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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전부였던 화가 장욱진 "집도 작품이다"

등록 2021-01-08 05:00:00   최종수정 2021-02-22 13: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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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랑, 장욱진 30주기 기념전

'집, 가족, 자연 그리고 장욱진'전 13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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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욱진, 가족도, 1972, 캔버스에 유채, 7.5×14.8cm, 사진=현대화랑 제공. 2021.1.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집’, ‘가족’, ‘자연’은 '장욱진'이다.

장욱진(1917~1990)은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독보적 회화 세계를 펼친 작가로 꼽힌다. 그는 일상적 이미지를 정감 있는 형태와 독특한 색감으로 화폭에 그려냈다.

늘 "나는 심플하다"고 강조하며 단순함의 미학과 소박한 삶을 추구했다. 그 이상향이 그의 작은 그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새해, 그의 단순하고 천진난만한 그림을 볼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코로나19 장기화속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을 잠시 떨칠수 있는 청량한 그림들이다.

서울 삼청동 현대화랑은 장욱진 화백의 30주기를 기념, '집, 가족, 자연 그리고 장욱진' 전을 오는 13일 개막한다.

장욱진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대표작 50여 점을 엄선했다.이 전시를 위해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과 장욱진미술문화재단이 후원, 일진그룹과 연미술이 협찬했다.

현대화랑은 1978년 '장욱진 도화전'을 시작으로 인연을 이어왔다. 1979년 '장욱진 화집 발간 기념전', 1999년 '장욱진의 색깔 있는 종이 그림', 2001년 장욱진 10주기 회고전 '해와 달 · 나무와 장욱진', 2004년 이달의 문화인물 '장욱진', 2011년 '장욱진 20주기 기념전' 등의 전시를 선보였다.

 
집도 작품이다
이번 전시는 장욱진 작품 세계를 구성하는 집, 가족, 자연이라는 주제에 주목했다.

초기작부터 말년의 작품까지, 그림은 격동의 시대를 살아냈던 한 예술가의 시대정신이 녹아있다. 

사각과 삼각형의 간결한 형태로 그려진 ‘집’은 전쟁 이후 황폐해진 환경에서 나와 가족을 보호하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덕소, 명륜동, 수안보, 신갈 등 시대별 각 작업실을 기준으로 그의 작업 양상을 논할 정도로 장욱진의 작품과 집(아틀리에)은 불가분의 관계다.

 ‘가족’은 전업 작가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심적으로 물적으로 도와준 고마운 존재이자, 그 자체로 사랑과 행복의 감정을 표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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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욱진, 가로수, 1978, 캔버스에 유채, 30×40cm, 사진=현대화랑 제공.2021.1.07. [email protected]

목가적 정취로 가득한 ‘자연’은 집과 가족의 보금자리이자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평화의 장소로, 작가의 도가적 세계관을 암시하는 곳이다.
   
장욱진에게 ‘집’은 가족과 생활하는 안식처이자, 작가의 예술적 영혼이 깃든 아틀리에였다.

그는 화백이나 교수보다 집 가(家)자가 들어가는 ‘화가(畫家)’란 말을 가장 좋아했으며 “집도 작품이다”고 즐겨 말하곤 했다고 알려져있다.

장욱진은 한적한 시골의 오래된 한옥과 정자를 손수 고쳐 아틀리에로 탈바꿈시켰다.

1963년 양주 한강 변에 지은 덕소 화실, 1975년 낡은 한옥을 개조한 명륜동 화실, 1980년 농가를 수리한 충북 수안보 화실, 1986년 초가삼간을 개조한 용인 마북동 화실이 그곳이다.

그의 화실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을 관찰하며 예술의 본질에 다가가려 노력한 예술가의 흔적을 잘 간직하고 있다. 장욱진의 작품에는 세월에 따라 그가 머문 ‘집’의 모습이 포착된다.

‘집’과 공간, 나아가 건축에 대한 장욱진의 관심은 그림의 조형적 질서와 구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집 혹은 나무를 중심으로 해와 달, 두 아이가 자연스럽게 좌우 대칭을 이루는 구도를 자주 사용했고, 화면에 타원형이나 사각형 등의 기하학적 공간을 별도로 구성했다.

