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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벌]"화가난다" 괜히 누른 화재경보기…벌금 100만원

등록 2020-03-15 10:01:00   최종수정 2020-03-23 09: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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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셔터 내려와 통행로 차단돼

"장애인 도우미 버튼과 헷갈려"

법원 "혼동하기 힘들어" 벌금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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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화재경보기 (뉴시스DB)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알코올성 치매를 가진 김모(64)씨는 2018년 6월 서울 중구에 있는 A건물 지하 통로를 지나다 지하철역으로 연결된 출구의 에스컬레이터가 작동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이 모습에 화가 난 김씨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지하 통로 옆 벽면에 설치된 화재경보기 단추를 여러 차례 눌렀다. 이 바람에 방화 셔터가 내려와 통로까지 차단됐다.

검찰은 김씨의 이같은 행위로 인해 A건물 관리자가 화재 발생 여부 확인을 위해 방재실과 기계실 등을 점검하게 됐고, 이는 김씨가 위계로 관리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며 기소했다.

김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 당시 허리뼈 골절로 보행상 장애가 있었고,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었다"며 "장애인 도우미를 호출하려는 의도였는데 화재경보기 단추를 잘못 알고 누른 것"이라고 항변했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김춘호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김씨가 누른 화재경보기는 이 사건 지하 통로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의 가까운 곳이 아니라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진상으로도 수십 미터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통 지하도 계단 바로 근처에 설치되는 장애인 도우미 호출기와 혼동을 일으켰다는 주장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실수였다는 김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김씨의 태도를 보면 알코올성 치매로 사물 변별 능력이나 의사 결정이 상실된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씨 측은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고, 이 사건 당시 소주 1병을 마셔 만취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며 "벌금 100만원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이일염)도 "기록에 의하면 김씨가 이 사건 당시 심신상실 상태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 측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해 "김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경제적 형편도 좋지 않은 참작 사정이 있어 보인다"면서도 "유리한 사정을 감안해도 1심 형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무겁다고 할 수 없다"고 배척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방화 셔터가 내려와 행인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여러 차례 화재경보기를 눌렀다"고 업무방해가 맞다고 판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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