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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아니다" 김재규 유족 재심 청구…실현 가능할까

등록 2020-05-28 03:59:00   최종수정 2020-06-01 09: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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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당시 재판과정 녹음된 테이프 나왔다"

새로운 증거, 조서 위조, 수사관 위법 등 쟁점

법원, 자료 검토 후 재심개심 여부 결정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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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셋째 여동생의 장남 김성신 유족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김재규 형사 재심 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변호를 맡았던 강신옥 변호사. 2020.05.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이른바 '10·26 사태'로 사형을 선고받은 고(故)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유족이 법원에 재심을 청구함에 따라 실제 법원의 재심 결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유족 측은 최근 발견된 재판 녹음테이프를 핵심 근거로 들고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26일 김 전 부장의 여동생 김모씨를 대리해 서울고법 형사과에 재심 청구서를 제출했다.

민변은 "당시 보안사령부가 쪽지재판을 통해 재판에 개입한 사실과 공판조서가 당시 발언 그대로 적히지 않은 사실이 녹음테이프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당시 대법원에서는 '내란목적' 범죄사실에 대해 8대 6으로 팽팽한 의견대립이 있었으나 변호인들조차 판결문을 열람하지 못했으며, 보도금지 지침으로 소수의견은 언론에 보도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 제 420조에는 7가지의 재심사유가 명시돼 있다. 김 전 부장 사건이 이같은 요건을 충족하는지가 재심 개시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법령에는 무죄나 면소, 또는 죄가 더 가볍다고 인정할 만한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됐을 때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

유족 측은 이번에 발견된 녹음 테이프를 새로 발견된 '명백한 증거'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녹음된 재판기록을 보면, 김 전 부장의 대통령 살해행위는 법률상 '단순 살인' 혐의로 봐야하고, 실제 적용된 '내란목적' 살인 혐의는 잘못됐다는 취지다.

실제 민변은 녹음된 재판과, 기록된 재판 사이의 간극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김 전 부장은 재판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을 사살할 당시 "각하, 정치를 대국적으로 하십시오"라고 외쳤다고 진술했으나, 기록된 범죄사실에는 이를 찾아 볼 수 없다. 이는 과거 판결 자체가 잘못됐다는 논리로 활용될 수 있어 보인다.

또 다른 재심 사유로는 기존 판결의 증거가 위·변조되거나 증언·감정·통번역이 허위라고 증명된 경우가 있다. 유족 측은 당시 재판 과정에 절대적 증명력을 가지는 공판조서에 허위내용이 담겼기 때문에,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김 전 부장 등은 원심에서 일부 증인신문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다며 이의를 제기했으나 당시 대법원은 "공판조서에 소송관계인들이 '별 의견 없다'고 진술한 것이 기록상 명백하다"며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실제 녹음내용을 들어보면 김 전 부장 등은 "어제 피고인들이 퇴정하면서 증인신문이 있었는데 그 요지를 알려드리겠다. 피고인들에게 각별히 불리한 증언은 없었다"고 일방통보 받았다.

이와 관련해 법원 한 관계자는 "조서에 기재되지 않은 내용이나 잘못 기재된 내용에 대해서도 증명력이 생기는지는 별도의 법리 검토가 필요한 사안으로 재판부가 판단할 예정"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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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변호를 맡았던 강신옥 변호사가 26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김재규 형사 재심 청구 기자회견에서 재심 청구서 내 당시의 보도 기사를 살펴보고 있다. 2020.05.26. [email protected]
또 재판에 관여한 법관, 검사 등 수사관, 사법경찰관 등이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되는 경우도 재심 청구사유에 해당한다.

녹음 테이프에는 "한 수사관은 공병 곡괭이 자루를 갖고 다니며 어깨를 치고 다른 방에선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이 상황에서 제가 그걸 안했다고 우겨봐야 거길 빠져나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 사람들이 원하는대로 이야기했던 것"이라고 말하는 김태원 당시 중앙정보부 경비원의 최후진술이 그대로 담겨 있다.

민변은 "김 전 부장 역시 체포 후 서빙고 분실에서 전기고문 등 가혹한 고문을 당했다는 내용이 항소이유 보충서에 상세히 나와있다"며 "이는 공소를 담당한 수사관이 그 직무의 죄를 범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유족 측은 민간인 신분이던 김 전 부장 등이 10·26 사태 이후 발포된 비상계엄에 따라 군법재판을 받은 점, 전두환씨가 내란죄로 유죄를 확정받은 점 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 전 부장에 대한 재심 청구사건은 서울고법 형사7부에 배당돼 있다. 재판부가 재심 개시를 결정하면 본격적인 공판절차가 진행된다. 청구가 기각될 경우에는 즉시항고를 통해 대법원 판단을 받을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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