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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회생' 이재명, 與 대선판 흔든다…이낙연과 양강 구도 가능성

등록 2020-07-17 05:00:00   최종수정 2020-07-20 09: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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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무죄 취지 판결에 이재명 대선가도 열려

이재명 "다음 어떤 역할 할지 국민들 정하실 것"

여론조사 20%대 돌파하며 1위 이낙연 '맹추격'

친문 지지 '총리' 이낙연…열성 팬덤 가진 이재명

호남-영남 대비…메시지도 '신중함' 대 '선명성'

與, 서울·부산 이은 광역단체장 줄낙마 피해 안도

이재명계 반색 "올라갈 일만 남았다…양강 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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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정진형 한주홍 김남희 기자 =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법원 무죄 취지 파기 환송 '기사회생' 후 더불어민주당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차기 대권가도를 가로막아온 걸림돌이 사라지면서 자유로워진 이 지사가 일약 주요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여권 일각에선 이변 없이 유지되온 이낙연 의원의 대세론이 흔들리며 '양강 구도'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친형 강제입원' 관련 허위사실 공표 등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재명 지사는 판결 후 경기도청 신관 앞 기자회견에서 "도지사로서 맡겨진 일을 좀 더 충실하게 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알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도정에 더 충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행보와 관련해선 "공직자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는 공직자 자신이 아닌 국민, 주권자가 정하는 것"이라며 "맡겨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그 다음 어떤 역할을 할지는 국민들이 정하실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대법원 판결 이전에도 이 지사의 상승세는 파란에 가까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신천지 과천본부에 대한 강제조사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한발 앞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등 이슈를 선도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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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입장을 밝힌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0.07.16. [email protected]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8일 밝힌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범여권에서 이낙연 의원은 28.8%, 이재명 지사는 20%로 나타났다. 이 지사가 처음으로 20% 벽을 돌파하며 1위 이낙연 의원을 한자릿수 내에서 맹추격하는 모양새다.

이 지사의 재판 결과가 전해진 뒤, 소위 '이재명 관련주'가 상한가로 치솟는 모습도 나타났다.

정치권에선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지사의 대조적인 면모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간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라는 기반을 바탕으로 정부·여당 지지층에 힘입어 꾸준히 여야를 통틀어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상의 지표가 온전히 이 의원의 지지냐는 데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적극 지지층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반면 이 지사는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하며 친문 지지층으로부터 반감을 산 것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친문 진영과 갈등을 빚어왔다. 2018년 지방선거 경기지사 경선에선 '친문 핵심' 전해철 의원과 맞붙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 등을 원색 비난한 트위터 계정 세칭 '혜경궁 김씨' 의혹이 제기되며 상처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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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2020.07.14. [email protected]
그러면서도 이 지사는 독자적인 열성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의 지지 모임인 손가락혁명군(손가혁)이 대표적이다. '선명성'을 통해 중도·무당층으로부터도 지지를 끌어낸다는 평가도 있다.

이 지사는 14일 발표된 리얼미터 전국 15개 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에선 '잘 한다'는 긍정평가 71.2%를 받으며 첫 1위를 차지했다. 특정 정당 지지 일변도가 아닌 '스윙보터' 성격이 강한 수도권의 광역단체장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이 지사의 중도·야당·무당층 확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역 구도 면에서도 대비를 이룬다. 전남 영광 출신으로 전남지사를 역임한 이낙연 의원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호남의 지지를 받고 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재명 지사는 당의 약세 지역인 대구·경북(TK)에 일정부분 소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계 정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과, 대선 승리를 위해 필수적으로 확장이 요구되는 영남으로 대비되는 것이다.

현안에 대해 입장을 내놓는 방식도 차이가 크다. 언론인 출신인 이낙연 의원은 신중하고 정제된 메시지를 내는 반면, 이재명 지사는 선명한 메시지를 빠르게 내며 치고 나가는 타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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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다. 2020.07.16. [email protected]
일례로 정치권의 기본소득제 도입 찬반 논쟁 당시 이 의원은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하고 그에 관한 찬반의 논의도 환영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낸 반면, 이 지사는 "기본소득은 현재 재원에서 복지 대체나 증세 없이 가능한 수준에서 시작해 연차적으로 추가 재원을 마련해 가며 증액하면 된다"면서 적극적으로 이슈를 끌고 나갔다.

여당 대선판이 조기에 점화될 경우 대선주자 간에 벌어질 '말의 전쟁'이 주목받는 이유다.

민주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 지사의 생환을 반겼다. 부산시장·서울시장에 이어 당소속 광역단체장의 줄낙마 고리가 끊긴 데다가, 대선을 11개월여 앞두고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과 취약처인 부산 등지의 유권자 2200만명이 투표하는 초유의 '준대선급' 재·보궐선거를 일단 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허윤정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며 "이 지사는 지역경제, 서민주거안정, 청년 기본소득 강화 등 경기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앞으로도 경기도민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으로 도정을 이끌어주길 기대한다"고 반색했다.

오는 8월 전당대회에 나선 당권주자들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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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개원식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기사를 보고 있다. 2020.07.16. [email protected]
이낙연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가 이끌어온 경기도정에 앞으로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코로나19 국난 극복과 한국판 뉴딜 등의 성공을 위해 이 지사님과 함께 손잡고 일해가겠다"고 밝혔다.

김부겸 전 의원은 "민주당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은 천만다행한 날"이라며 "앞으로 이 지사와 함께 국민 앞에 겸손한 자세로, 좋은 정치에 더욱 힘쓰겠다. 마음고생 많았던 지사님, 오늘만큼은 한 시름 놓고 푹 쉬시라"고 했다.

이재명계 의원들도 고무된 모습이다. 이들은 이 지사가 지난해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자 여당 내 탄원서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1대 국회 개원식이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도 연신 휴대폰을 열고 이 지사 대법원 선고 경과를 확인하는 모습이 본회의장 곳곳에서 포착됐다.

이재명계로는 민주당 현역 중에선 이 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18기)인 4선의 정성호 의원(경기 양주)이 첫 손에 꼽힌다. 재선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경기 수원병), 김병욱(경기 성남분당을) 의원과 초선 이규민(경기 안성) 의원 등 경기권 의원들도 이재명계로 분류된다. 원외에선 이종걸·유승희·제윤경 전 의원이 이 지사와 가깝다. 대부분 2017년 이재명 대선캠프에서 활동했었다.

일부 이재명계 의원들은 한발 더 나아가 이 지사 생환이 '이낙연 대세론'의 여권 대선구도에 균열이 갈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내놓았다.

한 중진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매진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지사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라며 "이 지사 지지율은 당분간 올라갈 일만 남았다. 언론에서 '이낙연 대 이재명' 양강 구도로 쓰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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