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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코로나19, 달라진 공연풍경…마스크관람·실황중계 호응

등록 2020-03-01 09:45:34   최종수정 2020-03-02 0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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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충무아트센터 코로나 19 대응. (사진 = 인터파크티켓 캡처) 2020.03.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공연 도중에도 마스크를 벗지 마시고, 꼭 착용하세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할퀸 2월의 마지막날인 지난달 29일 오후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코로나 19 관련 안내 멘트가 나오기 전부터 관객들은 각자 위생에 철저했다.

공연장에 입장하는 관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휴대용 손세정제로 양손을 깨끗이 씻는 것은 물론 객석 의자 손잡이를 알코올로 세척하는 관객도 눈에 띄었다. 

같은 극장의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레베카' 관객들도 역시 각자 위생에 신경을 썼다. 두 작품이 공연 중인 충무아트센터는 기존에 입구를 여러 곳 열어뒀던 것과 달리 메인 입구 한 곳을 열어놨다. 열화상카메라로 드나드는 사람들의 온도를 체크했다.

대학로 역시 마찬가지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를 공연 중인 대학로자유극장 역시 마스크 착용을 부탁하고 관객들끼리 작은 대화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 공연계 관람 풍경이 바뀌고 있다. 지역 감염을 우려해 국공립 공연장과 국립 예술단체, 지역 문화기관 공연장 등이 주최하거나 기획한 공연은 잠정 중단했다.

그런데 민간에서 일부 작품은 여전히 공연을 하고 있다. 이 시국에 '무슨 공연이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공연 관계자들에게 공연은 생업이다. 회사원들이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과도 같다. 재택근무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관객들보다 불특정 다수에게 마스크도 없이 노출되는 배우들, 그리고 근접거리에서 사람을 맞이하는 스태프들은 더 큰 불안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소극장의 경우 백스테이지, 대기실 등이 더 좁아 불안감이 크다.

그러니 더욱 철저하게 방역에 나선다. 주최 측이든 관객이든 더 조심한다. 마스크, 손 세정제뿐만 아니라 라텍스 장갑, 향균 물휴지를 갖고 다니는 관객도 상당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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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2020.02.06. [email protected]
대학로 공연 관계자는 "현재 공연장만큼 깨끗한 곳도 없다. 하루가 멀다 소독을 하고 관객들 스스로 위생에 신경 쓰니까. 특히 공연장 한 곳에서라도 코로나 19 이슈가 터지면 대학로 같은 경우는 모든 공연장이 문을 닫아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서로 미리 조심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공연이 끝난 뒤 배우가 집에 돌아가기 전에 관객들과 만나는 '퇴근길 풍경'도 당분간 자제하는 분위기다. 대학로에 작품을 올리고 있는 관계자는 "배우들의 건강을 위해 사인을 받는 등의 근접 행위는 관객들 스스로 당분간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공연을 계속한다고, 제작사가 수익을 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공연을 열어도 관객은 평소보다 적으니 올릴수록 손해다. 하지만 사명감이다. 현재 공연을 중단하면 배우, 스태프들은 더 큰 불안감과 허무함에 휩싸이게 된다.

공연 관계자는 "매일 매일이 불안하다. 매일 확진자 뉴스를 체크하고 확진자들의 동선에 우리 공연장 주변은 없는지 살핀다. 영향이 없기를 바라며 매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여러 분야에서 공연은 여전히 취소되고 있다. 최근 첫 번째 음반을 발매한 첼리스트 이정란은 오는 7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예정한 리사이틀을 취소하기로 했다.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도 15·17일 예정했던 'KCO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 시리즈 3, 4'를 취소하기로 했다.

◇공연 실황 중계 호응

"감사해요. 코로나 때문에 공연도 영화도 못 보러 가서 답답해하던 중인데."

지난달 28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 정형일 발레 크리에이티브 '스완 레이크 : 더 월'의 실황 중계를 보면서 네티즌은 이렇게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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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형일 발레 크리에이티브 '스완 레이크; 더 월'. (사진 = 인터파크티켓 캡처) 2020.03.01. [email protected]
코로나 19로 인해 공연장 관람 등이 불편을 겪자 공연 실황 중계가 호응을 얻고 있다. '스완 레이크' 실황 중계는 코로나 19 때문에 급히 결정된 것은 아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공연 지원사업 '공연예술 창작산실 – 올해의 신작' 선정작으로 원래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손 잡고 중계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 19 사태와 맞물려 호응을 얻은 것이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인해 온라인 공식채널 생중계를 통해 선보인 작품도 있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이 지난달 29일 오후 생중계한 공동기획 프로젝트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가 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서울돈화문국악당이 2월 매주 토요일 선보인 렉처 콘서트 시리즈다. 이날 서울돈화문국악당 페이스북, 유튜브 서울돈화문국악당 등을 통해 '대금' 편을 방송했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코로나 19가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 오는 9일까지 공연의 잠정 연기 및 임시 휴관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돈화문국악당 관계자는 "하지만 휴관 완료 시기의 불투명성과 연쇄적 공연 취소로 인한 예술가 및 관람객의 입장을 고려해 무관중 공연을 통한 온라인 생중계로 관객과의 약속을 지켜 나간다"고 했다.

대금 연주자 정소희는 "방송인도, 유튜버도 아니지만 침체된 공연예술계에 이러한 시도가 미미하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서울돈화문국악에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창작산실은 오는 6일 오후 8시 무용 '히트 & 런', 12일 오후 8시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의 실황도 생중계한다. 이와 함께 이번 주부터 창작산실 선정작인 연극 '아랫것들의 위'와 '마트료시카'의 다시보기 서비스를 30일 동안 진행한다.

이와 별개로 뮤지컬 '마리 퀴리'는 공연 실황을 녹화 중계한다. 정인지, 김히어라가 출연한 회차를 오는 2일 오후 8시 네이버 V라이브를 통해 내보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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