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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치료제, 5월이 '분기점'…백신, 갈 길 멀어

등록 2020-03-25 16:37:33   최종수정 2020-04-13 09: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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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A 바이러스' 특성상 변이 위험으로 백신 개발에 시간 소요

백신은 가장 빠른 게 임상 1상… 상용화까지 최소 1년~1년반 예상

치료제는 임상 3상 단계 많아 백신보다 이를 것으로 기대

렘데시비르·칼레트라 등 5월 결과 도출 예상

임상시험에 성공했을 때만 하반기 허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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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코로나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 입체구조(출처: 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서울=뉴시스] 송연주 기자 = 코로나 바이러스 중 최대 전파력을 가진 ‘코로나19’의 치료제·백신이 나오기를 바라는 대중의 열망이 날로 부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계통인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도 10여 년간 백신·치료제를 개발 못한 상황이다. 과연 코로나19는 정복될 수 있을까.

현재는 ‘치료제’와 ‘예방 백신’의 개발을 구분해서 봐야 하는 상황이다. 치료제에선 시판허가를 받기 위한 임상시험의 마지막 단계(3상)를 밟는 약이 몇 있다. 따라서 이르면 하반기 허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임상시험에 성공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이와 달리 ‘백신’은 상용화까지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에서 최소 20가지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 가장 빠른 게 임상시험 1상 단계에 있다. 1상은 이 약이 사람한테 안전한지, 안전한 투여 용량은 얼마인지 확인하기 위한 단계다. 임상시험의 첫 단계다. WHO는 백신 상용화까지 18개월 정도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백신이 답이지만, 갈 길 멀어

코로나19를 무력화하기 위한 가장 좋은 답지는 아예 병에 안 걸리게 하는 ‘예방 백신’이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진 특성은 백신 개발을 어렵게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이를 잘하는 ‘RNA 바이러스’ 계통이다. RNA의 가장 큰 특징은 체내에 침투한 뒤 바이러스를 늘리기 위해 유전정보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잘 일어난다는 점이다. 변이가 일어나면 전파력이 더 세지거나 재감염까지 나타날 수 있다. 인간이 백신을 개발해내는 능력이 변형 바이러스의 공격력을 따라가기 어려운 셈이다.

백신 개발의 원리와 임상시험 대상은 치료제와 구분된다. 백신은 한 마디로 우리 몸에 바이러스와 싸울 ‘약한 균’을 넣어서 면역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종플루 백신 주사 속엔 약한 신종플루 균이 있다. 이 약화된 균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몸 안의 면역세포가 바이러스를 항원으로 인식하고 이를 죽일 항체를 만들기 시작한다. 우리 몸이 싸워야 할 대상인 외부물질을 ‘항원’이라고 부른다. 싸워서 이기면 우리 몸은 이를 기억해 실제로 신종플루가 들어왔을 때 재빨리 항체를 만들어낸다. 즉, 면역이 생긴 것이다.

백신을 개발하려면 이 항원과 항체가 모두 필요하다. 그런데 바이러스의 변이가 많다보니 항체가 될 수 있는 물질이 너무 많아 효과적인 항체를 골라내는 게 쉽지 않다. 또 항체 후보군을 얻으려면 완치 환자로부터 동의를 받아 혈액을 계속 제공받아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은 현실이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관계자는 “또 가장 유력한 항체를 분리해 동일한 약(주사제)으로 대량 생산 가능하게 만드는 게 바로 백신”이라며 “완치자의 혈액에서 안전하고 효과 좋은 항체만 골라내 활성화하고 이를 표준화해야 하는 게 어렵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해야 해서 치료제보다 더 개발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의약품이 시판허가를 받으려면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를 입증하는 과정이 바로 인체에 약을 투여하는 임상시험이다. 임상시험은 안전성을 확인하는 1상과 유효성(치료 효과)을 보는 2·3상으로 나뉜다. 코로나 백신처럼 세상에 없는 ‘신약’ 개발에 걸리는 통상적인 시간은 10년 안팎이다.

백신과 치료제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가 임상시험 대상이다. 백신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살아있는 균이 담긴 약으로 임상시험을 하므로 안전성 측면에서 더욱 조심스럽다. 이와 달리 치료제는 이미 질병에 걸린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또 백신은 ‘생물체’에서 유래된 물질을 원료로 제조한 생물의약품(바이오의약품)이다. 이와 달리 치료제는 바이오의약품과 합성의약품(화학물질 배합)으로 모두 개발할 수 있어 후보물질 선택의 폭이 넓다.

◇가장 빠른 백신 회사가 1상 단계

현재 백신 개발로 앞서 있는 곳은 미국 모더나 테라퓨틱스와 미국 NIH 산하 국립 알레르기감염증연구소(NIAID)다. 이들은 45명을 대상으로 공동 임상 1상을 시작, 빠르면 7월 중 결과 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6월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중국에선 선전 제노 면역 의학연구소가 100명 규모의 1상 2건을 지난달 24일 시작해 2023년 7월 종료할 계획이다.

