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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로]軍 최초 '항공모함 도입' 선언…40년 만에 꿈 이루나

등록 2020-08-16 09:00:00   최종수정 2020-08-18 14: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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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김영삼 정부 때 시작된 '대양해군' 꿈

일본 독도 영유권 도발에 '경항모' 도입 제안

항공모함 보유 여부가 미래 전투 역량 좌우

군 "적 중심에 병력과 공중 강습 전력 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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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경항공모함 예상도. 2020.08.14. (그림=국방부 제공)

※ '군사대로'는 우리 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박대로 기자를 비롯한 뉴시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군의 이모저모를 매주 1회 이상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군이 창설 후 처음으로 항공모함을 도입한다고 선언했다. 항공모함 실전 투입 시점은 2030년 초·중반이 될 전망이다. 1996년 김영삼 정부 때 시작된 대양 해군의 꿈이 40년 만에 실현되는 것이다.

국방부는 최근 향후 5년의 군사력 건설과 전력운영 계획을 담은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며 "초국가·비군사적 위협을 포함한 전방위 위협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고 한반도 인근 해역과 원해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기 위한 경(輕)항모 확보 사업을 2021년부터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항공모함이 실전에 투입되는 시점은 2033~2034년으로 예상된다.

항공모함이 실제로 투입되면 해군은 약 40년 만에 꿈을 이루게 된다.

1996년 안병태 당시 해군 참모총장은 한국군 역사상 최초로 경항공모함을 도입하자고 제안했고 김영삼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해군 지휘부가 항공모함 도입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본과의 독도 영유권 갈등이 있었다. 1996년 당시 일본 외무상이었던 이케다 유키히코(池田行彦)가 기자회견을 통해 "독도는 국제법적 측면에서 일본 영토의 일부"라는 성명을 발표하자 국민의 반일 감정이 고조됐다.

이에 김 대통령은 일본 해상자위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물었고 안 총장은 한국형 항공모함 확보가 시급하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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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23일 필리핀해에서 진행된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함(CVN-71)과 니미츠함(CVN-68)의 훈련 모습이 담긴 사진을 트위터에 게재했다. (사진=미 인도태평양사령부 트위터) 2020.06.24. [email protected]
하지만 해군의 항모 도입 추진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반대에 직면했다. 중기계획에 포함됐던 경항모 건조 연구개발비도 전액 삭감됐다. 당시 국방부와 합참은 "한반도 자체가 불침항모(不沈航母)"라며 우리 군에 항공모함은 필요 없다며 반대했다.

이후 40년 세월이 흘러 해군이 드디어 확보하게 될 항공모함은 바다 위에서 항공기를 전개하고 유지·보수할 수 있는 일종의 '해상 항공 기지'다. 항공모함을 보유한 군대는 육상 기지를 확보하지 못한 지역에서도 항공기를 배치할 수 있다.

항공모함은 먼 바다에서 적에게 접근해 항공기를 발진시켜 공격한다. 공격 후에는 항공기를 복귀시켜 위치를 노출하지 않고 퇴각한다.

항공모함을 보유할 경우 지구의 대다수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 핵무기를 제외하면 항공모함만큼 원거리에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게다가 항공모함은 임무 수행 후 복귀한 전투기에 연료를 재공급할 수 있다. 반면 육지에서 이륙한 전투기는 처음 출동할 때 채운 연료만으로 이동하고 공격하고 복귀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항공모함에서 전투기를 띄우면 모기지 왕복 시간을 줄여 출격 횟수를 늘릴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항공모함 탑재기는 일반 전투기에 비해 더 빠르게, 더 자주, 더 멀리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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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23일 필리핀해에서 진행된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함(CVN-71)과 니미츠함(CVN-68)의 훈련 모습이 담긴 사진을 트위터에 게재했다. (사진=미 인도태평양사령부 트위터) 2020.06.24. [email protected]
항공모함은 위치가 노출된 육상 기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존성이 크다. 사전에 위치가 노출되지 않은 해상에서 진입하므로 적의 대공 방어에 덜 취약하며 기습 효과도 크다.

