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 기고

[박대종 문화소통]훈민정음 해례본의 거성 권점 ‘要°(요)’자

등록 2020-06-09 17:09:42   최종수정 2020-06-09 17:09:42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박대종의 ‘문화소통’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거성의 ‘要(요)’자가 총 5개 쓰였다. 거성 권점이 덧붙은 것은 ‘훈민정음해례’ 편 11장과 27장의 ‘要(요)’로, 동사로써 ‘요하다, …하게 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서울=뉴시스]  2020년 4월22일자 뉴시스 <용비어천가를 통한 해례본의 두 ‘便(편)’자 풀이> 편과 2020년 6월호 ‘한글+한자문화’ <훈민정음 어제서문의 4성 권점 글자들에 관한 고찰> 논문 등에서 밝힌 것처럼, 훈민정음 해례본(1446)과 용비어천가(1447)에서는 4성 권점으로써 정확한 의미 소통을 꾀했다.

要約(요약), 重要(중요) 등에 쓰이는 ‘要(요)’자의 경우, 동국정운(1447)에선 ‘ㆆ’ 초성의 평성과 거성 두 음을 기재했다. 이 중에서 要의 일반적 음은 거성이며, 특수 음은 평성이 된다. 거성 ‘要’의 주된 의미는 명사로써 ‘요약, 요체, 요점’과 형용사로써 ‘중요한, 간략한’, 동사로써 ‘필요로 하다 → 바라다’ 및 ‘…하게 하다’, 부사로써 ‘요컨대, 당연히’이다. 그리고 평성 ‘要’의 의미는 ‘약속하다, 막다, 강요하다, (몸의 중추인) 허리’ 등이다.

그런데 ‘용비어천가’에서는 거성 권점의 ‘要’자가 보이질 않는다. 대신 평성 권점의 ‘要’자들은 보인다. 용비어천가 권5, 15장 “遂與金使蕭三寶奴、耶徫忠、王汭等偕來索賂要質(마침내 금나라의 사자 소삼보노, 야율충, 왕예 등이 함께 와서 뇌물과 약속할 것을 요구했다.)”의 ‘要’가 그 예이다.

그에 비해 <사진>에서처럼 훈민정음 해례본에선 특이하게도 거성 권점을 붙인 ‘要’자들이 보인다. 훈민정음해례 편 11장 “聲音又自有淸濁, 要°於初發細推尋”과 27장 “要°皆各隨所處而安, 不可强之使同也”에서의 ‘要’가 바로 그것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4성 권점이 없는 거성 ‘要’의 예는 <사진>에서처럼 다음 세 가지다. 첫째, 해례편 8장의 “盖字韻之要, 在於中聲, 初終合而成音(대개 자운의 요체는 중성에 있고, (중성은) 초성․중성과 합하여서 한 음을 이룬다)”. 둘째, 해례편 14장의 “韻成要在中聲用(운을 생성하는 요체는 중성의 작용에 있나니)”. 셋째, 해례편 28장의 “以二十八字而轉換無窮, 簡而要, 精而通(28자로써 전환이 무궁하고, 간략하며, 정통한다)”. ‘簡要(간요)’에서의 ‘要’는 거성으로써 ‘간략한(brief)’을 뜻한다.

그렇다면 정인지 후서에 보이는 “要°皆各隨所處而安, 不可强之使同也” 속의 거성 권점 붙은 ‘要’는 어떤 의미로 쓰였을까? 영어 교육 시간에 수없이 가르치는 ‘사역(使役) 동사’의 ‘使(시킬=하게할 사)’자가 뒷문장에 쓰인 것으로 볼 때, 여기서의 ‘要°’ 또한 ‘使’와 짝을 이루어 동사 ‘…하게 하다’의 뜻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要가 ‘…하게 하다’로 쓰인 출처는 <文選, 陸機, 吊魏武帝文>의 “掃雲物以貞觀(소운물이정관), 要萬途而來歸(요만도이래귀): 흉악한 무리 소탕해 정도를 보여주니, 많은 길들로 하여금 귀부하게 하였네”이다.

고로 정인지 서문의 “要°皆各隨所處而安, 不可强之使同也”를 해석하면 “모두 각각 머무르고 있는 지역에 따라 편안하게 할 것이지, 강제로 (모두 다) 같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가 된다(번역: 박대종).

참고로 이 문장은 송대 정초(鄭樵)의 <육서략(六書略) 5> 중 ‘수문총론(殊文總論)의 다음 문장과 유사하다. “諸國之書有同有異, 各隨所習而安, 不可彊之使同(여러 나라들의 글들은 같은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는데, 각각 평소에 배워 익힌 바에 따라 편안하게 할 것이지 강제로 모두 같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편, 훈민정음해례 편 11장의 “聲音又自有淸濁, 要°於初發細推尋” 문장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성음은 또한 스스로 청․탁이 있으니, 초발성=초성에서 자세히 찾아보는 것을 요한다.” 여기서의 ‘要’는 동사 ‘요하다=필요로 하다’의 의미로 쓰였다.

정리하면, 훈민정음 해례본에 나오는 ‘要’자는 거성으로써 일반적 의미인 ‘요점, 요체, 간략한’일 때는 권점을 붙이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음이자 성조일지라도 특수 의미인 동사 ‘…하게 하다, 요하다’의 뜻으로 쓰였을 때는 주의하라고 거성 권점을 붙였다.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