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산업/기업

남매간 호텔 경쟁…정용진 조선팰리스 vs 정유경 오노마

등록 2021-05-27 10:07:32   최종수정 2021-05-31 10:02:31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정용진 강남에 최고급 호텔 조선팰리스

4개 브랜드 9개 호텔 최근 공격적 확장

정유경 8월에 대전에 호텔 오노마 열어

사실상 첫 호텔 사업에 남매 경쟁 시작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신세계그룹은 크게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으로 나뉜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 부문을, 동생인 정유경 총괄사장은 백화점 부문을 맡고 있다. 하나의 그룹 안에 있으나 두 사람은 비교적 명확하게 업무를 분담해왔다. 맡고 있는 업종이 다르고, 회사 규모도 달라 경쟁이랄 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얘기가 달라질 것 같다. 최근 두 사람은 호텔이라는 공통 분야에서 각각 자기만의 브랜드를 내세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정용진의 조선팰리스, 강남 접수?

지난 25일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조선팰리스)은 이마트 자회사인 조선호텔앤리조트가 내놓은 최고급 호텔 브랜드의 첫 번째 지점이다. 조선팰리스는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있던 르네상스호텔을 허물고 약 2조1000억원을 들여 지은 새 빌딩의 17개 층을 쓴다. 하룻밤에 최대 1600만원인 스위트룸 44개를 포함해 254개 객실, 수영장·연회장·레스토랑 등이 있다. 고급 호텔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뷔페 레스토랑 가격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일요일 점심 뷔페 가격만 1인당 15만원이다. JW메리어트서울의 13만원보다 비싸다.

신라·그랜드하얏트·조선 등 고급 호텔이 몰려 있는 곳은 강북이다. 강남엔 JW매리어트 외엔 이렇다 할 특급 호텔이 없었다. 오히려 지난 1년 간 르네상스·르메르디앙·쉐라톤서울팔래스 등이 문을 닫았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없는 상황에서 조선팰리스가 들어섰다"며 "무주공산인 강남에서 조선팰리스가 새로운 호캉스 명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조선팰리스는 이달 초 보증금 2억5000만원에 연회비 1000만원짜리 피트니스 회원권 250명분 예약을 받았다. 600명 이상 몰렸다.

◇첫 발 내딛는 정유경의 오노마

정 부회장은 조선팰리스를 포함해 최근 호텔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2018년 레스케이프호텔을 시작으로 그래비티·그랜드조선 등을 선보였다. 호텔 브랜드는 4개, 총 호텔수는 9개다. 다만 호텔 사업을 먼저 시작한 건 정 총괄사장이었다. 정 총괄사장은 1996년 조선호텔에 입사했고, 2008년까지 호텔 사업을 이끌었다. 하지만 신세계 그룹의 남매 분리 경영이 더 강화되면서 조선호텔은 이마트 부문으로 편입됐다. 그러면서 정 총괄사장은 사실상 호텔 사업에서 손을 뗐다. 자회사 센트럴시티를 통해 JW매리어트를 갖고 있긴 했지만, 직접 경영했다고 보긴 어려웠다.

그래서 오는 8월 대전에서 문을 여는 호텔 '오노마'가 정 총괄사장의 본격적인 호텔 사업 진출을 알리는 장소가 될 거라는 게 재계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조선팰리스만큼은 아니지만 오노마 역시 5성급 호텔"이라며 "백화점 사업 등을 통해 프리미엄 전략에 능한 정 총괄사장이 운영하는 호텔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누가 더 잘할까

물론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의 호텔 사업을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할 수는 없다. 정 부회장은 이미 유명 브랜드를 보유해 사업을 넓히는 상황에 있고, 정 총괄사장은 이제 막 시작한 단계다. 다만 호텔 경영 능력에 대한 비교 평가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일각에선 정 부회장이 너무 공격적으로 호텔 사업을 확장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무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조선호텔앤리조트 적자는 약 700억원이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이 같은 실적이 이어지면 좋은 평가가 나올 수가 없다.

반대로 정 총괄사장의 오노마를 두고는 "지방에서 호텔 사업으로 수익을 낼 수 있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대전이 광역시이고, 구매력이 있는 지역이긴 하지만 이렇다할 관광 요소가 없는 곳에서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쪽에선 이미 실력을 입증한 정 총괄사장이지만, 호텔 쪽에선 또 한 번 평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