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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터뷰]정여울 "우울에서 놓여나는 과정 보여드리고 싶었다"

등록 2021-02-20 06:00:00   최종수정 2021-03-02 09: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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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수업 365' 출간

"제 상처 치유위했던 심리학이 공감과 연대로 바뀌어"

"차기작은 유토피아 '월든' 향한 여행과 사유 담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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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여울 작가. (사진 = 위즈덤하우스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코로나19 시국에서 저는 역설적으로 '감사할 일이 너무 많아졌다'라는 생각을 해요.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어려운 시기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 곁을 항상 지켜주는 사람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히 느끼는 시간이기도 해요."

정여울 작가가 코로나19 시국이 장기화되면서 늘어나는 우울과 불안을 이겨내는데는 '감사한 마음'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면 인터뷰를 통해 만난 작가는 "무엇보다도 우리는 서로에게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여전히 서로를 걱정해주고 챙겨주고 배려해주는 관계가 남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삶에 무한히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불안과 걱정이 내 마음을 꽉 채우지 못하도록 '내게 이미 주어진 수많은 축복들'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저는 매일 '살아있다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자'라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폭설이 내리면 교통혼잡 때문에 투덜거릴 것이 아니라 '눈이 많이 온 덕분에 아주 토실토실한 눈사람을 만들 수 있겠네'라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 그 마음이 저를 버티게 했다"며 "살아있다는 것 그 자체, 많은 문제가 있고 결점투성이인 삶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기에 아직 누릴 수 있는 생의 희열이 이토록 많이 남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매일 새롭게 단련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작가는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를 펴냈다. 제목처럼 하루 한 쪽씩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해 총 365개 심리 테라피를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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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수업 365'. (사진 = 위즈덤하우스 제공) [email protected]
"제가 우울에서 놓여나는 과정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작가는 이 책이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쓴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과거 강연에서 '가장 속상한 주제가 가장 좋은 글쓰기 주제'라고 말하며 '상처를 피하지 않고 마주해야 이겨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저는 원래 우울함을 싫어하지 않는다. 우울증은 두려워하지만 우울함이라는 감정은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제 성향은 우울한 감정 속에 머물고 싶어 하는 쪽에 가깝더라. 그것이 두려웠다. 밝은 사람보다는 우울한 사람에게 끌리고, 우울한 감정을 뭔가 멋진 거라고 생각하는 알 수 없는 매혹을 느꼈다"

 작가는 "나중에 알고 보니 심리학에서는 그런 걸 '퇴행'이라고 하더라"면서 "내 안의 우울에 잠겨 있고 싶고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도 부당함에 맞서기보다는 억울한 감정 속에서 홀로 울분을 참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저 자신을 발견했을 때 너무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런 그를 냉정하게 되돌아보게 하고, 동시에 따스하게 어루만져준 것이 칼 구스타프 융의 분석심리학이었다.

"우울증에 빠지지 않고 우울한 감정에 거리를 두고 스스로의 내면을 관조할 수 있는 눈을 뜨게 해줬다"는 작가는 "예전에는 우울함이 제 성격인 줄 알았는데, 우울함이야말로 제게 일어난 많은 일에 대한 제 무의식의 저항이자 방어기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울함을 때로는 인정하고 즐길 줄도 알되, 자기를 파괴하는 우울증에는 빠지지 않도록 안간힘 쓰고 있다. 그 안간힘이 결코 무섭지만은 않다는 것, 마냥 힘들지만은 않다는 것, 심리학과 문학과 글쓰기를 통해서 제가 스스로의 우울로부터 서서히 놓여나는 과정을 제 책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은 요일별로 심리학, 책, 일상, 사람, 영화, 그림, 대화 등 각양각색의 소재와 상황을 통해 심리학적 지식과 힐링 포인트를 이끌어낸다.

"제 장점이 있다면 순발력보다는 끈기인 것 같다. 소가 풀을 끊임없이 되새김질함으로써 풀 속의 영양분을 남김없이 다 흡수하듯이, 저도 같은 책을 끊임없이 다시 읽는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그러면 매번 새로운 게 보인다. 책 안의 아름다운 사유와 제 삶의 치열한 고민이 화학반응을 일으켜서 그때그때 다른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같다. 제 삶의 치열한 고민이 강해질수록, 그러니까 제가 많이 힘들고 아플수록, 더 나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걸 보면, 저는 아직도 더 많이 아파하고 고민해야 하는 사람인가 보다"라고 보탰다.

"심리학은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특정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학과 철학과 역사처럼 인문학적인 의미로서 누구에게나 커다란 의미를 지닐 수 있는 학문임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정 작가는 독자들을 향해 "심리학이 어렵다는 편견, 심리학으로부터 당장 문제를 실용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서, 심리학을 마치 늘 곁에 두는 친구처럼 가까이했을 때 우리는 불안과 우울로부터 스스로를 구해낼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어떤 말끔한 해결책으로서의 심리학이 아니라 항상 친구처럼 곁에 두는 좀 더 친밀한 심리수업이 가능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심리학 용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일상과 문화와 예술 속에서 심리치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책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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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여울 작가. (사진 = 위즈덤하우스 제공) [email protected]
"차기작, 유토피아 '윌든' 향해 떠난 여행과 사유 담은 책"
차기작에 관해 묻자 정 작가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앞서 '월든'을 가장 친밀한 유토피아로 꼽은 바 있다.

 "'월든'을 향해 떠난 저의 여행과 사유를 담은 책이 될 것 같다. 아름다운 풍경을 찾으러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내가 가진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과연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 용감하게 나 자신의 삶을 새롭게 일궈낼 수 있을까'하는 질문이 담긴 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 이후 '정말 하고 싶은 일'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나누는 것이 예전보다 훨씬 선명해진 느낌이다.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문학과 여행과 심리학을 통해 내 아픔을 치유한 만큼, 타인의 아픔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글을 쓰고 싶다"는 그의 바람처럼 그의 글을 통해 '큰 위로가 됐다'는 독자들의 반응이 줄을 잇는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등 48종을 출간했다. 산문집 '마음의 서재'로 제3회 전숙희문학상을 수상했다.

심리학에 대해 강의하며 ‘읽기와 듣기, 말하기와 글쓰기’로 소통하는 작가에게 '심리학'이란 어떤 의미일까.

"심리학은 저에게 늘 새로운 영감을 준다.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저의 안간힘으로 선택했던 '심리학 독학'이 이제는 타인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마음으로 바뀐 것이 아닐까 싶다. 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개인적인 몸부림으로서의 심리학이 이제는 저보다 더 많이 아파하는 사람들을 향한 공감과 연대의 심리학으로 바뀐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제게는 심리학이 문학을 더욱 사랑하기 위한 우회로였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문학과 심리학은 동일하다. 그리고 타인의 마음을 알기 위한 여행, 나와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 살고 있는 타인의 마음을 알기 위한 여행도 제게 큰 영감을 줬다. 그래서 '문학과 심리학과 여행의 연금술'이 제 글쓰기의 원동력이다. 항상 저와 함께 하는 수호천사 같은 존재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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