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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30]사상 첫 '연비제' 총선…비례정당 최대 변수로

등록 2020-03-14 05:36:00   최종수정 2020-03-23 09: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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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 결국 비례정당 띄워…선거제 개혁 취지 무색

비례정당 '꼼수' 출현에 중도층 표심 어디로 갈지 관건

낯선 정당명에 후순위 기호…유권자 유도 어려울 수도

'의원 꿔주기'에 '후보자 검증' 리스크…선거운동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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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 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 제안' 기자회견이 열린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 김원웅(맨 오른쪽) 광복회장이 민주화 운동 원로들과 시민사회 인사 등과 함께 제안발언 하고 있다. 2020.02.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사상 첫 준(準)연동형비례대표로 치러지는 이번 4·15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정당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일찌감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한 데 이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권리당원 투표를 통해 범진보 진영의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최종 결정했기 때문이다.

거대 양당이 나란히 자당 이름으로는 비례대표 후보자를 내지 않고 각각 연합정당과 위성정당의 형식으로 비례 득표에 나서는 초유의 선거가 치러지게 된 것이다.

앞서 지난해 12월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은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를 통해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의석수는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현행 그대로 유지하고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만 '연동형 캡(cap)'을 적용해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였다. 거대 양당에게 유리한 비례대표 의석배분 방식을 개선해서 다양한 정책과 이념에 기반한 정당의 국회 진출을 촉진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던 통합당이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면서 제도 취지는 무색해졌다. 지역구 후보를 아예 내지 않는 비례대표용 정당의 출현으로 지역구 의석이 많을수록 비례대표 의석은 적게 얻는 연동형비례대표제의 제한을 벗어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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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하승수 정치개혁연합(가칭) 집행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운현하늘빌딩에서 열린 창당 일정 발표 및 선거연합정당 기조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승수 집행위원장, 신필균, 조성우, 류종열 공동창당준비위원장. 2020.03.10. [email protected]
그러자 민주당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미래한국당에 비례대표 의석의 상당부분을 내주게 돼 다음 총선에서 원내 제1당을 통합당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진 것이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행 정당 구도대로 총선을 치를 경우 미래한국당은 최소 25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가져가는 반면 민주당은 6~7석, 정의당은 9석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만주당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도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모두 더해 ▲민주당 137석 ▲통합당+미래한국당 145석 ▲정의당 8석 ▲민생당 6석 ▲국민의당 4석 등을 얻을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았다.

그 결과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최종 확정했고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인 진보진영 규합에 나설 전망이다. '시민을위하여', '정치개혁연합' 등 이미 결성된 연합 플랫폼과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선언한 미래당과 우선적으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에 정봉주 전 의원이 창당하고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가세한 열린민주당도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정의당은 불참 의사를 못박은 상태지만 민생당은 연합정당 참여쪽으로 당내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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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열린민주당 손혜원(오른쪽), 정봉주 최고위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열린민주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토크쇼를 하고 있다. 2020.03.08. [email protected]
연합정당은 참여를 희망하는 세력을 하나로 묶은 뒤 비례대표 후보를 파견해 만들어진다. 선거 후에는 당선된 비례대표를 다시 원래 정당으로 복귀시키는 형식이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7명 가량을 파견하고 비례명부 후순위에 배치시킨다는 방침이다.

민주연구원은 정의당이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비례대표에서 연합정당은 22석, 미래한국당은 18석을 얻을 것으로 봤다. 정의당이 불참할 경우에도 미래한국당 19석, 연합정당 17석, 정의당 7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1일 전국 만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응답률 6.9%)을 대상으로 한 비례대표 정당투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이 정치개혁연합과 시민을위하여 등과 연합정당을 구성할 경우 30.1%를 얻어 미래한국당(32.4%)과 비슷한 득표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만일 열린민주당까지 함께 한다면 비례연합정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9.6%로 미래한국당(31.4%)을 오차범위(±3.1%포인트)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비례대표 정당의 출현이 처음인 만큼 거대 양당을 지지하는 민심이 비례 정당으로 오롯이 옮겨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어떤 명분을 내세우든 비례정당이 '꼼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도층의 표심이 어떻게 작용할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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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 등 참석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종이비행기 날리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특히 민주당은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 기회를 확대하는 선거제 개혁을 국민의 명령이라며 추진한 장본인이었고 미래한국당 창당에 누구보다 강하게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가짜정당', '꼼수정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통합당도 정당의 가치나 정책으로 승부를 보기보다는 오로지 선거 승리만 노린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한국 정당사에 오점을 남겼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따가운 여론을 의식한 듯 민주당과 통합당은 비례정당을 놓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13일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통합당은 페이퍼 위성 정당이라는 반칙과 탈법으로 국회 의석을 도둑질하는 만행을 저질러 선거법 개혁의 취지를 파괴했다"며 "반칙과 탈법을 보면서 제 한 몸 건사하자고 두고보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라고 통합당에 책임을 돌렸다.

반면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비례(정당)를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 하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을 통과시켰다"며 "그런 상황에서 얼마나 시간이 지났다고 국민에 대한 약속을 꼼수를 통해 바꾼다는 것은 정치 도의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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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축사를 받고 있다. 2020.02.05. [email protected]
민주당과 한국당은 지역구는 자당 후보를, 정당투표는 각각 비례연합정당과 미래한국당을 찍어달라고 유권자들을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낯선 정당명과 후순위 정당 기호로 유권자들이 혼란을 느껴 당초 의도와 다른 흐름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에 통합당은 정당투표 기호를 높이기 위해 미래한국당으로 6명의 현역의원을 이적시킨 상태다. 정당투표 용지에 기록되는 정당 기호는 선관위의 후보자 등록 마감일(3월27일) 당시 의석수를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총선에 불출마하거나 경선에서 패배한 현역의원들의 당적을 연합정당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통합당과 똑같은 '의원 꿔주기'라는 비판이 부담이다.

비례정당의 '검증 리스크'도 변수다. 민주당이 참여하는 비례연합정당의 경우 각 정치세력이 연합정당에 파견할 비례 후보를 자율로 결정하기 때문에 '후보자 리스크'를 민주당이 통제할 수 있냐는 물음표가 붙는다.

게다가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는 세력 간에 비례대표 순번과 의석 규모를 놓고 이해다툼이나 불협화음이 빚어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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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공병호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0.03.10.  [email protected]
미래한국당의 경우 위성정당이라는 특성상 검증 리스크는 민주당보다는 덜한 상황이지만 공천 배제 기준을 놓고 통합당과의 불화서이 흘러나오고 있다.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자 신청에는 531명이 몰렸다.

비례정당의 선거운동이 과열 양상을 띌 경우 선거법 위반 논란이 불거져 총선 변수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선거법 88조에서 다른 정당이나 선거구가 같거나 일부 겹치는 다른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은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본체(本體)가 되는 정당에 속한 지역구 후보자가 비례대표 정당 후보자의 지지를 요청하거나 반대로 비례대표 정당이 본체 정당의 홍보를 하는 경우 논란이 될 수도 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2020년 2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인구 비례에 따른 가중치를 적용했다 유·무선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트를 통해 조사 대상을 선정했고 유선(20%)·무선(80%) 자동응답 방식 조사로 진행됐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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