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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금감원, 사모펀드 두고 '네탓 내탓' 점입가경

등록 2020-07-07 06:00:00   최종수정 2020-07-20 09: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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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사모펀드 육성, 모험자본 공급 취지…악용이 문제"

금감원 "금융위 고위급, 정작 투자는 사모펀드 아닌 강남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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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위원회가 처음으로 열리는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취소(100% 배상) 결정 촉구 금감원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금융정의연대 회원들과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06.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사모펀드 부실 사고에 대한 책임을 둘러싸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간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그간 금융위는 최근 연이어 불거지는 사모펀드 부실 사태의 원인이 제도 자체에 있다기 보다는, 이를 악용하는 금융사들과 감독당국의 감시 소홀에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반면 금감원 측은 무리한 규제 완화를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더욱이 금감원 노조는 금융위가 지난 2일 제시한 사모펀드 전수계획을 두고 "전형적인 책임회피에 불과하다"며 연일 날을 세우는 모습이다.

지난 2월 금융위는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 발표 당시 지난 2015년 단행한 규제 완화에 일부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모험자본 공급 등 순기능을 먼저 보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었다. 당시 금융위는 "청동기가 살인의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개발하지 않는다면 석기시대에 머물 것"이라며 "제도의 순기능을 먼저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입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2일 금융소비자 피해 집중 분야 점면점검 합동회의에서 "사모펀드의 경우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자산운용을 통한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본연의 취지에도 일부 운용사가 이를 악용해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펀드 설계·운용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했다"며 "은행, 증권사 등 판매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의혹도 지속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부위원장에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넥스트 라이즈(NextRise) 2020'에서 "금감원이 지난해 11월부터 1월까지 조사했는데 두 달 동안 보다보니 서면조사를 한 것 같다"며 "당시 의심되는 부분을 들여다 볼 계획이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모든 것을 기업 지원에 맞추다 보니 금감원도 현장 검사를 미룬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금감원의 입장은 다르다. 최근 일련의 사모펀드 부실 사고는 금융위의 무리한 규제완화로 빚어진 비극이라는 주장이다. 금융위가 지난 2015년 시장 진입장벽을 대거 낮추면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모운용사들을 난립하게 됐고, 일반인들도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피해가 급증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금융위가 지난 2일 발표한 사모펀드 전수계획을 두고 "방화범이 진화작전을 지시하는 꼴"이라는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금감원 노조는 "이번 사태와 전혀 무관한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증권금융 직원까지 동원하면서, 정작 금융위는 뒤로 빠져 책임을 피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정작 문제를 일으킨 금융위는 다른 기관에 짐을 떠넘기면서 여전히 컨트롤 타워를 차지하고 있으니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금감원 노조는 "애초에 금융위는 모험자본을 조성하겠다며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했는데, 정작 수십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금융위 고위 인사 중 사모펀드에 투자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금융위 고위직 인사들의 재산보유현황을 보면, 강남 아파트는 필수이지만 위험한 사모펀드에는 아무도 투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모펀드가 그렇게 좋으면 금융위 고위직들이 먼저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게 상식"이라며 "모험자본, 데스밸리 극복 등 온갖 미사여구를 붙이더니 정작 투자하지 않은 것은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처사"라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위와 금감원 노조가 연일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연출하자,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소모전은 사태수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모펀드 제도 설계는 금융위와 금감원 모두 참여한 것으로 두 기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며 "제도 개선과 감독 강화 모두 필요한 문제로, 지금은 두 기관이 책임 소재를 가리기 보다 건설적인 대책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마련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조속히 시행, 투자자 보호장벽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 개선방안에는 충분한 위험감수능력이 있는 투자자가 자기책임 하에 투자하도록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을 기존 1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높이고, 레버리지 200% 이상 펀드는 3억원 이상에서 5억원 이상으로 올리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께 개정 시행령을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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