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정치일반

한미, 방위비 기싸움 고조…"韓 더 내기로" vs "합의된 것 없어"

등록 2020-04-30 15:03:15   최종수정 2020-05-11 10:09:45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트럼프 "한국, 미국에 더 많은 돈을 내는데 합의"

정부 "방위비 협상 계속 진행중…합의된 것 없다"

협상 타결 임박 신호 아직…신경전만 확대 기류

한미 모두 물러설 조짐 없어 교착 상태 더 지속

associate_pic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의 백악관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4.29.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이달 초 한미 협상단이 마련한 '잠정 합의안'을 거부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한국이 더 내기로 합의했다"며 또다시 방위비 인상을 언급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합의된 것이 없다"고 부인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한미가 잠정 합의안 결렬 후 뚜렷한 협상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경전만 거세지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이 국방협력을 위해 미국에 더 많은 돈을 내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한미가 진행 중인 11차 방위비 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을 지칭하는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금액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지난 10일 한국 정부가 한국 측 방위비 분담금을 최소 13%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그들(한국)이 우리에게 일정한 금액을 제시했지만 내가 거절했다"며 "우리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더 큰 비율로 지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언급을 즉각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합의된 건 아무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것이 합의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합의된 것이 아니라는 게 협상의 기본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한미간 방위비 분담 협상은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아직 아무것도 합의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 "협상 중인 사항"이라며 언급을 자제해 왔으나 이날 한국이 '대폭 증액에 합의했다' 식의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서둘러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평통사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방위비분담금 협상 중단, 방위비분담 협정 폐기 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4.13.   [email protected]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정부 안팎에서는 방위비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신호는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한미 간에 소통을 하고 있지만 새로운 것은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취임한 이후 한국에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이끌어 냈다는 성과를 알리는 것과 함께 한국에 증액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에서 언급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한미는 4월1일로 예정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을 앞두고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며 타결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하면서 좌초됐다. 당시 한미는 지난해 분담금(1조389억원)보다 13~14% 가량 인상하고 유효기간을 1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방안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미국은 지속적으로 한국 정부가 더 부담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27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논평 요청에 대해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에 이르기 위해 지난 몇 주 동안 우리는 상당한 유연성을 보였다"며 "한국 정부도 더 타협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오래된 관점은 한국이 공평한 몫을 더 기여할 수 있고 더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한국의 양보를 요구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04.28.  [email protected]
반면 한국 정부는 미국의 추가 증액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8일 외교통일위원회에서 "13% 인상안이 우리의 최종 안이었냐"는 질문에 "우리로서는 가능한 최고의 수준이었다"며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전제 하에 합리적인 수준에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이어 "정부로서는 상당히 의견이 접근한 상황에서 타결되지 못한 부분이 아쉽긴 하지만 협상팀 차원에서 계속 미측과 협의·소통해 나가고 있다"며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7차례 회의를 가졌고, 가능한 조속히 협상을 타결한다는 원칙 하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협상 공백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밝혔다.

한미는 잠정 합의안 타결 무산 이후에도 각국에 주재한 대사관은 물론 유선 등을 통해 소통을 이어가고 있지만 뚜렷한 협상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한미 모두 물러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당분간 협상 교착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국회는 전날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근로자의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처리하고,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의 생계 지원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무급 휴직 중인 한국인 근로자 4000여명에게 고용보험법에 따른 구직급여 수준의 월 평균 180만~198만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관련기사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