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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다발' 일본, 지금은 폭우 다발 시대?…기상이변 아닌 '기후변화'

등록 2019-11-03 05:00:00   최종수정 2019-11-04 10: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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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근해 해수온도 상승…태풍에 에너지 공급 끊이지 않아"

1시간 당 50mm 이상 폭우 발생건수, 30년 전 보다 1.4배 증가

국토교통성, 과거 강우량 기록 대신 미래 강우 예측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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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AP/뉴시스】제21호 태풍 '부알로이'가 일본 도쿄 남동쪽 해상에서 접근하는 가운데 25일 도쿄 동쪽 나리타에 호우가 내려 거리가 물에 잠겨 있다. 2019.10.25.
【서울=뉴시스】김예진 기자 = 최근 일본은 태풍 19호 하기비스,  20호 '너구리', 21호 '부알로이'가 강타해 기록적인 피해를 입었다. 태풍이 몰고 온 폭우가 일본 열도를 덮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일본이 ‘폭우 다발 시대’에 돌입했다고 입을 모았다.

지진으로 가뜩이나 자연 재해가 많은 일본에서 갑자기 태풍 피해가 확산한 배경은 무엇일까.

▲왜 일본의 태풍 피해는 갑자기 커졌나

최근 일본에서는 '기록적인 호우'. '최강 규모 태풍' 등의 표현을 듣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대규모 수해 피해가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마이니치 신문은 30일 전했다.

일본에서 갑자기 태풍 피해가 부각되는 데 대해 여러 이론이 있으나, 재해위기관리 전문가인 와다 다카마사(和田隆昌)는 일시적인 기상 이변이 아닌 기후 변화가 이유라고 분석했다.

와다 전문가는 "기상청의 데이터에 따르면, 이상기후가 아닌 기상 변화가 원인이다. 기후는 변동한다. 일본 주변(기후)도 최근 20년 간 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해수면의 온도가 올라가면 공기 중 수증기량이 늘게 돼 강우량이 증가한다. 일본 근해의 해수 온도가 높아져 태풍에 대한 에너지 공급이 끊이지 않고, '대형' 모습을 유지한 채 상륙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태풍)피해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일본 방재과학기술연구소 시미즈 신고(清水慎吾) 선임 연구원 역시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그는 "온난화의 영향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온난화의 영향 연구는 국제적인 틀에서 30년 정도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온난화가 진행되면 호우가 국지화 되기 쉽다던가 태풍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등 수치 계산이 (이미)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온난화로 재해 리스크가 올라간다는 연구에 가까운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최근 일본의 수해가) 정말 온난화의 영향이라는 것을 확실히 확인할 수는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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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AP/뉴시스】제21호 태풍 '부알로이'가 일본 도쿄 남동쪽 해상에서 접근하는 가운데 25일 도쿄 동쪽 나리타에 호우가 내려 거리가 물에 잠겨 있다. 2019.10.25.
▲수해 방지에 문제?

지난해 7월 서일본 지역에 내린 호우는 ‘헤이세이(일본의 연호·1989년1월~2019년4월) 최악의 수해’라는 오명을 남겼다. 237명이 사망하는 대참사를 낳았다. 올해 하기비스도 큰 비를 뿌리며 일본 전역에서 하천의 제방 붕괴, 침수, 산사태 등으로 심각한 피해를 안겼다. 나가노(長野)현 지구마(千曲)강에는 34시간 동안 12억t의 강수량이 쏟아졌다. 거대한 강수량을 이기지 못하고 제방이 붕괴되면서 주변이 큰 피해를 입었다.

와다 전문가는 "일본의 홍수 방어(치수·治水)는 100년 전부터 이어져온 것이다"며 "사실은 수해로 인한 사망자도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각 수 천 명의 희생자를 낳았던 1959년 15호 태풍 베라, 1934년 무로토(室戸)태풍에 비하면 현대에는 대규모 하천 홍수 방지 공사로 피해 발생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와다 전문가는 "태풍과 호우의 발생 빈도는 높아지고 있으나 피해 규모는 작아졌다. 다만, 이를 웃돌 정도의 속도로 기후변화와 호우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태풍·호우 발생 횟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온난화' 전제, 기후변화 고려해 범람하는 하천 다시 정비 나선 日정부

하기비스로 인해 일본 열도에서는 70개 이상의 하천 제방을 동시 다발적으로 붕괴됐다. 제방이 무너지자 하천이 범람하며 큰 피해가 확산했다. 때문에 일본 정부는 온난화 진행을 고려한 하천 정비 검토에 돌입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구 온난화 진행을 고려한 하천 정비 검토에 들어갔다고 지지통신은 지난 27일 전했다. 전세계적으로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 일본에서 2017년 규슈(九州) 북부 지역의 호우, 2018년 서일본 지역의 호우 등 재해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1시간 당 50mm 이상의 폭우가 발생한 건수가 30년 전에 비해 약 1.4배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태풍 15호 파사이와 하기비스의 피해도 발생해 기상청은 향후 일본에서 폭우의 발생 횟수와 강우량이 증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토교통성은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바탕으로 하천 정비의 새로운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에는 과거 강우량 기록을 바탕으로 계산을 했으나 앞으로는 기후변화로 예상되는 미래 강우 예측을 활용해 제방, 수분 개선 등에 반영할 방침이다. 미래에 강우량이 더욱 증가할 가능성을 고려한다.

아울러 기후변화로 인한 토사유출 등 형태와 홍수와 폭풍 해일이 함께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분석해 복합적인 재해에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한다. 또한 댐과 저수지 등이 감당할 수 없는 홍수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를 경감할 수 있는 시설구조도 연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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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노=AP/뉴시스】 일본 나가노의 치쿠마 강 제방이 지난 13일 제19호 태풍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무너져 인근 주거 지역이 침수돼 있다. 2019.10.13.
▲일본 정부 대응 '한계' 지적도

다만, 일본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다.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산케이 신문은 지난 27일 정부의 홍수 방어 정비가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의 홍수 방어를 위한 사업비는 가장 많을 때 2조엔(약 21조 3690억 원)을 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공공사업예산 감소에 따라 8000억엔으로 감소했다. 최근 서일본 지역의 폭우로 정부는 긴급 대책 차원에서 홍수 방어 예산을 1조엔 규모로 회복했으나, 전국적인 정비는 늦어지고 있다. 수해 대응으로 추진되어야 하는 국가 관리 하천 제방 구간은 약 1만3000km정도다. 그러나 현재 제방의 규격이 계획 수준에 미달되거나 제방 자체가 정비돼 있지 않은 구간이 전체의 약 30%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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