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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10분간 압박해 고유정 의붓아들 숨졌는데, 범인은?

등록 2020-11-05 11:47:19   최종수정 2020-11-05 11: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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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초등수사 부실, 결국 영구미제로 남아

'스모킹 건' 찾지 않는한 재수사도 힘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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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7·여)이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당시 의붓아들 사건을 수사했던 충북 경찰의 초동 대처 미흡이 영구미제 사건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5일 오전 살인·사체손괴·사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의 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고유정의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구체적으로 "의붓아들이 고유정의 고의에 의한 압박 행위가 아닌 함께 잠을 자던 아버지에 의해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설령 의붓아들이 고의에 의한 압박으로 사망했다고 해도 그 압박 행위를 피고인이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망원인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상고 기각했다.

고씨는 지난해 3월2일 충북 청주의 자택에서 잠을 자던 의붓아들 A(당시 5세)군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전 남편 살인 사건과 병합됐다.

1심에선 고유정의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고유정이 A군에게 수면제를 먹였거나 직접 몸으로 누른 것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불면증 치료제를 복용 후 깊이 잠든 B씨가 A군의 머리를 눌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범행 시각에 고유정이 깨어 있었는지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으며 당시 남편 B(38)씨와 다투긴 했으나 A군을 살해할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봤다.

2심도 고유정이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 함께 잠을 자던 B씨의 다리 등에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그는 지난해 5월25일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전 남편(당시 36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바다와 쓰레기 처리시설 등에 버린 혐의로 먼저 재판에 넘겨졌다.

고씨의 의붓아들 사망사건을 담당한 청주상당경찰서는 지난해 9월30일 6개월간 장기간 수사 끝에 고씨를 살인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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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도구 등 직접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다수의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고씨를 최종 피의자로 지목했다.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된 현 남편 B(38)씨는 '혐의없음' 결론을 냈다.

경찰이 제시한 증거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약물 감정 결과와 범행 전후 고씨의 행적,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의 수사자료 분석, 전문가 의견 등이다.

다수의 프로파일러와 전문가는 고씨가 의붓아들을과 전 남편을 새 결혼생활에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차례로 살해한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경찰은 고씨가 전 남편 살해 수법과 유사하게 카레 또는 차 등의 음식에 수면제 성분을 넣은 뒤 B씨가 잠들면 침대에 엎드려 잠을 자던 A군의 얼굴을 눌러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A군이 10분 넘는 외부 압착에 의해 숨졌다는 소견을 냈다. 경찰은 옆에서 잠을 자던 B씨의 다리에 A군이 눌렸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으나 B씨 체모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점을 토대로 수사의 축을 고씨로 틀었다.

경찰은 고씨의 휴대전화에서 A군이 숨진 시각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3월2일 오전 5시께 고씨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정황도 포착했다. 고씨는 A군이 숨지기 전인 2018년 11월과 지난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B씨에게 '잠을 자면서 몸으로 (옆 사람을) 누르는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고씨는 또 A군이 숨지기 8일 전 자택 PC로 '질식사'를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씨는 이를 통해 '베개 질식살해' 관련 기사를 봤다. 경찰이 여러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고씨를 최종 피의자로 판단한 이유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선고로 의붓아들 사망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채 결국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다.

전문가들은 사건 초기 경찰이 수사 방향을 잘못 설정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서원대학교 김영식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간이 많이 지나면서 여러 증거가 없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초기 수사 방향이 결정적이이었다"면서 "유력한 증거가 나타난다면 재수사가 이뤄질 수 있겠지만,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돼 재수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충북지방경찰청 관계자도 "범죄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나온다면 재심 신청이 가능하겠지만, 현재는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제주의 친할머니 집에서 지내던 A군은 지난해 2월28일 청주에 왔다가 변을 당했다. 2017년 11월 재혼한 고씨 부부는 사고 직전 A군을 고씨의 친아들(6)과 함께 청주에서 키우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B씨가 전처 사이에서 낳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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