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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①77%는 친부모 짓…아이는 그 지옥같은 집으로 돌아간다

등록 2020-06-15 09:01:00   최종수정 2020-06-22 09: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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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 9살 아동 여행용 가방에 갇혀 사망

경남 창녕 아동, 지문 지져지고 쇠사슬에 폭행

복지부 2018년 통계, 가해자 77%가 친부·친모

"'내 아이 내 마음대로' 잘못된 교육관 부작용"

"각박한 삶서 오는 분노, 결국 약자에게 향해"

"감정 실어 폭행땐 학대…체벌이라고 둘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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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뉴시스]이종익 기자 = 9세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가둬 의식불명 상태에 빠트린 혐의로 긴급체포 된 40대 계모가 지난 3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전지원 천안지원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DB.

잔혹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9살 남자 아이가 가방 안에 갇혀 죽어갔고, 동갑내기 여자 아이는 쇠사슬에 묶이고 달궈진 프라이팬에 손을 올려야 했다. 국가 차원의 대책, 부모들의 인식 전환, 사회적 경각심 등을 아무리 외쳐도 아이들을 상상조차 힘든 고통 속에서 울부짖고 죽어가게 한 어른들은 잊을만하면 나타나 우리를 충격과 슬픔, 그리고 분노 속에 빠뜨린다. 아동학대의 원인과 대책, 두살배기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어머니에게 살인 혐의 유죄 판결을 내린 한 재판부의 메시지를 통해 아동인권의 의미를 세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가로 44cm, 세로 60cm 여행용 가방.'

충남 천안에서 계모의 지시로 9살 남자 아이가 7시간 가까이 갇혀있다 의식을 잃고 사망한 공간이다.

최근 천안과 경남 창녕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으로 전국민적 공분이 일어나고 있다. 아동학대의 원인과 대안을 재점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 9살 아이는 어린이날인 지난달 5일 이미 이마가 찢어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의료진은 멍자국을 발견하고 경찰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하지만 천안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계모와 아이를 분리시키지 않고 가정방문 상담을 진행했고 '분리 불필요'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조사에서 친부와 계모는 "지난해 10월부터 5차례 때렸다"고 진술했지만 아이가 같은 곳에 산 것이다.

결국 이 아이은 한달 뒤 끔찍한 과정을 거쳐 세상을 떠났다. 40대 계모 A씨는 경찰조사에서 "체벌 의미로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29일 경남 창녕. 한 시민이 머리 정수리가 찢어지고 온몸에 멍이 든 9살 여자 아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아이는 굶주린 상태로 계부에 의해 달궈진 프라이팬에 손을 올려 지문이 지져졌고, 집에서는 쇠사슬에 묶인 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올해 1월에는 경기도 여주에서 언어장애가 있는 9살 의붓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30대 계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계모는 영하의 날씨임에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의붓아들을 찬물이 담긴 어린이용 욕조에 장시간 방치해 사망케 했다. 과거에도 학대해 3년간 격리했고, 가정으로 돌아간 뒤에도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여주시청 보육아동팀이 감시했으나 참사를 막지 못했다.

또 지난해 9월 인천에서는 손발이 묶인 5살 아동이 계부에게 20시간 넘게 폭행을 당하다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지난해 영화로도 만들어진 2013년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 사건은 계모가 8살 의붓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다. 그 외 2016년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청주 아동학대 암매장 사건, 2014년 울산 입양아동 학대 사망사건 등 관련 사건은 잊을만하면 등장해 보는 이들의 슬픔과 공분을 동시에 자아내고 있다.

아동학대 신고는 2013년 울산 아동학대 사망사건 등으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2014년 1월28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으로 관련 법·제도가 강화되면서 증가했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아동학대 현황을 집계한 2001년부터 2018년까지 학대로 세상을 떠난 아동은 279명에 달한다. 최근 5년간 추이를 보면 2014년 14명, 2015년 16명, 2016년 36명, 2017년 38명, 2018년 28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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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경남 창녕 아동학대 사건 피해 여자 아이(9)가 탈출 경로로 이용한 빌라의 4층 테라스 난간. (사진=JTBC 제공). [email protected]
실제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건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예전에는 수사기관에서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전달되지 않아 누락됐을 수 있고, 의료기관에서도 사인을 학대로 판명하고도 이를 보고하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기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2018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가해자의 77%가 친부·친모이고, 발생 장소의 79%가 집이었다. 또 경찰 조사를 받은 아이들의 82%가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아동복지법 4조의 원가정 보호 원칙에 따라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해서 보호할 경우 신속히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아동학대의 원인이 '내 아이는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전통적인 잘못된 교육관이라고 본다. 또 시스템이 있어도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아이들을 학대에서 구출할 적극적인 의지가 사회전반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결국 내 아이는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소위 잘못된 교육관과 전통적 교육관의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며 "아울러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삶이 각박해지고, 그 분노가 약자에게 향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부모 개인적인 성격 결함도 있을 수 있지만 사회구조적으로 보면 분노사회, 피로사회의 맥락에서 가장 약한 자인 자녀에게 그 분노를 푸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대표는 "아동학대는 부모가 아동을 개별적 존재가 아닌 함부로 해도 되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부모가 자식에 대한 체벌은 자신의 일이라고 보는게 가장 큰 문제"라며 "훈육이나 체벌을 넘어 감정을 실어 폭행하는 게 학대인데 학대를 하고도 체벌이라고 둘러대고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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