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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 모를 영문 이름 'Tom'…상처 안고 돌아온 국새

등록 2020-02-19 16:32:00   최종수정 2020-03-09 09:5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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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근 환수된 국새 '대군주보'에 새겨진 영문.(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2.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정규 기자 = 고종 때 공식 문서에 활용되다가 약 130여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조선 국새 '대군주보(大君主寶)‘에는 누군지 알 수 없는 이의 이름이 알파벳으로 선명히 새겨져 있다. 사대주의를 청산하고 자주국가임을 상징했던 이 국새에 새겨진 상처 자체가 우리 역사임을 드러낸다.

문화재청은 19일 서울 고궁박물관에서 최근 환수된 국새 대군주보와 '효종어보(孝宗御寶)'를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재미교포 이대수(84·Lee Dae Soo)씨로부터 기증받아 국내로 인도된 유물들이다.

이 가운데 대군주보의 경우 국가의 국권을 상징하는 국새인 만큼 이번 환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국새는 외교문서나 행정문서 등 공문서에 실무용으로 직접 사용되던 도장이며 어보는 의례용으로 사용되던 도장이다.

특히 고종 19년인 1882년에 제작된 대군주보는 조선이 독립된 주권국가임을 상징하는 국새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더 크다. 그동안 명으로부터 받아 사용하던 '조선국왕지인(朝鮮國王之印)'이라는 도장을 대체한 용도였던 만큼 중국 중심의 사대적 외교관계를 청산하고 주권국가로의 전환을 시도한 역사적인 측면을 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전 국사편찬위원장인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1873년 고종이 친정 선언을 하고 1882년 새 국새를 조성했다"며 "이후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청국과 1대 1로 통상조약을 맺는 등 중국의 인접국으로서 500년 동안 지속되던 책봉관계를 떨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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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국새 대군주보·효종어보 환수 언론공개회가 열린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대강당에서 있다. 대군주보는 1882년(고종19년)에 제작한 국새로 외교문서나 행정문서 등 공문서에 사용된 도장이며, 효종 어보는 효종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740년(영조 16년)에 제작한 의례용 도장으로 재미교포 이대수 씨 로부터 기증받았다. 2020.02.19.            [email protected]
서준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사는 "이 시기 제작된 여섯 과의 외교용 국새 가운데 유일하게 발견된 사례로서 가치가 높다"며 "기존 중국에서 받았던 국새의 보문과 달라진 점은 '인(印)'자에서 천자만이 쓸 수 있는 '보(寶)'자로 대체됐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징을 지닌 국새임에도 환수된 대군주보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영문명이 음각으로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점이 역설적으로 눈길을 끈다. 'W. B. Tom’(W. B. 톰)이라는 글자다.

이 글자가 어디서 어떤 과정에 의해 새겨지게 됐는지는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증자인 이대수씨가 1990년 후반 미국에서 경매를 통해 매입하기 이전에 이미 새겨져 있었고 1880년대 이후 이 유물이 어떻게 해외로 유출됐는지 과정을 알 수 없는 만큼 그 과정에서 보유하고 있던 이가 이름을 새긴 것으로 추정하는 정도다.

유출 과정도 일제강점기나 6·25전쟁 등을 겪는 동안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없다. 다만 6·25전쟁 당시 미군에 대한 출입국 심사를 면제해줬던 협정을 맺은 일이 있었던 만큼 당시에도 여러 점의 국내 문화재들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의 추정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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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근 환수된 국새 '대군주보'에 새겨진 영문.(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2.19 [email protected]
이번 국새와 어보 2점이 환수되면서 조선시대에 제작된 총 412과의 국새·어보 중 73과가 미환수된 채 남아있게 됐다. 국새의 경우 37과 중 28과가 미환수된 상태이며 어보는 45과가 사라진 상태다. 이에 앞서 최근에는 2017년에 미국과 수사공조를 통해 문정왕후어보와 현종어보를 환수한 바 있다.

서 학예사는 "미국 경매처에서 제공하지 않는 한 (누가 영문 음각을 새겼는지는)전혀 알 수 없다"며 "그 자체가 역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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