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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훈민정음 해례본의 ‘見(견)’과 ‘見°(현)’

등록 2020-05-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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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문화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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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사진1> 훈민정음해례 편 8장 ‘可見(가견)’에 보이는 권점 없는 ‘見(볼 견)’과 12장 ‘見其義(현기의)’에 보이는 거성 권점 있는 ‘見(나타날 현)’. 용비어천가의 권점 없는 ‘望見(망견)’과 권점 있는 ‘見上(현상)’은 해례본과 상호 증명된다.
[서울=뉴시스]  훈민정음 해례본에선 ‘見’자가 총 3회 등장한다.

<사진1>에서 보듯, ‘훈민정음해례’ 편 8장 앞면의 “可見萬物初生於地, 復歸於地也”에 한 번, 12장 뒷면의 “二圓爲形見其義”에 한 번, 그리고 16장 뒷면의 “可見人之參贊開物”에 한 번 나온다.

그런데 ‘훈민정음해례’ 편 12장에 나오는 ‘見’에는 글자 오른쪽 윗부분에 거성(去聲: 높은 소리)임을 표시한 동그란 권점이 그려져 있다. 이 경우 ‘見’은 어떻게 읽어야 하며, 무슨 뜻을 나타내는 것일까?

훈민정음은 우리 문화의 정수이자 산소와도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훈민정음에 대해 칭송은 하면서도 정작 교육기관에서 해례본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사항들에 관심을 쏟는 이들은 매우 적다. 그러한 와중에 경북대학교 이상규 교수가 그의 논문 ‘훈민정음의 첩운(疊韻) 권점 분석’(2009)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거성 권점 있는) ‘見°’은 ‘볼 견’, ‘뵈올 현’과 같이 두 가지의 뜻으로 그리고 두 가지 음으로 읽힌다. ‘보이다’의 뜻인 경우 ‘현’으로 읽히며 거성의 사성 권점이 들어간다. “二圓爲形見°其義”의 예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로는 “來見°父王(용비어천가 91장)”이 있다.”

<사진2>에서처럼 용비어천가 “來見父王(부왕을 뵈올 제)”의 ‘見’자에는 오른쪽 윗부분에 분명히 거성 권점이 찍혀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주석에선 “見은 賢遍切”이라 하여 그 음이 초성 ‘ㆅ’인 ‘현’임을 명기했다.

하지만 용비어천가(1447)나 훈민정음 해례본(1446)에 인쇄된 거성 권점 있는 ‘見°’은 ‘현’과 ‘견’ 두 가지 음으로 읽히지 않는다. 또한 ‘보다’의 뜻을 나타내지도 않는다. 훈민정음 해례본과 용비어천가를 대할 때는 오해가 없도록 반드시 전체를 살펴야 한다. 권점이 붙은 ‘見°’자와 붙지 않은 ‘見’자 모두를 빠짐없이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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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사진2> 용비어천가 권9, 42장과 44장에 보이는 권점 없는 ‘見(견)’과 거성 권점 있는 ‘見(현)’. 見伏雉(견복치: 엎드려 있는 꿩을 보다)와 見°父王(현부왕: 부왕을 뵙다).
세종대왕이 글자 하나하나 직접 결재한 ‘동국정운’(1447)에서는 ‘見’자에 대해 두 음을 기재했다. 하나는 거성 ‘견’(권3, 13장)이고, 다른 하나는 거성 ‘ㆅㅕㄴ(권3, 23장)’이다. 두 음 모두 거성이라 혼란이 온다. 이럴 경우, 훈민정음 해례본과 용비어천가에서의 권점 찍는 규칙을 알아야 혼란이 바로잡힌다.

2020년 5월13일자 <훈민정음 해례본의 ‘索(색)’자에 권점이 붙은 까닭> 편에서 밝힌 것처럼, ‘索’자 또한 ‘삭’과 ‘색’이라는 같은 입성의 두 음이 있다. 해례본에서는 ‘삭(索)’과 ‘색(索)’ 음이 비록 같은 입성일지라도, ‘索’자의 특수 음의인 ‘찾을 색’에만 권점을 붙였다. 일반적 음의인 ‘삭막할 삭’에는 입성 권점을 붙이지 않았다. 그와 마찬가지로 ‘見’자 또한 일반적 음의인 ‘볼 견’에는 거성 권점을 붙이지 않았다. 그러나 ‘見’자가 갖는 특수 음의인 ‘뵈올 현, 나타날(낼) 현’에는 거성 권점을 붙여 보는 이로 하여금 주의케 했다.

고로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권점 없는 “可見…”의 ‘見’은 일반적 의미인 ‘보다’의 뜻을 나타내며 ‘견’으로 읽는다. 그리고 권점 있는 ‘見°’은 특수 음의인 ‘나타낼 현’으로, “二圓爲形見°其義” 문장은 “두 원점(‥, :)이 자형이 되어 그 뜻을 나타낸다.”로 번역된다.

‘見’의 갑골문형은 ‘目(목)+人(인)’ 또는 ‘目(목)+卩(절)’로 구성돼있다. 사람이 꿇어앉은 모습을 그린 ‘卩(절)’이 포함된 ‘見’의 자형은, 공손히 무릎 꿇고 윗사람을 뵙는 전통적인 우리네 모습을 연상시켜 ‘뵙다, 알현하다’의 뜻을 보다 선명히 인식케 해준다.(해석: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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