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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시위' 직격탄 맞은 美 NBA…中 자본 앞에 무릎 꿇나

등록 2019-10-27 05:00:00   최종수정 2019-10-28 08: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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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에서 "홍콩과 함께한다" 티셔츠 등장

제임스 르브론 등 간판스타, 中 달래기 발언

"리그가 차이나머니서 벗어나야"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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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AP/뉴시스】15일 홍콩 완차이 지역의 서던 플레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가 위안화를 안고 있는 합성 사진을 들고 있다. 제임스는  홍콩 시위대를 옹호한 대릴 모레이 휴스턴 로키츠 단장을 지적하는 발언을 해 홍콩 시위대의 비난을 샀다. 2019.10.23.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하나의 중국(One China)" 구호에 미국 프로농구(NBA)도 고개를 숙인 것일까.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인 NBA가 돌연 홍콩 사태라는 난관에 부딪혔다. 중국의 막대한 자본과 민주주의를 촉구하는 홍콩 시위대 사이에서 하나를 택해야 하는 처지가 된 NBA는 어느 한쪽의 손을 들지 못한 채 애매한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NBA가 자랑스러워하는 표현의 자유도 중국 자본만은 비껴간다는 선례가 남게 될까. 이번 시즌 NBA는 이제 막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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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AP/뉴시스】22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미 프로농구(NBA) 토론토 랩터스와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의 개막전에서 한 팬이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나눠준 티셔츠를 입고 있다. 티셔츠에는 '홍콩과 함께 서라'고 쓰여 있다. 2019.10.23.
◇"홍콩과 함께" 단장 트윗에 관중 환호…선수, 구단은?

22일(현지시간) 토론토 랩터스와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의 개막전에서 "홍콩과 함께한다"고 적힌 검정 티셔츠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홍콩의 반중 시위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관중에게 나눠준 티셔츠였다.

앞서 토론토 랩터스와 브루클린 네츠의 시범경기에서도 홍콩 지지 시위가 벌어졌다. 관중들은 "인권이 중요하다! 여기에서나 거기에서나!", "중국이 우리의 침묵을 사도록 하지 말라. 사람들이 자유를 위해 죽어가고 있다"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고 일부는 구호를 외치다가 퇴장당했다.

홍콩 사태가 NBA로 옮겨붙은 건 한 트윗 때문이다.

대릴 모레이 휴스턴 로키츠 단장은 4일 트위터에 홍콩 시위 사진과 함께 "자유를 위해 싸워라. 홍콩과 함께 하라(Fight for freedon, Stand with Hongkong)"고 올렸다. 휴스턴 로키츠는 중국 야오밍이 선수로 활약했던 팀이다. 비난 댓글이 빗발치자 해당 트윗은 삭제됐지만 파문의 시작에 불과했다. NBA를 소비하는 해외 시장에서 단연 가장 큰손인 중국은 모레이 단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를 주고 NBA 경기 중계 5년 독점권을 산 텐센트는 휴스턴 로키츠의 경기 중계를 거부했다. 중국 스포츠 브랜드 리닝, 휴스턴 로키츠의 중국 후원사인 상하이푸동개발은행도 협력 중단을 발표했다.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LA레이커스와 브루클린 네츠의 시범경기가 열렸지만 기자회견은 열리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취소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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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AP/뉴시스】1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미 프로농구(NBA) LA레이커스와 브루클린 네츠의 시범경에서 NBA 간판 스타 르브론 제임스(왼쪽·LA레이커스)가 공을 들고 있다. 2019.10.23.
NBA 간판스타 르브론 제임스(LA레이커스)가 미국으로 돌아와 입을 열자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제임스는 모리 단장과 관련한 질문에 "우리는 발언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가끔씩, 당신이 오직 자기 자신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면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한다"고 답했다.

