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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신세계] 외환위기 후 첫 역성장 전망…"경제 고통, 이제 시작"

등록 2020-04-20 06:00:00   최종수정 2020-04-27 09: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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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1.2%" 예측…22년만의 마이너스

中 1분기 성장률 -6.8% 충격…수출 중심으로 韓경제에도 타격

고용충격 가시화…각국 '셧다운'에 수출 영향은 시차 두고 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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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지난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구인정보를 살피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3월 노동시장 동향에 의하면 지난달 구직급여 신규신청자는 15만 6000명으로 지난해 대비 3만 1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급여 수혜액은 8932억원을 지급해 지난달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7819억원을 크게 뛰어넘었다. 2020.04.13.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장서우 기자 =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거의 포기했다고 보면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지 두 달이 채 안 됐을 무렵 기획재정부에서 일하는 한 관료는 이런 말을 했다. 전례 없는 위기 앞에서 나라 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당국자들이 직면한 아득함이 느껴지는 발언이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에서 시작된 경제 충격이 수출, 고용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각종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국제기구를 비롯한 각종 기관은 올해 우리 경제가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쏟아낸다.

경제 전망 기관 중 가장 공신력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4일 '세계경제전망'(WEO, World Economic Outlook)을 통해 올해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을 것으로 봤다.

대외 개방도와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이 같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에 대한 IMF의 전망치는 -1.2%로 제시됐다. IMF의 예측이 들어맞는다면 올해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5.1%) 이후 22년 만에 뒷걸음질하게 된다.

경제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IMF의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이 이례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경제 성장률(-3.0%)에 대한 IMF의 예측은 지난달 27일 이후 주요 투자은행(IB)들의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의 평균(-1.4%)보다도 낮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를 두고 "'코로나 노멀' 시대의 스산한 현실을 알리는 역사적인 전망"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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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안내문이 5일 서울 용산구 신라아이파크면세점 입구에 부착돼 있다. 2020.04.05. [email protected]
지난 17일 발표된 중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은 코로나 노멀의 서막을 알렸다. 코로나19 사태의 진원지인 중국은 올해 1분기 중 -6.8%의 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 분기(6.0%)와 비교하면 12.8%포인트(p) 급락했으며 중국 정부가 분기별 성장률을 나눠 발표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2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IMF는 중국 경제가 올해 1.2%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문화대혁명이 종식된 1976년(-1.59%) 이후 최저치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중국 GDP가 1% 감소하는 충격이 발생하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이 4분기 동안 0.5% 줄고, 같은 기간 GDP는 0.2% 후퇴하는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수출의 24.9%, 수입의 21.4%가 중국을 상대로 이뤄지며 금융 부문의 연관성도 높다. 지난해 2분기 기준 우리나라 금융권의 대외 익스포져(exposure·리스크에 노출된 금액) 중 대중국 비중이 13.7%로, 대만(19.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시장에선 '감염병 사태 장기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암울한 전망이 앞 다퉈 나오고 있다. 일본계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은 코로나19 감염자가 이달까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할 경우 우리 경제의 연간 성장률이 -12.2%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민간 경제 연구소인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2.3%의 성장률을 제시했다. 모건스탠리(-1.0%),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0.6%), 피치(-0.2%)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예측도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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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멀티플렉스 CGV가 전국 직영점 35곳의 영업을 중단하기로 한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CGV 영화관에 영업 중단 안내문이 보이고 있다. 2020.03.27.  [email protected]
정부 역시 직접적인 타격이 가시화된 내수뿐 아니라 대표적 경기 후행 지표인 수출, 고용 등이 악화하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다.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전망을 담는 '그린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재부 관계자는 "확진자 증가세가 확연히 줄어든 이후로 추가적인 내수 위축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글로벌 수요 감소 등으로 수출 전망이 어둡다"고 언급했다. 한국은행은 이미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이 지난해 1분기(-0.4%)를 밑돌 것이란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고용 시장에 주목했다. 대면 접촉이 많은 관광·여행 관련 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우려다. 실제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취업자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이후 10여년 만에 최대 폭으로 줄었다.

도소매업(-16만8000명), 숙박음식점업(-10만9000명), 교육서비스업(-10만명) 등 서비스업에서 타격이 컸다. 비자발적으로 일터를 잠시 떠나 있는 사람들을 뜻하는 '일시 휴직자'는 1983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인 160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경제 충격은 1분기는 차치하고 최소 2분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IMF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의 '셧다운'으로 인한 경제적 혼란이 2분기에 집중될 것으로 봤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코로나19가 경제 지표에 미칠 영향은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1분기 성장률은 오히려 예상보다 나을 수도 있다"면서 "미국이나 유럽의 상황을 고려하면 수출 등 지표를 중심으로 5~6월까지 비관적 전망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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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지난 4일 이태원 한 술집이 종업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임시휴업에 들어간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가 한산하다. 2020.04.09.  [email protected]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는 한 경제 반등을 논할 수조차 없는 상황인 것이다. 김용범 기재부 차관은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칠 충격은 이코노미스트가 아니라 바이러스와 과학자들이 결정한다"고 했다. 그린북을 담당하는 김영훈 기재부 경제분석과장도 "사태가 국내적으로 종식되는 시점에 내수는 분명 반등할 것이지만, (세계 경제로부터 영향을 받는) 수출 등의 상황은 주요국의 '록다운'(Lockdown) 추세에 따라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예측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경제 문제가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은 '비상경제회의'라는 협의체를 만들어 분야별 대책을 직접 발표하고 있다. 4·15 총선에서 승기를 잡은 여당 역시 최우선 과제로 경제 위기 극복을 꼽았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은 "고통은 이제 막 시작이다. 고용 지표는 깊은 고통의 서막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우선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등 선거 기간 공약으로 내세웠던 과제들을 신속하게 실행하는 데 주안점을 둘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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