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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and]토론 잘하면 정치도 잘할까…TV토론의 정치학

등록 2021-02-21 07:30:00   최종수정 2021-03-02 09: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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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가릴 것 없이 TV토론 일정 빽빽

언택트 선거전 양상 속 정치권 기대감

이낙연 "이번 선거의 승부처는 TV토론"

김종인 "TV토론 어떻게 진행될지 봐야"

후보 능력, 정책 평가 뒤로 밀릴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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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우상호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7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TV에서 열린 서울시장 경선후보 토론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2.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문광호 기자 =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TV토론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대면 선거운동이 여의치 않은 '언택트 시대'에 TV토론은 국민들 입장에서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한편으론 제한된 시간과 형식 때문에 후보자의 정책이나 능력을 파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박영선·우상호 후보는 지난 15일 첫 TV토론을 시작으로 17일 2차 TV토론을 벌였다. 25일 KBS TV토론, 22일 BBS 라디오 토론, 24일 CBS 라디오 토론 등도 예정돼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 1차 맞수토론을 시작으로 토론 대장정에 돌입해 다음달 1일 4인 합동 토론까지 TV토론 7번 등 총 10번의 토론을 진행한다.

제3지대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첫 TV토론을 실시했다.

국민의힘과 제3지대 후보가 각각 정해지면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또 TV토론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는 여야 최종 후보 간 TV토론도 예상된다.

이처럼 TV토론이 많은 것은 정치권이 갖고 있는 방송 토론 효과에 대한 기대감에서 기인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 선거전이 불가피한 점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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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오신환(왼쪽부터), 오세훈, 나경원, 조은희 예비후보가 19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차 맞수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2.19. [email protected]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부산시장 선거의 승부처는 TV토론"이라며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토론을 통해 각 후보들의 비전, 정책, 살아온 궤적, 돌발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고 판단해주실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박영선 후보와 안철수 대표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되면 구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보느냐고 묻자 "앞으로 토론할 기회 많이 남았다. TV토론이 어느 정도 진행되는지 두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한국정치학회에서 발간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연구용역 결과보고서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 효과 분석 연구'에 따르면 2017년 대선 후보자토론회 사전 설문 결과 '방송토론이 선거 정보를 얻는 데 얼마나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가'를 묻자 응답자 1000명 중 900명(90.0%)이 후보자토론회가 선거정보를 얻는 데 효과적이라고 응답했다.

후보자토론회를 한번이라도 시청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조사 대상자 중 후보자토론회가 후보자의 자질을 비교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5분의 4에 달하는 80.0%였다(매우 도움이 됐다 35.5%, 약간 도움이 됐다 44.5%).

다만 TV토론이 후보자의 정책이나 능력을 검증하는 데 효과적인지는 미지수다. 후보의 태도나 토론 기술, 임기응변 등 인물의 외적인 요소에만 화제가 집중되면 정작 후보자의 정책이나 능력에 대한 판단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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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이 18일 서울 상암동 채널A에서 단일화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2.18. [email protected]
위 보고서에서도 후보자토론회를 통해 가장 잘 검증된 한 가지 영역을 묻는 문항에서 전체 응답자의 61.8%가 후보자의 자질이라고 응답했다. 후보자의 능력이 가장 잘 검증됐다고 대답한 응답자와 후보자의 정책이라고 응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각각 17.8%과 10.9%에 머물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생방송이지만 영상은 만들어진 것"이라며 "후보들도 이미지에 대한 상징 조작 외에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쟁점화를 시도하는 부분들이 있다. 설전을 벌이거나 저돌적으로 도전하는 모습이 유권자의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이면의 자질이나 능력, 두 사람의 비교평가 부분들은 가려지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도 있다"고 짚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번 선거에 나온 후보들은 이미 이미지가 형성된 분들이라 TV토론으로 점수를 따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지난 2017년 안철수 후보처럼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결국 누가 실수를 덜 하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어 "형식과 시간도 제한돼 있어 완전히 자유토론을 하기 전에는 후보의 역량을 알아보기 어렵다. 정책 토론을 한다고 해도 정책적으로 점수를 따기 어렵다"며 "TV토론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태도에 달렸다. 상대방 비판에 반박만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는 자세로 한 템포 죽이고 원 바운드로 받아주는 스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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