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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훈민정음 ‘해례본’은 ‘해석례의 번본’이다

등록 2020-04-0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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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문화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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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훈민정음 ‘해례본’은 1~4장까지의 ‘어제훈민정음’ 편과 5~33장까지의 ‘훈민정음해례’ 편으로 구성되었다. ‘해례(解例)’는 ‘해석례의(解釋例義)’의 준말이며, ‘해례본’은 세종의 간략 ‘예의본’을 8명의 신하들이 상세히 해석한 ‘예의 번본’이다.
[서울=뉴시스]  일반적으로 ‘훈민정음’ 책자에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한문본인 ‘훈민정음 해례본’과 “世宗御製訓民正音: 나랏말싸미”의 ‘훈민정음 언해본’ 그리고 훈민정음에 대한 사용례와 의미를 다룬 ‘훈민정음 예의본’이 바로 그것이다.

이 중 ‘예의본(例義本)’에 대해서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항목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예의(例義)’라는 말은 다음과 같이 나온다. ‘훈민정음’에서 어제 서문(御製序文)에 뒤이어 나오는 자음자와 모음자의 음가와 운용 방법에 대해 풀이한 부분을 이르는 말. 어제 서문에 뒤이어 나오는 부분이란 “ㄱ。牙音。如君字初發聲”에서 “入聲加點同而促急”까지의 약 3장 분량을 말한다. 그런데 그 부분에는 눈 씻고 봐도 ‘例(예 례)’자와 ‘義(뜻 의)’자를 찾아볼 수 없다. 뭔가 오해가 있음이다.

두산백과를 보면, 책으로서의 훈민정음에는 “나라말씀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 서로 통하지 않으니…”라고 한 ‘훈민정음예의본’은 ‘세종실록’과 ‘월인석보(月印釋譜)’ 첫권에 같은 내용이 실려 있어 널리 알려졌다고 했다. ‘훈민정음 언해본’을 ‘훈민정음 예의본’이라 설명한 것인데, 이 또한 오해이다. 언해본에도 ‘例(례)’와 ‘義(의)’자가 없기 때문이다. 

한문본인 ‘훈민정음 해례본’은 내지가 총 3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진>에서처럼, 이 중 맨 앞 4장은 세종대왕만이 쓴 ‘어제훈민정음(御製訓民正音)’ 편이고, 그 뒤의 29개장은 세종대왕이 준 초고를 8명의 신하들(정인지·최항·박팽년·신숙주·성삼문·강희안·이개·이선로)이 보다 상세히 해석한 ‘훈민정음해례(訓民正音解例)’ 편이다. 이 ‘훈민정음해례’ 편은 맨 뒤의 ‘정인지 후서’를 제외하고 6개 소제목으로 나뉘는데 ①제자해(制字解), ②초성해(初聲解), ③중성해(中聲解), ④종성해(終聲解), ⑤합자해(合字解), ⑥용자례(用字例)가 바로 그것이다. 

앞서 언급한 사전들의 설명과는 달리, ‘훈민정음해례’라는 제목에 ‘례(例)’가 나오고 그 소제목 ‘용자례’에도 ‘례(例)’자가 보인다. ‘용자례’에서는 초성 17자와 중성 11자, 그리고 ‘팔종성가족용법’에 의거하여 종성 8개자를 사용하는 많은 예들(감, 우케, 노로, 두텁, 힘, 어름, 발측, 그력, 버들, 쥬련, 갇, 신, 범, 굽, 못, 별)이 실려 있다.

‘훈민정음해례’ 편에는 ‘例(례)’자만이 아니라 ‘義(뜻 의)’자도 많이 보인다. ‘加劃之義(가획지의: 획을 더한 뜻)’, ‘陰陽交變之義(음양교변지의)’, ‘天地初交之義(천지초교지의)’, ‘初聲有發動之義(초성유발동지의)’, ‘終聲有止定之義(종성유지정지의)’ 등이 바로 그것이다. ‘훈민정음해례’ 편에는 맨 뒤쪽 정인지 후서에 나와 있는 것을 제외하고도 ‘義’자가 총 20회 기재돼있다. 오덕을 나타내는 ‘인의예지신’에서의 ‘義’ 하나만 ‘의로움’의 뜻으로 쓰였다.

이 어찌된 일일까? 정인지 후서에서 그 내막을 살펴볼 수 있다. “계해년 겨울(1444년 1월)에 우리 전하께서 正音 28자를 창제하시고는, 신하들에게 그 용례와 뜻들을 간략히 들어 보이며, ‘훈민정음’이라 명명했다… 그리고는 그 간략본(간본)에 보다 상세히 해석을 가한 번본을 작성하여 여러 사람들을 깨우치도록 우리들에게 명하셨다.”

이러한 명에 따라 8학자들은 세종께서 간략히 해설한 ‘예의 간본’과 ‘어제훈민정음’ 편의 강령을 골자로 하여 거기에 좀 더 살을 덧붙인 ‘훈민정음해례’ 편을 2년 9개월 만에 완성한다.

1444년 1월 당시 8명의 신하들이 ‘상세한 해석 덧붙임’을 위해 받았던 세종대왕의 친필 ‘예의 간본’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그 ‘예의 간본’은 훈민정음 해례본의 ‘훈민정음해례’ 편에 모두 녹아들어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解例(해례)’는 ‘解釋例義(해석례의)’의 준말이다. 따라서 좁게는 ‘훈민정음 해례편’이 例와 義 등을 해석한 ‘예의 번본’이고, 넓게는 훈민정음 해례본 전체가 훈민정음 ‘예의 번본’이다.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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