그는 "너무 많은 사람이 재정뿐 아니라 육체적으로, 감정적으로 피해를 받았다. 그러니 우리가 트윗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말하고 행동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며 "물론 우리가 발언의 자유를 갖고 있지만, 그로 인해 많은 부정적인 영향이 촉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둘러싸고 사회 문제에 소신 발언을 해온 제임스가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흑인 선수가 주축인 NBA에서는 여전히 빈민가 흑인 소년의 자수성가 서사가 팬들을 열광케 한다. 자연히 인종차별 문제로 구설에 오른 적이 많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NBA는 마찰이 잦았다. 제임스는 그 가운데서도 선봉에서 총기규제를 촉구하고 인종차별에 항의해온 인사다.

제임스는 2017년 '평등(EQUALITY)'이라고 적힌 운동화를 신고 코트에 등장해 메시지를 던졌다. 고향인 오하이오주 애크런에서는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세웠다.

보수언론 폭스뉴스 간판 앵커가 제임스를 향해 "입 닥치고 드리블이나 하라"고 비꼬자 제임스는 "입 닥치고 드리블만 하진 않겠다"고 선언했다. 소셜미디어(SNS)에 "나는 운동선수 그 이상"이라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홍콩 사태에서는 그저 운동선수에 불과하다고 선언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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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2017년 12월1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 프로농구(NBA)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워싱턴 위저즈 경기에서 르브론 제임스가 평등(EQUALITY)이라고 새긴 신발을 신은 모습. 2019.10.23.
◇인종차별 항의 무대 NBA, '中 돈 40억달러' 얽힌 홍콩 사태엔 침묵

정치 이슈라며 홍콩 사태에 입을 닫기에 NBA는 그간 너무 자주 미국의 사회 이슈를 이끌었다.

2017~2018년 NBA 우승팀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우승팀의 관례를 깨고 백악관을 방문하지 않았다. 대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만나며 이보다 더 분명할 수는 없는 정치적 메시지를 던졌다.

애덤 실버 NBA 총재는 2014년 취임 직후 여자친구에게 "경기장에 흑인과 함께 오지 마라"고 하는 등 인종 차별 논란을 일으킨 LA클리퍼스의 도널드 스털링 구단주를 영구 퇴출했다. 당시 LA클리퍼스 선수들은 인종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경기장에서 일제히 팀 연습 유니폼을 벗어 던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스포츠 칼럼니스트인 제이슨 게이는 "스털링을 제명하고 선수와 구단주 사이를 우아하게 돌아다니던 실버는 초자연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이제 실버는 사업이 위태로울 때 권위적인 압력에 굴해버린, 진보적인 리그의 위선자 리더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썼다.

사실 홍콩 시위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유보하고 대답을 피하는 건 제임스뿐만이 아니다.

스포츠 칼럼니스트 로버트 실버먼은 NBC 기고글에서 "제임스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감독 그레그 포포비치,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감독 스티브 커 및 워리어스의 스타 스테픈 커리와 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이들 모두 홍콩 사태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의견을 제시할 지식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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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AP/뉴시스】애덤 실버 미 프로농구(NBA) 총재가 7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환영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9.10.23.
문제는 결국 돈이다.

실버먼은 결국 한 명의 선수일 뿐인 제임스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건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임스에게 초점을 맞추는 건 NBA에 대한 봐주기다. 앞으로 이같은 자기검열과 권위주의 정부의 요구에 굴복하는 걸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리그가 중국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의 NBA 시장 가치는 40억달러(약 4조6000억원)로 추정되기 때문에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휴스턴 로키츠 소속이자 NBA 거물인 제임스 하든은 7일 중국 팬을 향해 "사과한다. 우리는 중국을 사랑하고, 중국에서 경기하는 걸 사랑한다"고 구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든의 이 발언을 전하면서 3년 전에 경찰 총격으로 흑인이 사망했을 때 하든이 남긴 트윗을 소개했다. 바로 "이런 일을 멈춰야 한다(This. Has. To. Sto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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