또 항공모함은 이지스 구축함과 잠수함, 초계기 등으로 구성된 해상기동부대를 지휘 통제함으로써 해상에서 대잠·대공·대함 위협에 대응한다. 항공모함은 상륙군 병력과 장비, 물자를 수송할 수 있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군사력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투입할 수 있다.

10여년 뒤 모습을 드러낼 우리 군 첫 항공모함은 3만t급 규모로 병력·장비·물자 수송능력을 보유할 예정이다. 항공모함에는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를 비롯해 공격헬기, 기동헬기 등이 탑재될 예정이다.

항공모함은 해양 분쟁 발생 해역에 투입돼 해상기동부대 지휘함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독도와 이어도는 물론 2028년 한일 공동개발 협정이 만료되는 제7광구 등 갈등이 예상되는 해역에서 항공모함이 주변국을 견제하게 된다. 항공모함은 해양 분쟁이 표면화됐을 때 전력을 과시함으로써 도발을 억제하고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또 해외에서 재해·재난이 발생하면 항공모함이 재외국민 보호와 해난사고 구조작전에 참여한다. 우리 상선의 주요 항로인 말라카 해협 등지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항공모함이 현지로 가 상선들을 호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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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롄=신화·AP/뉴시스】 중국 최초의 국산 항공모함 001A함이 13일 랴오닝성 다롄 근해에서 시험운항하고 있다. 사진은 신화통신이 제공했다. 2018.05. 14
해난 사고가 발생하면 헬기와 보트로 환자를 실어와 항공모함 내 수술실에서 처치할 수 있다. 해외에서 자연 재해와 내전 등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항공모함이 근처 공해로 이동해 재외교민을 대피시킨다.

항공모함 도입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도 연관이 있다. 전작권 전환 후 우리 항공모함이 미국 항공모함 등과 연합 작전을 펼 수 있다.

항공모함이 이처럼 위력적인 무기체계지만 충분한 전투기를 탑재한 항공모함을 운용할 수 있는 국가는 얼마 되지 않는다. 항공모함을 운용하는 나라는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이탈리아·인도·태국·브라질 등 9개국(23척)이다.

대형 항공모함은 미국만이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니미츠급 항공모함 10척과 2017년 취역한 새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 1척 등 11척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정규 항공모함 전단을 운용하는 나라는 미국 하나다. 어떤 나라도 미 해군의 항공모함 전력을 따를 수 없는 실정이다.

중형 항공모함 보유국은 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인도, 경 항공모함 보유국은 브라질·이탈리아·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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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스카=교도통신·AP/뉴시스】일본 해상 자위대의 최대 호위함 이즈모(いずも) 함이 미군 함정 보호 임무를 위해 1일 가나가와 현의 요코스카 기지를 출항하고 있다. 2017.05.01 
항공모함에 가까운 2만t급 상륙함을 운용(예정)하는 국가는 스페인·호주·일본이다. 대형 상륙함을 사실상의 항공모함으로 분류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3번째로 항공모함을 운용하는 나라가 된다.

우리나라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의 항공모함 전력 증강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미완성 항공모함을 구입해 2012년 랴오닝함을 마련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첫 국산 항공모함인 산둥함을 취역시켰다. 중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30년까지 항공모함 4척, 이지스급 함정 30여척, 핵추진 잠수함 22척을 확보할 계획이다.

일본은 2015년과 2017년 취역한 이즈모급 헬기 탑재 호위함 2척을 F-35B 스텔스 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게 개조하고 있다. 개조 완료 시점은 2023년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일본은 2020년대 중반까지 이지스함 8척, 디젤잠수함 25척을 보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리나라 해군력은 주변국에 비해 양적·질적으로 열세다. 함정톤수는 중국의 22% 일본의 42% 수준이다. 함정척수는 중국의 29% 일본의 79% 수준이다. 해군 보유 항공기 역시 중국은 450여대, 일본은 210여대인데 우리는 70여대만 보유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경항모는 해상기동부대를 지휘하면서 복합전을 수행해 대북 해양 우세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다"며 "해상 작전 뿐만 아니라 적의 전략적 중심에 병력과 공중 강습 전력을 투사함으로써 지상과 공중에서의 합동 작전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위협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점증하고 있는 초국가·비군사적 위협, 잠재적 위협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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