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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쩌면 더 인간적인 로봇의 사랑…'어쩌면 해피엔딩'

등록 2021-07-03 06:30:00   최종수정 2021-07-12 10: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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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올리버' 역의 신성민, '클레어' 역의 해나. (사진=CJ ENM 제공) 2021.07.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끝이 보이는 사랑을 지우는 게 답일까, 기억하는 게 답일까. '어쩌면 해피엔딩'인 여운을 남기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다.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뛰어난 지능의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만나 가장 인간적인 감정인 '사랑'을 느끼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미래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로봇이지만, 이질감은 크지 않다. 지지직거리는 LP판 소리로 시작되는 무대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아날로그 감성으로 가득 차 있다.

옛 주인이자 친구라고 믿는 제임스를 기다리는 올리버는 그가 아끼던 LP판을 듣고, 화분을 정성스레 가꾼다. 매일 우편배달부가 직접 건네는 재즈 잡지를 모으고, 제임스를 만나러 가는 꿈을 꾸며 빈 병 수집을 한다.

반복된 일상을 되풀이하는 올리버를 집 밖으로 이끄는 건 클레어다. 고장 난 충전기를 구하러 올리버의 집 문을 두드리며 그의 세상에 들어간다. 구형이 되어버린 올리버는 자신보다 다음 버전 헬퍼봇인 클레어를 경계하지만, 이내 그녀를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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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올리버' 역의 임준혁. (사진=CJ ENM 제공) 2021.07.02. [email protected]
올리버는 바깥세상으로 이끄는 클레어의 손을 잡는다. 제임스를 찾아, 반딧불이를 찾아 제주도로 떠나는 두 로봇은 그곳에서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임을 깨닫는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올리버와 클레어는 이전과 다른 삶을 만난다. 텅 빈 아파트에 혼자가 아닌, 함께라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오롯이 느끼며 행복을 맛본다. 하지만 로봇의 수명은 정해져 있고, 끝이 보이는 운명에 슬픈 감정을 느낀다.

두 주인공은 로봇이지만, 어쩌면 더 인간적이다. 섬세한 감정 변화로 차가운 기계의 느낌보다는 오히려 따뜻한 온기가 감돈다. "문을 두드려줘서 고마워", "문을 열어줘서 고마워"라고 하는 올리버와 클레어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에게 물들어간다. 혼자가 아닌 함께일 때 용기 낼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되짚어주며 뭉클함을 안긴다.

특히 사랑을 깨닫고 호기심 어린 눈망울과 설레는 손짓 하나로 환하게 웃는 두 로봇의 모습은 사랑스럽다. 마치 어린아이가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과 같은 순수한 모습으로 두려움과 설렘을 드러낸다. 로봇이 사랑을 느끼는 판타지를 보여주지만, 극을 보는 어느 순간 로봇과 인간의 구분을 허물어버리고 사랑에 대한 공감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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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올리버' 역의 정욱진, '클레어' 역의 한재아. (사진=CJ ENM 제공) 2021.07.02. [email protected]
LP판과 레코드플레이어, 화분, 종이컵 전화기, 반딧불이 등 감성을 건드리는 소품이 극의 따뜻함과 유쾌함을 더한다. 재즈와 클래식을 기반으로 무대 이층에 놓인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등 6인조 라이브 연주는 감정의 선율을 생동감 있게 전한다. 또 이번 시즌에서는 영상 LED 패널 등으로 무대를 더 입체적으로 꾸몄다.

"천만에요"를 해맑게 외치는 임준혁과 통통 튀는 해나의 밝은 에너지가 무대를 채운다. 여기에 '올리버' 역은 뮤지컬 '미드나잇'의 신성민이 새롭게 합류했고, 최근 브라운관으로 반경을 넓힌 정욱진이 다시 돌아왔다. '클레어' 역은 뮤지컬 '포미니츠'의 홍지희와 지난해 이 작품으로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자 신인상을 받은 한재아가 무대에 오른다.

오는 9월5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공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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