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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터뷰]정해연 작가 "스릴러 의미는 경고...그 메시지 전하는게 내 역할"

등록 2021-02-13 06:00:00   최종수정 2021-02-22 09: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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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릴러 대표 소설가...최근 '구원의 날' 출간

"국내도 인기지만 K 장르소설은 해외서 더 주목"

"가정 범죄물 주로 작업...인간 본성 이야기 쓰고 싶어"

'2013년 데뷔후 매년 꾸준 작업...비결은 루틴의 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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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정해연 작가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민음사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2.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소심한 O형. 덩치 큰 겁쟁이. 호기심은 많지만 그 호기심이 식는 것도 빠르다.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외향적이라고 알려진 O형인데 소심하고, 쉽게 겁먹지 않을 것 같이 덩치가 큰데 겁쟁이. 호기심은 많지만 금방 사그라지는. 아이러니를 품고 있는 이 문장들은 한국 스릴러를 대표하는 소설가 정해연의 자기소개 글이다.

최근 장편소설 '구원의 날'을 펴낸 정해연 작가를 만났다. 훤칠한 키에 밝은 분위기를 이끌어가면서도 답변 하나하나에 말의 무게를 느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구원의 날'은  아이가 사라진 후 붕괴된 가정과, 애정과 관심이 결핍된 아이의 동행을 그렸다. 이들의 관계를 통해 현재 한국의 사회문제를 작품에 녹여냈으며, 동시에 폐쇄적인 사이비 단체와의 대치로 긴장감을 일으켜 장르적 재미를 준다. 실종된 아들 선우를 찾기 위한 부부의 이야기를 그렸다. 선우를 본 적 있다는 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 아이의 이야기를 따라 사이비 종교 시설을 찾아 전전한다. 가족이기에 상처를 줄 때도 있지만, 또 가족이기에 서로를 용서하고 함께하는 이들을 통해 그 한 가지 답을 보여준다.

스릴러 장르 소설은 마니아층을 넘어너 점점 독자층을 확대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스릴러 장르 작가는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정 작가는 "국내도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확실히 해외 쪽에서 더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에세이나 일반 문학 쪽에서는 해외 출간이 흔한 일이었는지 몰라도 장르소설에서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서미애 작가, 도진기 작가, 김재희 작가 등 여러 작가의 작품이 아시아권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굉장히 큰 관심을 받아 많이 출간되고 있다. 저도 그 혜택을 보고 있지 않나 싶다."

정 작가는 "예전부터 국내에서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 있었지만 사실 그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 그분들의 애정을 받아 성장하고 있는 요즘에는 미디어에서도 관심을 가져주고 독자층도 다양해진 것 같다"고 했다.

"최근에는 드라마에서도 범죄 관련 장르 드라마가 많이 생기다 보니까 소설에서도 그런 걸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생겨난 것 같다. 로맨스 장르가 강세였던 적이 있었다면 요즘에는 장르소설 쪽에 관심을 두는 분들이 많은 듯하다."

정 작가는 "아직 장르소설 시장이 컸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문학성이 높은 작품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보니, 당장 큰 영향력을 끼치지는 못한다해도 (인기와 관심은) 오랫동안 갈 것 같다"고 예측했다.

최근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으로 조영주 작가의 '혐오자살'을 꼽았다. 

정 작가는 "예전에는 장르소설이 문학성이 떨어진다고들 했는데, 이 작품이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라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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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정해연 작가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민음사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2.13. [email protected]

"왜 스릴러냐고요? 인간 본성을  다루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요"
정 작가에게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가 주 종목(?)이 된 이유를 물어봤다.

그는 "인간 자체, 인간 본성을 다루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인간의 본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은 자신의 인생이 뒤흔들리거나 목숨이 걸린 일에 마주했을 때. 이렇다보니 범죄를 다룬 스릴러 장르를 주로 쓰게 됐다"고 말했다.

정 작가의 작품에는 특히 가족, 가정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등장한다. 아동학대, 가정폭력, 부모는 아이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것인지 등 다양한 시사점을 던진다.

작가는 "가족끼리 더 따뜻해질 수도 있지만 사실 똑같은 말이라도 가족한테 들었을 때 더 큰 상처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는 가족이 더 잘못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상당히 많은 범죄자가 불우한 가정환경을 겪었다. 우리가 태어나 처음 만나는 사회가 가족이고, 그 안에서 해야 하는 역할도 있다. 한 구성원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최소의 집단이 가족이고 또 용서하고 보듬을 수 있는 것 역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작가에게스릴러란 어떤 의미인지 묻자, 정 작가는 "경고"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이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추악해지는구나, 이러지는 말자'라는 것을 소설 속 가장 극단적이고 불행한 이야기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꾸준한 출간의 비결? 매일 아침 9시, 컴퓨터 앞에 앉아
2013년 '더블'로 데뷔한 후 성실하게 작업해왔다. 

