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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기조 전환한 文정부…상식 밖 北 위협 수용 불가 의지

등록 2020-06-17 17:4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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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대북 강경 입장, 북핵 위협 2017년 이후 2년 여만

北 도발 강행에 4·27 판문점 선언 이전 선회 불가피 판단

연락사무소 일방 폭파에 文 겨냥 김여정 막말 담화 계기

여론 급격한 악화 고려…보수진영 공세 확대 차단 차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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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17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폭파와 북한의 태도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06.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태규 안채원 홍지은 기자 = 청와대를 비롯해 국방부, 통일부 등 관계 정부 부처가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계기로 일제히 강경한 입장을 밝히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위협 수준을 높이며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압박하는 북한과 이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다.

이토록 정부가 북한을 향해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계속됐던 2017년 하반기 이후 2년 여만이다. 대북전단(삐라) 살포로 촉발된 북한의 남북관계 단절 위협이 점차 현실화 되자 정부가 불가피하게 4·27 판문점 선언 이전에 보였던 강경 대응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1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문 대통령의 6·15 메시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이날 담화와 관련해 "북측이 이런(문 대통령의)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그동안 남북 정상간에 쌓아온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며, 북측의 이러한 사리분별 못하는 언행은 우리로서는 더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했다.

윤 수석은 또 정부가 대북 특사단 파견을 타진한 사실을 북한이 즉각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외교 상식에 한참 벗어난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윤 수석은 "북측은 또한 우리 측이 현 상황의 타계를 위해 대북 특사 파견을 비공개로 제의했던 것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며 "이는 전례없는 비상식적 행위이며, 특사 파견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처사로써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북측의 일련의 언행은 북측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결과는 전적으로 북한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특히 북측은 앞으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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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선중앙TV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장면을 17일 보도하고 있다. 2020.06.17. (사진=조선중앙TV 캡쳐) [email protected]
앞서 김 부부장은 전날 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메시지를 거론하며 '철면피', '구걸질', '시궁창',  '구접(하는 짓이 너절하고 지저분)' 등 원색적인 표현을 총동원해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요사스러운 말장난으로 죄악을 가리워 버리고 눈앞에 닥친 위기나 모면하겠다는 것인데 참으로 얄팍하고 어리석은 생각"이라며 "신뢰가 밑뿌리까지 허물어지고 혐오심은 극도에 달했는데, 기름발린 말 몇 마디로 북남관계를 반전 시킬 수 있겠는가"라고 거칠게 쏘아붙였다.

또 북한 총참모부는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철수했던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에 병력을 전개하고,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 자리에 연대급 화력부대를 배치하며 서해전선에서 각종 군사훈련을 재개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에 국방부는 "우리 군은 오늘 북한군 총참모부가 그간의 남북합의들과 2018년 판문점선언 및 9·19 군사합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각종 군사행동계획을 비준 받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조치는 지난 20여년간 남북관계발전과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해 남북이 함께 기울여온 노력과 성과를 일거에 무산시키는 조치로서 실제 행동에 옮겨질 경우 북측은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일부는 "금일 북측의 발표는 2000년 6·15 남북공동성명 이전의 과거로 되돌리는 행태이며 우리 국민의 재산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면서 "북측은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할 것이며 추가적인 상황 악화 조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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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남북공동연락사무소장인 서호 통일부 차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0.06.16.  [email protected]
부처 입장에 따라 세부적인 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청와대·국방부·통일부 등 유관 정부부처 3곳의 대북 강경 기조는 공통적이었다. 청와대를 시작으로 10분 차를 두고 국방부와 통일부의 브리핑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강한 기조에 대한 유기적인 조율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일방 폭파를 계기로 정부 기류가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삐라) 살포 행위를 통해 4·27 판문점 선언을 먼저 위반했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북한의 대응이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김유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은 전날 "북측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는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면서 정부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북측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는 그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여론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칙과 상식을 무시한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천명함으로써 보수 진영의 '굴종적 저자세 대북정책' 공세를 차단하려는 차원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부부장의 담화와 관련해 "북의 '최고존엄'에게 끝없이 아부하고 눈치를 살피는 비굴함과 굴종으로는 결코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없다는 진실, 진짜 평화는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만 이룰 수 있다는 진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을 향한 청와대의 기조가 강경해진 배경에 대해 "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문 대통령의 6·15 공동선언 메시지에 대한 (김 부부장의) 매우 무례한 어조의 비난이 있었다"면서 "비단 어느 한 부분만이 아니라 (일련의 상황들이) 종합적으로 포함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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