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일본의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2012~2014년엔 116만~116만7000명씩 줄어들기까지 했다. 1965년엔 20~64세 인구 9.1명이 65세 이상 노인 1명을 부양했지만 2012년엔 2.4명이 1명, 2050년엔 1.2명이 1명을 책임져야 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도쿄=뉴시스】임재희 기자 = 7만8470엔, 약 89만2000원. 일본에서 혼자 사는 65세 노인이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생활부조 액수다. 일본 법률사무소 누리집 등에선 얼마나 지원받을 수 있는지 검색해볼 수 있다. 사는 지역에 따라 수령 가능한 주택부조 액수 등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이 금액이 더해지면 공공부조 혜택은 더 늘어난다.

20세 때부터 매월 1만6900엔(약 19만2000원)씩 40년을 냈을 때 65세 이후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액 6만5000엔(약 73만9000원)보다 1만3470엔, 한국 돈으로 15만원 이상 많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한국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소비세를 8%에서 오는 10월부터 10%로 인상한다. 당초 예정됐던 2015년 10월 이후 두차례나 연기했다가 4년 만에 이뤄진 조치다.

◇'저부담-중복지' 일본, 고령화에 '소비세 인상'

일본 사회는 현재 '저부담-중복지'에서 '중부담-중복지'를 향하고 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중은 20.1%다. 가장 최근 일본의 비중은 21.9%로 불과 1.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GDP 대비 조세수입을 가리키는 국민부담률을 보면 2016년 일본은 30.6%로 같은 해 OECD 평균(34.0%)을 밑돌았다. 2007년에 비해 3%포인트 이상 오른 수치이지만 OECD 평균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버블경제 붕괴 이후 일본 정부는 법인세와 개인 소득세 등을 꾸준히 인하해왔다.

한때 민주당이 2009년 자녀수당 지급, 고속도로 무료화, 고등학교 무상교육 등 3대 복지 공약을 내걸면서도 '증세 없는 보편복지'를 내걸고 집권했지만 금세 '증세를 통한 복지'로 돌아섰다.

그런데도 사회보장비용 증가는 막을 수 없었다. 고령화 때문이다. 사회복지지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금, 의료, 복지 등의 증가가 불가피했다.

일본 국립 사회 보장·인구 문제 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연금과 의료, 복지 및 기타 등 사회보장 급여비는 2016년 116조9027억엔(약 1328조575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기 전이었던 1990년(47조2000억엔)보다 2.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고령자 관련 급여비가 78조5859억엔(약 893조1130억원)으로 전체 사회보장 급여비에서 67.2%를 차지했다. 전년(77조 6386억엔)보다 9473억엔 늘어난 액수다.

올해 예산에서도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관련 예산은 34조593억엔이다. 전체 예산의 34.2%를 차지하는 규모로 지난해보다 1조710억엔(3.2%)나 증가했다.

결국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올해 선거 공약에 소비세율 인상을 포함했고 10월부터 적용키로 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재원 마련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정부는 이번 증세로 확보가 예상되는 5조6000억엔 가운데 1조엔을 사회보장비로 활용할 계획이다.

'저부담' 국가에서 '중부담' 국가쪽으로 한걸음 옮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사회보장예산↑…복지수준은 '그대로'

이렇게 부담이 늘어난다고 복지가 함께 증가하는 건 아니다.

1970년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7%를 넘어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24년 뒤인 1994년 고령사회(14% 이상), 그로부터 13년 뒤인 2007년 초고령사회(21%)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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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뉴시스】임재희 기자 = 지난달 26일 일본의 한 일간지 신문에 실린 보험회사 광고. 일본 미디어에선 이처럼 노인 관련 광고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2019.09.05.  [email protected]
1960년대부터 천천히 경험해 온 저출산에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1996년 처음 전년보다 줄어든 생산가능인구는 제1차 베이비붐세대(단카이세대, 1947~1949년생)가 65세를 맞은 2012~2014년 매년 116만명 이상 급감했다.

증세 등으로 부담을 늘려도 낼 사람 자체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일본 사회가 법적 정년인 60세 이후 65세에도 원한다면 회사에 남을 수 있도록 하고 전업주부, 외국인 등을 노동시장으로 불러내는 이유다.

아베 정부는 사회보장제도에서 관리를 우선해 왔다.

2012년 26조3901억엔이었던 사회보장 관계 예산은 그해 12월 정권교체 이후 2013년 29조1224억엔으로 10.3%(2조7323억엔) 증액됐다. 그러나 이후 2016년까지 30조5175억엔, 31조5297억엔, 31조9738억엔 등 전년 대비 4.8%(1조3951억엔), 3.3%(1조122억엔), 1.4%(4441억엔) 등으로 증가폭이 급감했다.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제도에 해당하는 생활보호급여비를 보면 2013년 2조8614억엔에서 2016년 2조9117억엔으로 4년간 1.7%(503억엔) 늘어나는 데 그쳤다. 거의 제자리 걸음 수준인데 2015년엔 전년(2조9222억엔)보다 180억엔 감액하기도 했다.

현재 65세 1인가구 기준 7만8470엔인 생활부조 급여도 올해 10월부터 3년에 걸쳐 5%씩 하향 조정될 예정이다. 소비세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그만큼 생활부조 급여액을 보상해 주기로 했는데 대신 급여액 자체를 깎아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빈곤층 2000만명이라는데…'저부담'과 '중부담' 갈림길

'저부담'이든 '중부담'이든 국제 기준상 '중복지' 국가 일본. 복지 사각지대 문제는 숙제로 남았다.

일본은 생활보호제도가 빈곤층을 찾아내는 비율(포착률)이 낮은 나라다. 소득 기준 빈곤층은 2000만명에 달할 거란 게 일본 사회복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계산이다. 올해 5월 생활보호 대상자가 207만8707명(약 10.4%)이므로 빈곤층 10명 중 9명은 사회보장 울타리 밖에 놓여 있는 셈이다.

요코하마 시청 건강복지국 소속 마키구치 토오루(巻口徹) 생활복지부장은 "빈곤층 2000만명이란 수치는 수입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라며 "아파트 등 자산, 그중에서도 특히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가구가 생활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수치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늘어나는 고령자 수입의 상당액은 공적연금인데 일본의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율은 2015년 기준 63.4%에 그쳤다. 젊은층일수록 납부율이 낮은데(20~24세 58.9%, 25~29세 53.5%, 50~54세 67.3%, 55~59세 74.9%) 이는 이들 세대가 고령자가 됐을 때 소득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김명중 일본 닛세이기초연구소 준주임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일본의 현 상황은 '저부담 중복지'로 본다"며 "이런 상태에서 소비세율 인상이나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을 통해 '중부담 중복지' 또는 '저부담 저복지' 국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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