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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생산성혁명이 필수다③] 근무시간 직접 설계…일·공부 병행도

등록 2019-11-21 07:00:00   최종수정 2019-12-02 09: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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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자율출퇴근제에 따라 통상의 퇴근 시간 오후 6시보다 일찍 일터를 떠나는 밝은 표정의 통신사 직원들. 왼쪽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사진=각사 제공) 2019.11.20
[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 SK텔레콤 재무부서에서 일하는 A 매니저는 회계마감, 결산 등으로 업무가 월말에 몰려 월 셋째 주는 30시간(주 4일), 마지막 주는 50시간으로 근무시간을 분배해 일하고 있다. 회사에서 지난해 4월부터 직원이 근무시간을 직접 설계하는 '자율적 선택근로제'를 실시한 데 따른 것이다. B 매니저는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4시에 퇴근해 야간 대학원에 간다. B 매니저는 "그 전에는 저녁도 못 먹고 서둘러 가야 대학원 수업에 맞출 수 있었는데, 선택근무제로 일과 대학원 공부에 모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작년 7월부터 주(週) 52시간 근로시간제가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도입되면서 직장인들의 일하는 방식이 변하고 있다. 기업들은 PC 셧다운제, 정시퇴근 장려 제도, 불필요한 업무 줄이기 등을 전사적으로 도입해 근무시간을 조이고 있다. 동시에 로봇, 인공지능(AI) 등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일의 결과뿐 아니라 일의 효율성도 함께 고려하는 근무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주 52시간제가 작년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도입됐다. 내년이면 50인 이상, 후년에는 5인 이상~50인 미만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계획보다 도입 시기가 조금 늦춰질 수 있더라도 적용 범위를 지속 확대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이에 기업들은 주 52시간제 도입과 함께 각자 상황에 맞게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무근로 시간을 지정하고 개별적으로 출퇴근 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거나, 출근시간을 오전 7시부터 오전 10시까지 30분 단위로 정하도록 하는 등 다양하다.

SK텔레콤은 이중에서도 직원 개인의 근무시간 재량권을 파격적으로 인정해 눈길을 끈다. 지난해 4월부터 직원 개개인이 근무시간을 직접 설계하는 자율적 선택근무제 '디자인 유어 워크 앤 타임'(Design Your Work & Time)을 시행, 2주 단위로 총 80시간(1주 40시간~52시간) 범위만 충족한다면 스스로 근무시간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했다.

의무 근무시간을 강제하지 않아 평일에도 휴무를 신청할 수 있다. 하루에 꼭 연이어 일할 필요도 없다. 3시간 일하다가 2시간은 병원, 학원 등 다른 볼일을 보고 와서 나머지 근무시간을 채워도 된다.

이렇게 시간관리 자율성이 높아지고 휴식과 자기계발 등을 할 여유가 늘어나면서 기존보다 시간관리에 대한 고민을 하는 직원들이 늘어났다는 전언이다. 즉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계획하고 배분하는 시간관리 능력에 따라 향후 개인 역량이 크게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는 인생의 질과도 연결된다.

◇PC 셧다운제·수요일 오후 6시 전면 소등…칼퇴 문화 안착하나

눈치보지 않고 퇴근하는 속칭 '칼퇴' 문화 안착에도 힘쓰고 있다. 일단 대다수 대기업에서는 설정된 근무시간이 종료되면 PC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는 'PC 셧다운제'를 시행하고 있다.

가령 KT는 '가족 사랑의 날'로 지정한 매주 수요일 오후 6시에 실내조명을 전면 소등한다. SK텔레콤은 매월 세번째 금요일에 전 직원이 오후 3시에 조기 퇴근하는 '슈퍼 프라이데이'를 시행하고 있다.