'나는 심플하다'라는 장욱진의 자기 고백이 작고 간결하지만, 응집력 강한 화면으로 표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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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욱진, 얼굴, 1957, 캔버스에 유채, 40.9×31.8cm 사진=현대화랑 제공. 2020.1.07. [email protected]
  가족, 사랑의 마음을 담아
장욱진은 아버지-어머니-아이들로 구성된 가족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그렸다.

그의 그림에서 가족은 작은 집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거나, 자연 속을 산책하거나, 한가로이 농촌 생활을 즐기는 모습이다.

전업 작가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심적으로 물질적으로 성심껏 도와준 자신의 가족을 그린 것이자, 사랑과 행복의 감정을 상징하는 존재들이다.

생전 작가는 가족을 향한 자신의 사랑이 오직 그림을 통해 이해된다고 강조하곤 했다. 또한 개인전을 결혼기념일이 있는 4월과 부인의 생일이 있는 9월에 열며 그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1941년 이병도 박사의 맏딸 이순경과 결혼해 가정을 이룬 그는 6명의 자녀를 둔 대가족의 가장이었다.

1960년 서울대 미술대학 교수직을 사임하고 본격적으로 전업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덕소에 작업실을 만들어 12년간 혼자 생활하며 오직 그림 그리기에 매진한 것이다. 그의 아내는 서점을 운영하며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도맡았다.

장욱진은 사람뿐 아니라, 소와 돼지, 닭 등 주변 동물을 그릴 때도 ‘가족’을 강조했다.

어미 소 아래에서 젖을 먹는 송아지, 마당을 뛰놀거나 하늘을 나는 어미 새와 새끼 새 등 어미와 새끼를 함께 그려 동물의 가족을 묘사했다. 뒷동산에서 한가로이 노는 어른과 아이, 소와 돼지 그리고 하늘을 유유히 나는 새 가족의 모습은 장욱진이 우리에게 제시한 자연 속 가족의 이미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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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욱진, 자화상, 1951, 종이에 유채, 14.8×10.8cm 사진=현대화랑 제공, 2020.1.07. [email protected]
자연, 화가가 꿈꾼 이상향
장욱진의 작품에는 목가적이고 낭만적인 정취로 가득한 ‘자연’의 모습이 등장한다.

자연은 늘 영감의 원천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집과 아틀리에 주변을 산책하며 하루를 시작한 그는 자연에서 전쟁으로 떠난 고향과 어린 시절에 관한 향수를 느꼈다.

에세이 '강가의 아틀리에'에서 그는 자신이 ‘자연의 아들’이라 고백한다.

“태양과 강과 태고의 열기를 뿜는 자갈밭, 대기를 스치는 여름 강바람-이런 것들이 나 역시 손색없는 자연의 아들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이럴 때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공허하지 않다. 자연의 침묵이 풍요한 내적 대화를 가능케 한다.”


장욱진의 작품에서 자연은 인간과 동물을 품고 서로 다른 세계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조화를 이루는 장소다.

 그 안에 작은 집이 있고, 가족이 모여 있고, 큰 나무가 자라고, 동물이 산다. 작가는 시끄럽고 번잡한 도시를 떠나 덕소, 명륜동, 수안보, 신갈 등으로 자리를 옮기며 삶과 예술의 터전을 마련했고, 그곳의 비, 달, 바람까지도 사랑하며 주변의 풍광을 동화적인 모습으로 그려냈다.

원근과 비례가 자유로운 자연의 묘사에서 작가만의 풍류와 순수함이 도드라진다. 그의 그림 속 푸르른 생명력을 간직한 풍경은 자연과 벗하며 살기 원한 화가의 또 다른 초상이자 원초적 이상향이다.

장욱진의 대표작 50여 점을 한자리에서 만나볼수 있는 이번 전시는 해학과 자유, 순진무구함이 깃든 그의 아름다운 조형 언어를 재확인하는 자리다.

코로나 시대 거리두기 사회속 탓일까. 가족과 단란한 그의 집, 가족, 자연 그림이 더욱 동화속 세상같은 분위기를 전한다.  전시는 2월28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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