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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망 따라 오르는 집값④]"김부선 막겠다"…GTX-D 논란 '마침표' 찍을까?

등록 2021-06-15 05:00:00   최종수정 2021-06-21 09: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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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없는 유령 노선"…정부, GTX-D 노선 공식 언급 無

주민 반발에 정치권까지 가세…국토부, 노선 변경 검토

내년 대선 앞두고 강남 직결?…정책 일관성·신뢰도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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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경기도 김포시 교통시민대책위가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GTX-D 노선 원안사수!'와 서울 5호선 김포 연장을 외치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김포 갑)과 박상혁(김포 을)의원은 'GTX-D 원안사수' 등을 촉구하며 삭발했다. 2021.06.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인 'GTX-D' 노선의 강남 연결이 무산된 이후 인천과 경기 서부지역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GTX-D의 강남 직결이 무산되자 인천·경기 서부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 국회의원들 잇따라 삭발 시위에 나서는 등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GTX-D 노선을 용산이나 여의도까지 연장하는 방안 검토하겠다며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정부는 현재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힘 있는 정치권 인사들의 압박이 계속되면 기존 입장을 뒤집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부동산 정책 등에서 정치권에 끌려 다니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연출된 탓이다.

이에 따라 국책사업인 철도 정책이 특정 지역의 반발이나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오락가락하면서 국론분열은 물론 지역갈등을 조장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남 직결 사수"…검단·김포시민 삭발 등 반발 확산
 정부가 그간 GTX-D를 공식화한 적은 없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9년 10월 발표한 '광역교통 2030 계획안'에 '급행철도 수혜 지역 확대를 위해 서부권(수도권 지역) 등에 신규 노선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언급됐을 뿐, GTX-D 노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 또 정부 당국자 누구도 GTX-D 노선을 강남과 직결하겠다고 공언한 적도 없었다.

국토부는 2019년 7월부터 한국교통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길 때부터 '서부권광역급행철도'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GTX-D 노선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었다. GTX-D라는 실체 없는 노선은 유력 정치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애초에 '원안'이 있었던 노선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경기도가 앞서 지난해 9월 김포·부천·하남시와 함께 연구용역을 거쳐 인천공항과 김포에서 부천과 서울 남부지역과 강남을 거쳐 하남까지 이어지는 광역철도 노선을 국토부에 건의한 바 있다.

경기도의 제안은 김포~부천~서울남부~하남을, 인천시는 인천국제공항~청라~검단~계양~부천을 잇는 Y자형 노선을 제안했다. 서부권 주민들은 신도시 개발로 인구가 급증하고 있으나, 열악한 교통 인프라로 서울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형평성 차원에서 강남 직결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 4월22일 국토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2021~2030년)'에 따르면, GTX-D 노선은 김포 장기∼부천종합운동장을 연결하는 게 전부였다. 앞서 경기도와 인천시 등 관련 지자체가 강력하게 요구한 GTX-D 노선의 강남 직결이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정부 계획이 발표된 직후 김포와 부천만 연결한다는 이른바 '김부선'이라며 지역 주민들과 정치권 등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국토부는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이달 안으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확정·고시할 계획이다.

"강남 직결 사수"…검단·김포시민 삭발 등 반발 확산
히자만 GTX-D 노선의 강남 직결이 무산된 이후 지역의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김포 검단 지역 시민단체들과 국회의원들이 앞 다퉈 삭발 시위에 나서며 강남 직결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GTX-D노선이 강한 반발에 부딪친 건 서부권 신도시의 교통 불편이 10년 넘게 지속됐기 때문이다. 김포한강신도시는 들어선지 10년이 지났지만, 2량짜리 경전철인 김포골드라인은 2019년에야 개통됐다.

