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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여성 인권운동가, 反테러 혐의로 징역 5년8개월(종합)

등록 2020-12-29 11:24:26   최종수정 2021-01-04 09: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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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왕세자 치적 내세우는 개혁 관련 행동주의 때문에 유죄 받는건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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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우디아라비아 여성 인권 운동가인 로우자인 알하틀로울(31)이 28일(현지시간) '테러와 국가 안보 전담 법원'인 특수형사법원(SCC)에서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 5년8개월을 선고 받았다. 사진은 알하틀로우 페이스북 갈무리. 2020.12.29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인권 운동가인 로우자인 알하틀로울(31)이 28일(현지시간) '테러와 국가 안보 전담 법원'인 특수형사법원(SCC)에서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 5년8개월을 선고 받았다고 알자지라와 CNN, 미국 공영 NPR 등이 사우디 국영 사브크(Sabq)방송과 알하틀로울 가족의 성명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SCC는 알하틀로울의 출국도 5년간 금지했다. 다만 SCC는 알하틀로울이 3년간 보호 관찰을 받는 조건으로 징역형 2년10개월의 집행은 유예했다. 알하틀로울이 30일 이내 항소할 수 있다. 항소하지 않으면 복역한 기간을 제외하고 3개월 뒤 석방될 수 있다. 다만 보호 관찰 기간 불법 행위를 저지르면 체포될 수 있다.

사바크는 "알하틀로울이 변화를 선동하고, 외국 의제를 추구하고, 공공질서를 저해하는 데 인터넷을 활용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고 보도했다.

알하틀로울의 자매인 리나는 이날 성명을 내어 "내 자매는 테러방지법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았다"며 "그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행동주의자다. MBS(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치적으로 내세우는 개혁 관련 행동주의 때문에 유죄를 받은 것은 위선"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매가 오는 2021년 3월 풀려날 수 있다"면서 "알하틀로울과 검사 모두 항소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알하틀로울은 여성의 이동 자유 등을 억압해온 '남성 후견인법' 등의 철폐를 요구해온 몇 안 되는 사우디 여성 중 하나다. AFP통신은 익명의 행동주의자를 인용해 알하틀로울이 사우디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여성주의자)라고 보도했다.

알하틀로울은 지난 2018년 5월 여성 운전 금지법 위반자 일제 단속에 적발돼 다른 여성 활동가 최소 12명과 함께 구속됐다. MBS가 여성 운전을 합법적으로 허용하기 불과 몇주 전이다. 알하틀로울은 2014년에도 여성 운전 금지법과 남성 후견인법 폐지 등을 요구하며 직접 차를 몰아 구금되기도 했다.

알하틀로울의 재판은 당초 지난달 형사법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남성 후견인법에 대한 행동주의, 외국 언론 및 국제인권단체와 인터뷰, 영국을 비롯한 유럽 외교관과 접촉, 유엔에 구직 신청, 구금 경험을 이력서에 기재 등 일련의 활동이 불리한 정황이 돼 SCC로 이관됐다.

알하틀로울 가족이 공개한 기소장에 따르면 사우디 검찰은 "알하틀로울이 정부에 법과 제도를 바꾸도록 압력을 가하고자 외국 정부, 단체와 관계를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NRP에 따르면 알하틀로울은 MBS 유럽 방문 시기에 맞춰 영국과 유럽연합(EU) 등의 대사관과 자신의 활동과 관련한 연락을 주고 받았다.

인권단체인 ALQST는 알하틀로울의 재판이 총체적인 법적 결함 속에 진행됐다고 힐난했다. 국제엠네스티는 지난달 "SCC가 반대를 억누르기 위해 흠결이 있는 재판으로 과도한 징역형을 선고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미국변호사협회(ABA)도 지난해 "SCC가 지난 2008년 테러범 기소를 위해 설립됐지만 관할 대상이 반체제 인사, 종교적 소수자, 인권운동가로 빠르게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알하틀로울 가족과 지자자들은 알하틀로울이 수감 도중 물고문과 채찍질, 감전 등 성폭력과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알하틀로울은 부당한 처우, 친척과 의사소통 제한 등에 반발해 두차례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체포 직후 7주간 그 누구와도 연락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사우디 당국이 지난해 성폭력과 고문을 부인하는 대가로 석방을 제안했지만 알하틀로울이 거부했다고 가족들은 주장했다. 알하틀로울이 MBS 최측근인 사우드 알카흐타니 수석고문 앞에서 고문을 받았다는 주장도 내놨다.

하지만 사우디 정부는 고문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SCC 판사도 증거 부족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알자지라는 사우디 당국이 알하틀로울 남편에게 이혼을 강요했다는 보도가 있지만 확인할 수 없다고도 했다.

국제엠네스티 등 인권단체와 유럽 등 서방이 알하틀로울을 비롯한 여성 인권운동가의 석방을 요구했지만 사우디는 유죄를 선고했다.

미국 공영 NPR는 알하틀로울의 석방이 내년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이후 미국과 사우디간 초창기 대립 완화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MBS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관계 재설정을 예고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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