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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통일이 되면 ‘갔다’는 ‘갓다’로 바로잡아야

등록 2020-06-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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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문화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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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월인석보’ 권1, 석보서 5장에서는 “正音은 正한 소리니, 우리나랏 말을 正히 반드시 옳게 쓰는 글”이라 설명한다. 발음이 다름에도 한글로는 같은 자형으로 적는 ‘하나(1)’와 ‘하나님’을 정음으로는 옳게 쓸 수 있다.
[서울=뉴시스]  훈민정음이란 말의 뜻은 무엇인가? 월인석보(月印釋譜) 안에 포함된 훈민정음 언해본의 주석에 따르면 ‘훈민정음(訓民正音)’은 “백성 가르치시는 졍(正)한 소리”이다. ‘가르치시는’이라는 존칭 표현을 썼으니, 창제자이자 영도자인 세종 임금께서 백성들을 가르치시는 바른 소리글자라는 뜻이다.

훈민정음의 준말인 ‘정음’에 대해 <사진>에서처럼 ‘월인석보’ 권1, 석보서 5장에서 계승자인 수양대군은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正音은 正한 소리니, 우리나랏 말을 正히 반드시 옳게 쓰는 글일 쌔, 이름을 正音이라 하느니라.” 우리나라의 말소리를 바르게, 반드시 옳게 적는 표음문자가 정음이라는 이 설명에 정신이 번쩍 든다. 정음이 도덕경의 핵심인 ‘덕’의 정신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德(덕)’의 변음되기 전 정음은 ‘득’으로 ‘이득’의 ‘得(득)’자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德’은 길을 상형하여 ‘걷다, 다니다’를 나타내는 ‘彳(척: 行)’과 ‘悳(덕)’으로 이루어져 있다. ‘悳(덕)’은 ‘直(곧을·바를 직)’과 ‘心(마음 심)’의 합자로, ‘편벽되지 않은 정직·공정한 마음’을 뜻한다. 무릇 올곧은 마음에서 올곧은 행동이 나오는 법이다. 悳(덕)에 彳(→行행)이 덧붙은 ‘德(덕←득)’은 억울함이 없는 훌륭한 이득인 은혜나 행복을 가져다주는 ‘정직·공정한 마음과 행동 → 덕행’ 및 ‘은혜’ 등을 뜻한다.(해석: 박대종)  
 
그러니 우리나라의 말소리를 반드시 올바르게 적는 ‘정음’을 사용하는 것은 올바른 마음인 ‘덕’을 기르는 수행이자 훈련이 된다. 이런 점에서, 정음은 정확한 의사소통은 물론이거니와, 이 땅에 도덕문명의 실현을 목적으로 창제된 표음문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의 ‘한글’ 24자 체계는 우리나라의 말소리를 바르게 적지 못하는 것들이 다수 있어 ‘정음’이라 부르기 곤란하다.

예를 들어보자. “하나, 둘, 셋”할 때의 ‘하나’와 ‘하나님’의 ‘하나’는 한글로는 그 자형이 동일하다. 하지만 조상 대대로 내려온 그 발음은 서로 다르다. <사진>에서 보듯, 1을 뜻하는 ‘하나’의 ‘하’는 ‘나’ 보다 더 입을 작게 벌려 발음한다. 고로 그 중성은 ‘ㅏ’가 아니라 속칭 ‘아래아(•)’를 써야 한다. 반대로, ‘하ㄴ•ㄹ(→하늘)’에서 비롯된 ‘하나님’의 경우는 앞의 ‘하’ 보다 뒤쪽의 ‘나’가 더 입을 작게 벌려 발음하므로, ‘나’의 중성에 ‘•’를 써야 옳은 표기가 된다.

‘어떠한고?’의 준말인 ‘어떤고’와 ‘엇던고’를 살펴보자. 지금 사람들에겐 둘은 서로 다른 표기지만 그 발음은 똑같다. 귀에 들리는 발음은 똑같은데 지금의 한글맞춤법에서는 ‘어떤고’만 맞는 표기고, ‘엇던고’는 틀린 표기다. 그러나 세종대왕이 읽을 경우 ‘어떤고’와 ‘엇던고’는 서로 다른 발음이 된다. 세종은 ‘월인천강지곡’ 상, 52장에서 “離別이 엇던고”라 적고 ‘던’을 앞의 ‘ㅅ’과 결합한 된소리로 읽었다. 하지만 ‘훈민정음해례’ 편 4장의 설명 “전청(ㄱㄷㅂㅈㅅ)의 소리를 천천히 길게 끌면 전탁(ㄲㄸㅃㅉㅆ)이 된다”처럼 ‘ㄸ’은 ‘ㄷ’의 긴소리이므로 ‘어떤’은 ‘어던~’으로 읽을 것이다. 다시 말해, 정음 철자법에선 ‘엇던고’가 바른 표기이고, ‘어떤고’는 얼토당토않은 표기가 된다.

따라서 통일이 되면, ‘어찌’는 ‘엇지’, ‘기쁨’은 ‘깃븜’, ‘기꺼이’는 ‘깃거이’로 바로잡아야 한다. ㄲㄸㅃㅉㅆㆅ은 훈민정음, 동국정운 등에서처럼 초성 전용의 긴소리표기 글자로 복구해야 한다. 일제 조선총독부가 훼손한 ‘언문철자법’을 ‘정음철자법’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앞서 <통일이 되면 ‘낚다’는 ‘낛다’로 바로잡아야> 편에서 설명한 것처럼, 초성 전용의 전탁성 ‘ㄲ’을 종성에 사용케 한 것은 우리글의 기강을 문란케 한 행위이다. 그런 점에서 ‘갔다, 왔다’의 받침 ‘ㅆ’ 또한 통일이 되면 본래대로 ‘갓다, 왓다’로 되돌려야 할 것이다.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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