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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옥중편지'로 보수 대통합 다시 시동…'흡수'냐 '연대'냐

등록 2020-03-05 13:45:14   최종수정 2020-03-09 09: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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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된 보수통합 신경전…공천권 맞물려 진통 예상

공화·친박신당, 합당보다 후보단일화 통한 선거연대 요구

통합당, 공천 중단 수용 불가 "지분 논의 않고 대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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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옥중 서신에서 보수의 외연 확대를 강조하며 힘을 모으라고 당부함에 따라 총선을 40여일 앞둔 보수 진영의 대통합 논의가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합쳐 달라"는 메시지에 미래통합당과 자유공화당은 원칙적으로는 보수대통합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통합 방식과 대상을 놓고 벌써부터 신경전도 펼쳐지고 있다. 통합당은 공화당과 친박신당을 '흡수'할 대상으로 보는 반면 태극기세력은 후보단일화를 통한 선거연대를 주장하며 통합당의 공천 지분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현재 보수야권 총선구도는 '탄핵 잔류파'인 친박계와 일부 비박계가 혼재된 자유한국당이 탄핵 주도 세력인 유승민계의 새로운보수당과 신설 합당한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우리공화당과 자유통일당이 합당해서 만든 조원진·김문수 공동대표 체제의 자유공화당, 홍문종 대표의 친박신당과 전원책 변호사가 멘토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진 한국경제당으로 선거판이 짜여져 있다.

협상 테이블에는 통합당과 공화당을 중심으로 친박신당, 한국경제당이 합세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보수대통합의 관건은 합당, 후보단일화 등 선택지 중에 어떤 방식으로 '빅텐트'를 완성하느냐다. 특히 공천 지분을 둘러싼 셈법이 다른 만큼 이견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공화당과 친박신당은 통합당과 당 대 당 합당을 추진할 경우, 전체 의석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작은 만큼 통합이 오히려 자체 세력의 위축을 초래하는 역효과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화당과 친박신당이 합당보다는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둔 선거연대를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합당은 공화당·친박신당과의 합당에 반색하면서도 이른바 '태극기 세력'과 공천 지분을 나눠갖는 데에는 내부적으로 상당히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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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면접에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참석하고 있다. 2020.03.05. [email protected]

당초 박 전 대통령이 '태극기 세력'을 지지할 경우 보수 진영이 분열되거나, 공천에 탈락한 의원들이 '박심(朴心)'을 내세워 출마를 강행할 경우 보수 야권의 최대 악재가 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옥중편지' 한 통으로 두 리스크가 사라진 점은 분명하다. 특히 황교안 당대표가 중도층으로 외연 확장을 위해 태극기 세력과 일정한 거리를 뒀던 만큼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내세워 태극기 세력에 대한 자연스러운 흡수도 가능해보인다.

다만 통합당의 공천 방점이 보수의 혁신에 둔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있는 만큼 태극기 세력에게 공천 지분을 나눠주거나 공천권을 놓고 잡음을 낼 경우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당장 여권에선 "옥중 선동정치", "선거 개입"이라는 날 선 비판이 들끓고 있다.

이런 부작용을 의식해 황 대표가 태극기 세력을 흡수하기 위해 조원진 대표와 같은 소수의 간판급 인사를 선별해서 공천하는 쪽으로 통합 협상을 이끌지 않겠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황 대표는 자유공화당을 비롯한 태극기 세력과의 통합 협상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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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자유공화당 김문수, 조원진 공동대표와 서청원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20.03.04.  [email protected]
그는 자유공화당과의 선거연대를 묻는 질문에 "문재인 정권 폭정을 막아내기 위해 자유우파가 뭉쳐야 하며, 중도까지 포함하는 폭 넓은 통합이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황 대표는 자유공화당의 지분 요구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금 자유우파가 추진하고 있는 대통합에는 지분을 논의하지 않고 해왔다. 그런 것을 전제로 물꼬를 텄다"고 했고, 통합 공천 가능성에는 "공천에 통합이 있나. 시스템에 따라 논의하고 지금 진행되는 것이다. 승리하는 공천을 할 것"이라고 답을 대신했다.

김형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화당의 공천 심사 중단 요청을 두고 "그분들이 통합하겠다는 정신과 자세는 우리가 높이 평가하고 있으니 공식적으로 요청하면 검토하겠다"면서도 "당에 최고위원회의가 있지 않나. 당에서 공식적으로 요청이 없는데 우리가 중단할 수는 없다"고 사실상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공천작업을 하라고 구성된 기구다. 공천 받겠다고 어떤 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사람을 공천하라, 안하라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기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이 발표된 것과 상관없이 공천은 예정대로 진행되는지 묻자 "네 그렇다"고 답했다.

김재원 통합당 의원은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공천 중단 요구에 대해 "자유공화당 측 입장에서야 당연히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데, 우리 당에서는 좀 받아들이기가 그렇게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결정을 빨리해서 앞으로 보수통합을 완전하게 이루어가는 계기가 되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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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홍문종 친박신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세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YTN '노영희의출발새아침'에 출연해 옥중서신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앞세운 분열상황에 대해서 걱정을 한 게 아닌가, 그렇게 본다"며 "새로운 창당이 여러 군데에서 이뤄지지 않나. 그런 부분에 대해서 왜 나를 자꾸 이렇게 정치에 끌어들여서, 그것도 지금 분열이 우려되는 이런 상황에 야권 분열이 더 일어나도록 하느냐. 나를 앞세워서 이렇게 분열 구도로 가는 것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라고 해석했다.

공천 중단에 대해서도 "지금은 사실 공천 심사가 다 끝났고 발표가 남지 않았나"라며 "그런 시점이라서 실질적으로 자리를 서로 나누기에는 참 쉽지 않은 시점"이라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통합당의 한 영남권 재선 의원은 "박근혜 메시지는 개별 행동하지 말고 통합당 중심으로 모여라, 조건 없이 모여라, 이런 것이잖냐"며 "(태극기세력 쪽에서) 조건을 걸 입장이 아니다. 안철수계쪽에서 들어오듯이 (조건을 달지 말고) 들어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 갈등을 더 키우기보다는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들어와서 협조하라는 것"이라며 "거기에서 조건을 걸 입장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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