기업들은 제한된 근무시간에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불필요한 업무를 대폭 줄이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KT는 회의, 보고, 지시 등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는 '업무 다이어트'(work diet)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회의 시간을 최대 1~2시간으로 미리 설정해 계획된 시간 안에 회의가 끝나도록 하는 '회의 타이머'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기업들은 칼퇴를 보장하는 대신 근태를 칼같이 체크하기도 한다.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은 지난달부터 15분을 기준으로 업무 시간과 비업무 시간을 구분한다. 직원들은 15분 이상 자리를 비울 때 업무용 컴퓨터에 '자리 비움' 버튼을 누르고 이동해야 한다. 주 52시간 근무제 확산과 포괄임금제 폐지에 맞춰 야근을 줄이고 추가 노동시간에 대한 임금을 정확하게 정산하려고 하는 것이다.

넷마블도 15분을 기준으로 삼았다. 15분 이상 PC가 비가동 상태일 경우 이를 파악해 비업무 상태로 전환된다. 엔씨소프트는 회사 1층에 설치된 출입문인 ‘스피드 게이트’를 기준으로 업무 공간과 비업무 공간을 구분한다. 비업무공간에서 5분 이상 머물시 근무시간에서 제외된다. 다만 비업무공간이어도 업무에 관련한 미팅 등을 진행했을 경우 근로시간으로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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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KT의 '집·중·해' 회의문화 캠페인 포스터 (이미지=KT 제공)

◇로봇, AI 등 동원해 업무 효율성 향상 골몰

이와 함께 로봇, AI 등을 통해 업무의 효율을 올리려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KT는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로봇과 협업하는 '콜라봇'(CollaBot)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4월, 휴양시설, 의료비, 자기계발비 등 복무와 복지 등 HR 신청을 어디서나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모바일 챗봇서비스 ‘마이스마트비서(이하 마비서)’ 솔루션을 개발해 사내 적용했다. 마비서를 적용하면 기존에 10분 정도 걸렸던 출장비 계산, 모바일 증빙 제출, 휴양시설 예약, 자기계발비 신청 등의 업무를 채팅과 클릭 몇 번으로 해결할 수 있다.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달 31일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전사적자원관리(ERP) 업무를 대신 처리해주는 ‘전대리’,  공사현장의 자재입고처리를 쉽고 빠르게 도와주는 ‘공사원’ 등 소프트웨어(SW) 로봇과 네트워크 관제 등에 AI를 적용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모든 시스템에 AI를 도입해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업무 방식과 프로세스도 AI 기업에 맞게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기업, 다양한 근로방식 실험中…허덕대는 中企와 온도차

주 52시간제가 취지와 달리 운영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업무량은 그대로이고 고용을 늘리지 않았음에도 이전과 같은 성과물을 요구함에 따라 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도둑 근무'를 하는 사례가 그것이다. 근무시간이 끝나 개인 PC가 꺼지면 공용 PC를 사용해 늦게까지 일을 한다거나, 제한된 근무시간을 초과하지 않기 위해 근무시간 입력창에 일을 했지만 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입력하는 식이다. 또 퇴근했지만 집에서 남은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실제 직장인 커뮤니티앱 블라인드는 지난 5월 한국 직장인 1만33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앱 내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 49%가 여전히 ‘주 52시간’ 이상의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대기업을 중심으로는 주 52시간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이지만 중소기업 직원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이 상당한 것도 고민거리다.

중기중앙회가 지난달 중소기업 500개를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 중소기업 의견'을 설문조사한 결과 65.8%의 중소기업이 '준비가 안 됐다'고 답했다. '시행유예 필요하다'는 응답률은 52.7%에 달했다.

IT 중소기업 관계자는 "올해 휴가도 겨우 다녀왔고, 대표를 포함해 임원들 중에는 남은 연차가 누적으로 최대 한달을 못 쓴 이들이 상당하다"며 "일단 내년 주 52시간제가 도입됨에 따라 올해까지 못 간 연차를 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털었는데 내년부터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 장시간 근무하는 사내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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