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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연배의 이야기와 함께하는 와인]전쟁도 멈추게한 '크리스마스 캐럴'

등록 2020-12-25 06:00:00   최종수정 2020-12-25 07: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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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2020.12.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그 해 9월, 벨기에를 통해 프랑스를 침공한 독일군이 제1차 마른강 전투에서 패배하자 전선은 엔강 계곡근처의 서부전선에서 고착화 된다.

독일군과 이에 맞선 영국-프랑스 연합군이 전선을 따라 서로 참호를 파고 3개월 정도 대치하고 있던 1914년 12월의 크리스마스이브, 그때까지 치열하던 총성이 갑자기 멎고 독일군 진영의 어디에서인가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려왔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소리가 들리는 독일군 진영에는 이미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지고 주변엔 촛불도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그러자 영국군 진영에서도 이에 화답하는 캐럴이 조용히 울려퍼졌다. 이어 다시 독일군 진영에서도 번갈아 노래가 흘러나왔고 곧 양쪽 진영이 각자의 언어로 함께 노래하는 합창으로 변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양측 병사들은 서로에게 큰 소리로 크리스마스 축하 인사를 건넸고 드디어는 모두 참호에서 나와 중간지대에서 서로 와인과 음식, 담배, 단추나 모자 같은 작은 기념품을 주고 받았다.

이어 양측이 정식으로 만나 하루 간의 휴전을 갖기로 합의하고 그 다음날인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양 진영이 축구경기를 하기도 했다. 이른바 '크리스마스 휴전'으로 불리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이 이야기는 2005년 'Merry Christmas/Joyeux Noel'이라는 영화로 만들어 지기도 했다. 그때로부터 100년이 되는 2014년에는 양측이 이 날을 기념하여 친선 축구경기를 했는데 영국군이 1:0으로 독일군을 이겼다.

100여년 전의 어느 전쟁터에서 일어난 단 하루의 휴전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올 한해 여러 가지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많은 사람들에게 치유의 힘을 주는 따뜻한 이야기다.

서양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에서 연말에 이르기까지 약 2주 동안은 특히 와인을 많이 마신다. 이 기간 동안 마시는 와인의 판매량을 보더라도 연중 2주일간 평균의 거의 2배를 마신다.

하지만 마시는 와인의 종류는 달라서 크리스마스때에는 주로 레드 와인에 각종 향신료와 과일을 넣고 끓여 마시는 '멀드 와인(Mulled Wine)'을 마시는 풍습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뱅쇼(Vin Chaud), 독일에서는 글루바인(gluhwein)이라 부르기도 한다.

영국가수 클리프 리챠드가 부른 'Mistletoe and Wine'이라는 노래도 서양의 이러한 와인 풍습을 모티브로 삼았다. 가사의 내용도 한 해를 보내면서 서로 믿고 베풀고 용서하고 좋지 않은 것은 잊고, 미워하지 말고,  싸우지 말고, 서로 사랑하자라는 내용이다.

연말 행사나 새해를 맞는 'New Year’s Eve'의 파티에서는 흔히 샴페인으로 알려진 스파클링 와인을 주로 마신다. 새해가 오는 것을 카운트다운하는 행사에서도 새해로 넘어가는 순간 함께 샴페인을 터트리면서 축하한다.

하지만 새해를 맞으면서 샴페인을 마시는 풍습은 사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1800년대 초반까지는 주로 새해 전날밤을 새우면서 모닥불을 피우거나 교회에서 종을 울리는 행사를 했다. 일반 가정집에서는 자정이 되기까지 이웃과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거나 함께 와인을 마셨다.

샴페인을 마시기 시작한 것은 1800년대 중반부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발포성인 샴페인 터지는 소리가 축포와 같은 역할로 축하연이나 행사 등에서 쓰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새해 행사의 상징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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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변연배 와인칼럼니스트.
“한번 생각해 보세요. 바로 몇 시간 전에, 제가 그렇게 죽이려고 애썼던 바로 그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을… 정말 굉장하죠?”

1914년의 크리스마스 휴전을 직접 겪은 병사가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한 말이다. 서로의 입장이 달라 올 한 해 가졌던 서운함이나 분노가 있었더라도 가는 해와 함께 다 잊어버리고, 밝아오는 새해에는 서로 좀 더 이해하고 포용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코로나19로 답답하고 힘든 아픔의 시대지만, 막막한 참호에서 서로 총부리를 겨누던 100년전의 전쟁터보다는 낫지 않은가.

▲와인 칼럼니스트·경영학 박사·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 임원. [email protected]

※ 2021년 새해 [변연배의 이야기와 함께하는 와인]이 격주 연재됩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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