미국 존슨앤드존슨은 이르면 오는 9월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세웠다. 이 회사는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과 협력을 확장해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그램을 가속화하고 있다.

프랑스 사노피파스퇴르 역시 BARDA와 협력하고 있고, 영국 GSK와 이노비오는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과 새로운 협력 체계를 구성했다.

국내에선 백신의 명가 SK바이오사이언스와 GC녹십자가 개발에 나섰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의 후보물질 발현에 성공, 본격적인 동물 효력시험 단계에 돌입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이 회사 역시 이르면 9월 임상 1상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GC녹십자도 개발에 나섰는데 SK와 녹십자가 개발하는 백신은 서브 유닛 방식이다. 서브 유닛 백신은 바이러스나 세균 등을 활용한 약독화 백신과 달리 단백질을 활용한다. 안전성이 더 확보됐다고 할 수 있다. GC녹십자는 효력을 높이기 위해 면역 증강제를 함께 사용할 계획이다.

제넥신은 DNA 백신 ‘GX-19’ 개발을 위한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유엔개발계획(UNDP) 산하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IVI), 국내 대표 이공계대학인 KAIST·포스텍, 제약바이오 대표기업 바이넥스·제넨바이오가 참여했다. 오는 6월 임상시험 개시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개시한 백신도 개발 완료까지 최소 12~18개월 걸릴 것으로 보고 있어 상용화까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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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 이미지(사진=써모피셔 사이언티픽 코리아 제공)
◇치료제, 출구가 보이는 터널 지나는 중…5월이 분기점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별개로 이뤄진다. 백신이 없는 질환이라고 해서 꼭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건 아니다. 간암을 일으키는 주요 질환인 C형간염도 백신은 없지만, 걸리더라도 C형간염을 완치할 수 있는 최신 치료제들이 나와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는 출구가 보이는 터널을 지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빠르면 5월 중 일부 약제의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된다. 즉 5월이 상용화 여부를 가늠 할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첫 단추부터 꿰야하는 백신과 달리, 치료제 개발은 기존에 나와 있는 약(주로 항바이러스제)을 갖고 코로나19 환자에 투여해 효과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미 후보물질 발굴, 동물실험, 임상시험 중 안전성 확인을 이미 끝낸 약들이라, 바로 임상 2~3상에 진입한 경우가 많다.

또 치료제가 없는 긴박한 상황 덕에 이들 약물이 대규모 임상에 투입되면서 결과적으로 개발을 앞당기는 모습이다. 임상시험의 난제 중 하나인 환자 모집이 역대급으로 쉽게 이뤄진 셈이다.

반면 백신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제보다 모집이 어려울 수 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관계자는 “새 후보물질부터 개발하고 싶어도 그럴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전 세계 회사들이 기존 약의 리포지셔닝 방식으로 접근했다”며 “후보물질 개발→인비트로→인비보→동물실험→임상시험의 단계를 거치기엔 시간도 촉박하고 데이터 축적할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임상시험 성공했을 때만 하반기 상용화 기대

미국 길리어드의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는 가장 기대받는 약물이다. 렘데시비르는 미국 길리어드 사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항바이러스제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초기 미국 환자에서 효과를 보인 후, 전 세계에서 다수 임상에 들어갔다. 오는 4월 중국에서 하는 연구자(의료기관) 주도 임상시험의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길리어드 주도의 임상 결과는 이르면 5월 중 나올 전망이다. 이 데이터가 좋을 경우에 한해 하반기 시판허가를 기대해볼 수 있다.

미국 애브비는 가장 많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 ‘칼레트라’(성분명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는 코로나19의 증식에 필요한 바이러스 단백질분해효소를 억제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중국과 홍콩에서 총 9건의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빠르면 5월 결과 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단, 칼레트라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논문 발표도 나오고 있다.

말라리아 치료제로 시판 중인 클로로퀸 역시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이 약은 말라리아바이러스와 세포 융합에 필요한 엔도솜 pH를 증가시키고 숙주세포의 표면 수용체인 ACE2의 말단의 당화를 방해해 말라리아 바이러스와 숙주세포와의 결합을 막는 기전을 가진다.

이 밖에 코로나19 효험 논란이 있는 독감 치료제 ‘아비간’(파비피라비르), 또 다른 HIV 치료제 프레지스타(다루나비어) 등이 연구 중이다.

한국의 제약사가 개발한다고 발표한 약 중에선 아직 임상시험에 진입한 후보물질은 없다. 부광약품, 일양약품, 코미팜 등이 기존 약물에 대한 임상을 준비 중이다. 셀트리온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한 항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오는 7월말 인체 투여를 목표로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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