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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팜스킨 곽태일 "코로나 뚫고 韓 글로벌 스킨케어 기업 도약 꿈"

등록 2020-12-21 13:56:51   최종수정 2020-12-28 10: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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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대표, 미국 포브스 '2020년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유통·전자상거래 부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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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킨 곽태일 대표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요즘 팜스킨 곽태일(29) 대표는 국내 소비자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2017년 창업 후 미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두바이, 사우디 등 50여 개국에 화장품을 수출하며 승승장구했다. 국내 매출은 2~3%에 불과했지만, 수출 비중이 97%에 달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매출 200억원은 문제 없겠다"고 자신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물거품이 됐다. "나라별 수출 의존도가 없는 기업을 만들어야 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아마존 등 온라인 매출은 늘었지만 백화점, H&B스토어 등 오프라인 매장에선 팜스킨 제품이 거의 다 빠진 상태다. 올해 초 중국 왓슨스에서 50억원 가량 발주를 받았는데 수출길이 막혀 점점 생산을 미뤘다. 그 때 제품을 다 생산했으면 파산했을지도 모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를 한 번 겪고 나니 국내 고객 중요성을 더욱 실감했다. 미국 사람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한국이 만든 글로벌 스킨케어 기업'으로 이름을 알리고 싶다."

팜스킨은 국내 농가에서 버려지는 젖소 초유를 활용해 화장품을 만들고 있다. 곽 대표는 건국대학교 축산학과 재학 시절 선후배 4명과 함께 젖소 초유 가공 기술을 개발했다. 2018년 이 기술로 만든 초유원료는 국제화장품원료집(ICID)에 미용제품 원료로 등재됐다. 처음에는 '약국 화장품'으로 불리는 더마 화장품을 지향했지만, 기존 병원과 제약회사 제품이 워낙 많아 경쟁이 쉽지 않았다. 곽 대표는 팜스킨이 나아갈 방향을 다시 정했다. 먼저 환경·유전적으로 피부가 안 좋은 사람을 타깃으로 삼았다. 원래 스킨케어에 관심이 없거나, 악조건에서 근무하는 이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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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킨 두윗 아보카도 오일
특히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이들을 주목해 '두윗' 라인을 론칭했다. 주력 제품은 '실외 액티비티 에디션' 6종이다. 초유와 아보카도가 주성분이다. 곽 대표는 "피부 걱정없이 운동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면서 "처음 등산을 갈 때 바람막이, 가방, 모자 등을 사지 않느냐.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선 선크림도 꼭 발라야 한다. 등산, 러닝, 필라테스 등을 할 때 두윗 제품을 필수로 챙기도록 하는 게 목표다. 올 여름에 두윗을 론칭했는데 아직까지 많은 고객들이 몰라줘 짝사랑 중"이라며 웃었다.

"팜스킨 제품은 모든 직원들이 직접 써본 뒤 출시한다. 그중 '두윗 아보카도 크림'은 직원 만족도가 가장 높다"며 "미국 시카고로 출장 갔을 때 호텔에서 수영 후 온 몸이 빨갛게 됐다. 물에 석회질이 많아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고 너무 따가웠다. 두윗 아보카도 크림을 발랐는데 다음날 바로 진정됐다. 보습,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데 국내 소비자들이 몰라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두윗 제품은 다음달 롭스, 랄라블라 등 H&B스토어에 입점한다. 베이비 스킨케어 라인 프롬맘은 백화점, 면세점, 산부인과, 산후조리원 등에서만 판매할 계획이다. 국내 1위 H&B스토어인 올리브영 입점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의외였다. 쿠팡 등 온라인몰에서 팜스킨 제품을 팔지 않는 이유도 있다.

곽 대표는 "고객과 공급·소비자와 상생하고 친화적인 곳에서 팜스킨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며 "가맹점보다 온라인몰에서 제품을 싸게 팔면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브랜드 자체가 망가진다. 사람 욕심이 끝이 없다고는 하지만, 특정 제품 하나씩 스토리를 풀어나가고 소비자들에게 소개할 것"이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올해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결정했다. 판매채널을 다각화하면 매출은 오르겠지만, 고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했는데 또 다른 고객에게 문제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올바르게 커 가는게 더 중요하다"며 "초유는 귀한 소재인데 모든 곳에서나 존재하면 희소성이 없지 않느냐. 다이아몬드를 9900원에 팔면 소비자들은 큐빅으로 여길 수 밖에 없다. 진정성있게, 그리고 즐겁게 물건을 팔고 싶다. '요구르트 아줌마'처럼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고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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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수출 어려움은 어느 정도 해소한 상태다. 곽 대표는 10월 비대면 디지털 분야 청년 창업 경진대회 '청청콘' 행사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중기부와 해양수산부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배경이 됐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국적선사 HMM은 '수출 물류 핫라인'을 개설해 중소기업 긴급 수출화물 선적 공간을 우선 배정했다.

곽 대표는 "이 협약으로 두 달간 기다렸던 수출 물량을 원만히 해결했다"며 "예약하면 컨테이너 선적 공간을 무조건 확보해줘 수출난 해결에 도움이 많이 됐다. 발주 5만주 테스트 후 15만를 주는 등 점점 신뢰도를 쌓아가고 있다. 그래도 내년 말쯤은 돼야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곽 대표는 4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2020년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유통·전자상거래 부문에 선정됐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인정 받았지만, 비대면 시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리브랜딩했다. 브랜드 방향성이 확실해진 만큼 "국내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시간 싸움"이라며 "스킨케어를 넘어 운동으로 '웰니스'(웰빙과 건강 합성어로)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파트너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해외에서도 브랜드의 진정성있는 스토리가 통했다. 품질이 좋은 만큼 믿고 쓸 수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피부 트러블이 생기면 바로 고소하는데, 아직까지 빅컴플레인이 한 건도 없다. 제품 비주얼도 직각적이고 친환경적이다. 화장품 용기는 종이보다 재활용률이 높은 패트를 사용하는 등 소비자들이 공감할 만한 요소가 많다. '고객에 집중해야 한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초심을 잃지 않고 국내 소비자들에게 '농장에서 온 재료로 피부를 이롭게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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