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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예견된 영장 기각...다음 관문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 여부 관심

등록 2020-06-09 08: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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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구속 필요성 소명부족"...8시간30분 심문에도 혐의 입증 못해

"무리한 수사에 무리한 영장 청구"…검찰 수사관행 '도마위'

일각에선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권고 내릴 것이란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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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뉴시스] 이영환 기자 = 불법 경영승계 혐의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20.06.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9일 기각됐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8일 오전 10시30분부터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 김 전 팀장에 청구된 구속영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해 이날 오전 2시께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 "소명부족"...'기각 사유' 조목조목 따져보니

법원은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결정과 관련한 사유를 설명하면서 우선 "기본적 사실 관계는 소명되었다"고 밝혔다. 소명의 대상이 '범죄 혐의'가 아니라 '사실 관계'라고 언급한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상 유력 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할 때는 '범죄 사실은 소명되나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등의 사유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원의 이번 언급은 '검찰이 범죄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음을 짐작케 한다.

법원은 또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하여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하였다고 보인다"고 밝히면서도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하여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하여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는 검찰이 무려 400권, 20만쪽 분량의 수사기록을 제출했지만 이 부회장 등의 구속이 반드시 필요할 정도로 강력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자체가 '무리수'라는 일각의 비판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법조계 내에서도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검찰의 이번 수사와 구속영장 청구가 무리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잇따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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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뉴시스] 이영환 기자 = 불법 경영승계 혐의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20.06.09. [email protected]
이밖에 법원은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검찰이 그동안 혐의 입증을 자신했지만 향후 수사 심의 절차를 거쳐 필요할 경우 재판 과정에서 다퉈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8시간30분 심문에도 혐의 입증 못해...스모킹건 없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 심사는 무려 8시간 30분간 진행됐다.검찰이 이례적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혐의 입증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그동안 자신해온 이른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은 결과적으로 없었던 셈이다.

앞서 법조계에서도 이번 사안은 현행법상 구속 사유에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 부회장의 경우 '글로벌 경영인'으로서 주거지가 확실하고 도주의 우려가 전혀 없으며, 특히 검찰 측 주장대로 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고 '스모킹 건'도 있다면 증거 인멸의 우려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또 관련 수사가 1년 7개월간 진행됐는데, 증거 인멸 우려가 있었다면 이제서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무리한 수사에 무리한 영장 청구"…검찰 수사관행 '도마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그동안의 검찰 수사 과정과 양측의 쟁점 공방으로 미뤄 일찌감치 '예견된 결론'이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평가다.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속의 사유 가운데 단 하나의 요건에도 해당되지 않는데다 검찰이 제시한 여러 혐의 내용은 입증은커녕 다툼의 여지만 남겼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정당한 수사 심의 절차를 무력화하는가 하면 공공연하게 피의 사실을 일부 방송 등 언론에 흘리는 등 자체 개혁방안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무리한 수사에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라는 여론도 제기되면서 검찰의 과도한 수사 관행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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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뉴시스] 이영환 기자 = 불법 경영승계 혐의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20.06.09. [email protected]
재계 관계자는 "이날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따라 이번 사건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 계속 및 기소 여부가 판가름 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일단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측이 '승기'를 잡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전평"이라고 말했다.

◇수사 심의 절차 탄력…기소 여부 '공방' 관측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이제는 다음 격전지인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 심사가 진행되는 중에 "오는 11일 부의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부회장 사건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하는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부의심의위는 검찰시민위원 가운데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된 15명으로 구성된다. 부의심위위가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수사심의위가 내리는 기소 여부 판단은 권고적 효력만 있지만 검찰이 자체 개혁안의 하나로 내놓은 기구인 만큼 결정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법원이 이날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사유를 밝힌 데 대해 일각에서는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권고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심의위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검찰이 자체 개혁안으로 내놓은 만큼 그 취지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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