그동안 ▲악의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 ▲지금 죽으러 갑니다 ▲유괴의 날 ▲내가 죽였다 ▲너여야만 해 ▲두 번째 거짓말 ▲패키지 ▲구원의 날 등 단행본은 물론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그것들 ▲카페 홈즈에 가면 ▲귀문 고등학교 미스터리 사건 일지 ▲새로운 종의 탄생, 그것들 ▲카페 홈즈의 마지막 사랑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세상 모든 책들의 도서관 ▲단 하나의 이름도 잊히지 않게 등 소설집에 참여했다.

사이코패스의 서늘한 양면성을 다룬 데븨작 '더'은 중국과 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2016년 YES24 E연재 공모전 ‘사건과 진실’에서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대상을 수상했고 2018년 CJ E&M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으로 주최한 추미스 소설 공모전에서 '내가 죽였다'로 금상을 수상했다. '꽃미남 수사일지'와 '유괴의 날'은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꾸준히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비결을 묻자 "저는 루틴의 노예"라며 미소지었다.

 "오전 9시에는 컴퓨터를 켜야한다. 예전에 오랫동안 직장인 생활을 했었다. 그렇다보니 오전 9시에 딱 출근해서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점심시간, 오후 6시에 퇴근해야 한다. 그 사이에는 무조건 글을 쓰거나, 읽거나, 작업에 관련된 모든 일을 해야 하는 스타일이다."

평소 작품 집필과 관련된 취재 방식에 관해서도 물었다.

미스터리 스릴러 특성상 범죄를 다룬다는 점에서 형사, 재판, 언론 등에 대해 세밀히 알아야 작품에 담아낼 수 있다. 정 작가의 작품을 보면 일부 장면은 실제 겪은 것처럼 작은 디테일들이 녹아 있다. '패키지'에서 살인범과 그 부인이 같은 시간에 경찰서에 등장했을 때, 그들을 바라보는 언론을 담은 장면은 특히 그랬다.

정 작가는 "식구들 중에 형사도 있고 소방관도 있다. 장르소설 작가들이 많이 취재하고 싶어하는 직업군이 주변에 있긴하다. 그런데 제가 폐 끼치는 걸 굉장히 싫어하다보니, 뭔가 불편할 것 같아서 주변에는 잘 물어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 재판할 때 많이 가기도 하고 그림자 배심원 제도 같은 것도 활용한다. 강의 같은 게 있으면 가서 듣고 강연자 분들 연락처를 받아 여쭤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사실 창작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자료 조사를 하려면, 이렇게 부딪히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그래서 일부 기관 등에서 작품을 위한 취재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자문관을 둔다든지, 연결해줄 수 있는 장치가 있으면 참 좋겠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작가는 징크스처럼, 하나의 작품을 마치고 나면 어김없이 앓아눕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긴장을 안 한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모르게 긴장을 하는 것 같다. 앓아누울 때는 불행하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창작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거라고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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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정해연 작가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민음사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2.13. [email protected]

"어떤 작가가 되고 싶냐고요? 재미가 1번이죠"
정 작가는 독자들에게 어떤 작가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재미'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그는 "독자들은 이 책을 보기 위해 돈을 내고, 시간을 투자한다. 소설 안에 무엇을 담아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지만, 그 무엇을 담기 위한 그릇이 재미있어야 그 안에 담긴 음식(메시지)도 잘 전달된다고 생각한다"고 표했다.

정 작가는 "어느 날, 되게 재밌게 책을 읽고 나서 봤더니 작가가 '정해연'이었을 때, '이것도 정해연 작품이었어?'하고 재미있었다고 기억되는 책의 작가가 되고 싶다"며 "베스트셀러 차트에 이름이 올라가고 그런 것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로 기억됐으면 한다"고도 했다.

또 정 작가는 자신의 모든 작품에 대한 평을 남기는 한 독자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자주 책을 내거나, 내지 않거나 하더라도 항상 신간 소식이 뜨면 바로 읽고 어떤지 평을 남겨주는 분이 있다"며 "굉장히 감사한 마음이 있는데 제가 직접 댓글이라 이런 걸로 표현하지는 못했다. 그분이 제 작품을 보고 있다는 걸 알고, 또 그분의 리뷰 같은 걸 보고 있다는 것에 부담을 갖게 할 것 같아서. 그래서 지금까지 해오던 것을 못할 수도 있고, 나중에 저한테 실망할 수도 있으니까"라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물론 실망했다고 한 적도 있지만 (웃음), 그 분이 좋아하는 책을 사서 읽고 자유롭게 글을 남길 자유를 남겨둬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저는 어디에도 '감사하다'는 댓글은 달 수가 없다"면서도 "'커피좋아'님 감사합니다"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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