경기 김포와 인천 검단 시민들로 구성된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는 지난 4일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7명이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들은 "2량짜리 꼬마 경전철에 의지해 서울로 출퇴근하는 50만 김포시민들은 GTX-D 노선을 기대했으나, 국토부의 발표는 김부선이었다"며 "김포시민들은 서울로 출퇴근을 하지 말란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번 달부터 검단신도시의 입주가 시작되고, 김포와 검단을 합치면 인구는 70만명에 이른다"며 "김포·검단 시민들이 이렇게까지 들고 일어나는 것은 현실이 너무 불공정하고 불합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다음날 김포시 장기동 한강중앙공원, 풍무동 새장터공원, 구래동 호수공원 등 3곳에서 촛불 문화제를 열고, GTX-D 원안 사수와 지하철 5호선 연장을 거듭 요구했다.

강형구 시민연대 공동위원장은 "우리는 다른 지역에 6∼7개씩 들어가는 서울 직결 철도 노선을 2∼3개 요구하는 것인데, 이게 집값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김포골드라인 지옥철로 임산부와 노약자가 고통 받고, 매일 교통지옥에서 사는 것을 벗어나게 해 달라는 것이 지역 이기주의인지 되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문화제에는 정하영 김포시장을 비롯해 신명순 김포시의회 의장, 김포시를 지역구로 둔 김주영·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등이 참가했다.

앞서 지난 2일에는 민주당 김주영·박상혁 의원이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김포와 강남을 직결하는 경기도 안(김포~부천~강남~하남)을 관철하겠다며 삭발식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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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9일 한국국토연구원은 '제4차 광역교통시행계획안' 공청회에서 신규사업으로 ▲대장홍대선 ▲위례과천선 ▲신구로선 ▲제2경인선 ▲별내선연장 ▲서부권 광역급행철도(장기~부천종합운동장) 등을 제시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GTX-D 노선 정치권 압력에 갈팡질팡…"정책 일관성 훼손 불가피"
GTX-D 노선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권의 노골적인 압력 더해지면서 점차 확산하고 있다. 국책사업인 철도 정책이 정치적 이해관계나 여론에 따라 오락가락하면서 정책 신뢰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10일 페이스북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D 원안 통과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안철수 국민의당 당 대표도 지난달 27일 "GTX-D 노선 원안을 하루빨리 확정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한다"며 논란에 가세했다.

또 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달 17일 김포 골드라인을 직접 타보고 노형욱 국토부 장관에서 노선 개선을 촉구했다. 이 전 대표는 당시 오전 7시 경기도 김포시 장기역을 방문해 시민들과 함께 김포 골드라인 탑승한 뒤 풍무역까지 이동했다.

그는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플랫폼에서 노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개선 여지가 있느냐. 쉽게 생각하지 말라"며 "그런 방식으로는 안 된다. 4차 국가 철도망 계획이 시간이 걸리는데 그것에 인색할 필요가 있냐. 시간이 가면 더 혼잡해진다"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이 전 대표는 탑승을 마친 후 "(김포·검단 지역 주민들의 교통난을) 더 외면해서는 안 된다. 날마다 두 번씩 그런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건 안 된다"며 "교통 복지 이전에 교통 정의에 관한 문제다. 정의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GTX-D 노선의 경우 '김부선'이 돼버려 수도권 서부지역에서 상당한 민심의 이반이 나타나고 있다"며 노선 변경을 건의했다.

정부는 김포-부천 노선을 김포-여의도·용산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국토부는 현재 건설 추진 중인 GTX-B노선 선로를 활용해 D노선을 서울 여의도와 용산까지 연장 운행하고, 환승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수평 환승 방안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정치적 계산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도 노선 신설이나 변경 등을 요구하는 민원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지역의 집값이 강남 등 서울과의 접근성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 속에서 선거를 앞두고, 국책사업을 별다른 검증 없이 추진되거나 변경되는 전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장기 교통계획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지면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도가 훼손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GTX-D와 관련된 논란은 사전에 교통량이나 출퇴근 수요 예측 등 종합적인 연구나 사전조사가 부족한 상태에서 정책이 결정되면서 촉발됐다"며 "개통한 지 3년 된 2량짜리 김포골드라인만을 가지고 김포 등 서부권의 교통 수요를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GTX-D 노선 변경은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나 신뢰도를 훼손할 문제가 있다"면서도 "애초에 첫 단추가 잘 못 채워져 재검토가 진행되는 것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사전조사 등을 통해 정책을 결정해야 지역갈등이이나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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