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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 투자 성지' 찍어주고 의류 밀수 환치기까지…부동산 탈세 '천태만상'

등록 2020-07-28 15:53:22   최종수정 2020-08-05 10: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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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부동산 관련 탈세 혐의자 413명 조사 착수

단지 추천→매매 중개→수수료 누락한 중개업자에

중국에 옷 밀수한 뒤 환치기로 대금 받은 소매업자

법인 세워 아파트 10여채 산 30대 직장인까지 포함

국세청 "계좌 들여다보고 친·인척까지 조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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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서울 한 지역의 아파트 단지 모습. 2020.07.26. [email protected]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국세청은 부동산 관련 탈세 혐의자를 조사하던 중 특이점을 발견했다. 아파트 매매를 주선하며 그 중개 수수료 신고를 누락한 부동산 중개업자 A씨 때문이다.

단순히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수수료 신고를 하지 않은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갭 투자(매매가와 전세가 간 차액이 적은 아파트를 전세 세입자를 낀 채 구매하는 것) 성지'를 찍어주는 일종의 부동산 투자 전문 강사였다.

A씨는 자신이 찍어준 아파트 단지의 매매를 직접 중개하기도 했다. 특정 단지를 추천하고, 그 단지의 매매를 중개하고, 그 중개 수수료를 누락한 것이다. 국세청은 A씨의 추가 탈루 혐의가 없는지 세무 조사에 돌입했다.

의류 밀수출에 환치기까지 해 아파트를 구매한 B씨의 사례도 있다. 고가의 아파트를 구매한 의류 소매업자 B씨를 조사하던 국세청은 자금 출처를 다각도로 조사한 끝에 비밀을 밝혀냈다.

옷 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현금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내역을 남기지 않은 채 의류를 사들인 뒤 이를 중국에 밀수출했다. 옷을 떼간 중국 업체는 대금을 위안화로 지급했다. 이는 중국 국적을 가진 환치기 업자 다수를 통해 여러 차례 나눠 받았다. 국세청은 사업소득을 누락한 B씨에게 소득세 등 수억원을 추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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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국세청은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 혐의자 개인 392명 법인 21곳 등 총 413명을 조사한다고 밝혔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30대 직장인 C씨는 지방에 자본금 '100만원짜리' 법인을 세워 아파트 10여 채를 사들였다. 아버지에게 받은 수억원의 현금을 이 법인에 대여한 뒤 이를 바탕으로 아파트를 샀다. 이 아파트는 다른 아파트 구매 자금을 빌릴 때 담보로 제공했다.

C씨는 이런 방법으로 법인명의의 아파트(분양권 포함)를 10여 채로 불려 나갔다.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서다. 개인 다주택자가 조정 대상 지역 주택을 구매하면 최고 62%의 양도세율이 적용되지만, 법인 양도세율은 10~25%로 훨씬 낮다. 법인 명의로 산 아파트는 개인 주택 수를 셀 때도 포함되지 않는다. 국세청은 C씨의 아파트 구매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보고 조사에 나섰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납세국장은 28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A·C씨(B씨는 기조사 사례)를 포함한 부동산 관련 탈세 혐의자 413명을 조사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자에는 A씨처럼 소규모 자본금으로 법인을 세우고, 다수의 아파트 등을 구매하는 과정의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자가 56명 포함돼 있다. 고가의 아파트·꼬마빌딩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법인 자금을 유출하거나, 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은 9곳이다.

C씨처럼 인터넷 등으로 부동산 투자 관련 강의를 하며 아파트 매매를 주선하고, 그 수수료를 누락한 중개업자 11명과 비규제 지역을 중심으로 고액의 분양권 등을 거래하며 업·다운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혐의자 16명, 허위·과장 광고한 기획 부동산 8곳도 함께 조사를 받게 된다.

고액의 아파트를 구매한 연소자(30세 이하)나 편법 증여·사업소득 탈루를 이용해 고가의 아파트를 사들인 자, 고액의 전세 세입자가 213명, '관계 기관 합동 조사' 자료 중 탈세 혐의자 100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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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28일 오전 정부세종2청사에서 다주택 취득자 등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 혐의자 413명에 대해 세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0.07.28. [email protected]

국세청은 금융 조사를 통해 이들의 편법 증여 여부를 꼼꼼하게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고가 주택의 대출이 막히면서 가족 등으로부터 돈을 빌려 고가의 아파트를 구매하거나, 고액 전세 세입자로 거주하는 경우가 늘어나서다.

금융사 계좌 및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를 통해 자금의 원천과 흐름을 추적하고, 소득·재산과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연계 분석해 차입을 가장한 증여도 함께 밝혀내겠다는 각오다.

아파트 구매 자금을 빌려준 친·인척, 특수 관계 법인으로까지 조사 범위를 넓힌다. 신고 내역 등을 확인해 이들에 자금 조달 능력이 있는지를 검증하고, 자금 조성 및 회계 처리의 적정성, 수입 금액 누락 및 법인 자금 유출 여부까지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검증 결과 취득 자금이 적정한 차입금으로 확인되면 향후 원리금 상환을 스스로 하는지까지 확인한다. '부채 사후 관리'다. 이 횟수는 연 1회에서 2회로 확대한다. 원리금 상환 과정에서 가족 등의 대리 변제 사실이 드러나면 조사로 전환해 탈루한 세금을 추징한다.

국세청은 "조사 과정에서 명의신탁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것이 밝혀지면 관계 기관에 통보하고, 이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탈세했다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처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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