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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문화현장]서울극장 42년만에 역사 속으로…'고맙습니다 상영회'

등록 2021-08-21 06:00:00   최종수정 2021-08-30 09: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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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0년대 단성사·피카디리와 함께 종로3가 문화중심지로 명성

2000년대 들어 대형 멀티플렉스에 밀려…코로나19 파고에 직격탄

247편의 한국영화 제작한 합동영화사 운영 "새로운 극장 사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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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은 오는 31일 영업을 종료한다. 2021.08.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다시 뵙겠습니다! 헤어짐이 아닌 만남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드립니다."

18일 오전 9시30분 서울 종로3가 서울극장. 비가 추적추적 오는 평일 이른 시간이지만 매표소 앞에는 줄이 늘어섰다. 40~50대 중년이 많이 보였지만 20대 청년부터 70대 노인까지 관객층도 다양했다. 대기석에도 이미 15여명이 띄엄띄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서울극장의 마지막 인사는 '고맙습니다 상영회'였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지난 11일부터 영업 마지막 날인 오는 31일까지 3주 동안 평일 하루 100명, 주말 하루 200명(선착순)까지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다.

이날은 한국 텐트폴 영화인 '모가디슈'와 '인질' 외에도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틸다 스윈턴 주연의 '휴먼 보이스',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폭스 캐처', '미스터 노바디: 감독판', '걸어도 걸어도', '로스트 하이웨이', '서칭 포 슈가맨', '퐁네프의 연인들' 등 16편이 상영됐다. 무료 티켓은 오픈 30분만인 10시께 동이 났다.

매표소 직원은 "신작이 개봉하는 날에는 평일에도 무료 티켓은 빨리 마감이 된다"며 "오늘은 황정민 주연의 '인질'과 외화 '올드'가 새로 개봉해 두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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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시민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 매표기 앞에서 개봉 영화를 찾아보고 있다. 2021.08.21. [email protected]

중장년층은 추억이 있는 공간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종로3가는 충무로와 함께 오랫동안 국내 영화 소비의 중심지였다. 영화 하나를 한 곳에서만 상영하던 1990년대 '단관 상영' 시절, 극장 앞은 티켓을 사기 위해 줄을 선 관객들로 북적였다.

성북구에 사는 박영진(58·여)씨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이 많은 곳인데 없어진다고 해 일부러 시간을 냈다"며 "2000년대 이후 자주 찾던 곳인데 오랜만에 오니 한창때보다는 확실히 한산한 것 같다.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다.

50대 이모씨는 "80~90년대 서울극장은 연인들의 필수 데이트 코스였으며 가족들의 주말 나들이 장소였다"며 "극장 앞 길게 늘어선 매표 줄과 각종 시사회, 오징어, 암표 상인 등이 아직도 선명하다"고 떠올렸다.

김동석(64)씨는 "아무래도 티켓이 다른 멀티 플렉스보다는 저렴하다 보니 평상시에도 서울극장을 자주 찾았었다"면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 폐업하게 됐다지만 추억이 있는 공간이 없어진다니 아쉽다"고 서운해했다

이어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공세에도 종로3가를 지키며 나름의 문화 공공성에 기여한 영화관"이라며 "어려운 환경이지만 사단법인, 재단법인으로라도 운영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바랐다.

20대 젊은층 중에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서울극장에 첫걸음을 했다는 관객도 눈에 띄었다.

최현서(20·여)씨는 "인스타그램을 보고 이달 영업이 끝난다는 얘기에 호기심이 생겨 와봤다"며 "집 근처 체인 극장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영화를 볼 계획이다"고 했다.

이어 "생각보다 극장이 깔끔하고 넓고 쾌적해서 놀랐다"며 "종로 일대에 갈 곳도 많아 오늘 하루 종로 투어 일정을 짜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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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1978년 서울극장 1개관 개관. (사진=서울극장 제공) 2021.08.20 [email protected]


스크린 1개로 시작해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로 성장
서울극장은 단성사와 피카디리, 허리우드, 스카라, 국도극장, 대한극장 등과 함께 우리나라 70년대 영화관 전성기를 이끌었던 한국영화계의 메카였다.

1978년 9월17일 한국 영화 '마지막 겨울'을 첫 상영작으로 문을 열어 스크린 1개로 시작했다. 제작사 합동영화사의 고(故) 곽정환 회장이 재개봉관이었던 세기극장을 인수해 개봉관으로 위상을 굳혔고, 스크린을 늘려 모두 11개 관을 갖추면서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로 성장했다.

80·90년대 한국 영화 부흥기에는 단성사, 피카디리 등과 함께 종로3가의 문화중심지로 명성을 누렸다. 종로 극장가가 쇠퇴하면서는 최신 개봉작들뿐만 아니라 여러 독립·예술 영화들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상영하며 예술 영화관으로 영역을 확장해왔다. 미쟝센단편영화제, 서울환경영화제 등 작은 영화제들의 개최 장소로도 활용됐다. 2013년에는 ‘미래 문화 유산’으로 선정되며 역사 깊은 문화 중심지로서의 가치를 더 빛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형 멀티플렉스가 곳곳에 들어서면서 전통의 극장들은 밀려나기 시작했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종로3가의 극장들도 변했지만,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단성사는 2008년 문을 닫았고, 피카디리극장은 대형 멀티플렉스 직영관이 됐다. 그나마 버티던 서울극장마저 코로나19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이달 문을 닫게 됐다.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OTT)의 약진 등 영상 산업의 생태계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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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극장 매표소 로비에 설치된 서울극장 설립자인 고(故) 곽정환 회장 동판. 고인은 재개봉관이었던 세기극장을 인수, 스크린을 늘려 11개 상영관을 갖춘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로 영화관으로 서울극장을 성장시켰다. 2021.08.21. [email protected]

합동영화사 "새로운 형태의 극장 사업 시작할 것"
이 극장을 운영해온 합동영화사는 1964년부터 '쥐띠부인'을 포함해 한국 영화 247편을 제작했고 '빠삐용' '미션' 등 외화 100여 편을 수입·배급했다.

합동영화사는 작별 인사 대신 다음을 기약했다. 종로 3가 서울극장의 영업을 종료하면서 영화에 국한되지 않은 콘텐츠 투자 및 제작과 새로운 형태의 극장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금껏 격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대중과 호흡해 왔던 합동영화사의 첫걸음은 종로 3가 서울극장의 영업 종료로부터 시작된다며 새 출발을 알렸다.

합동영화사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와 산업 환경 변화에 따른 도전이 필수불가결한 상황이 됐다"며 "시대 변화에 발맞춰 다른 방식의 극장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금보다는 소규모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영화계도 서울극장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새로운 도전을 응원했다.

1987년 서울극장 기획실 직원으로 영화계에 첫발을 내디딘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내게는 첫 직장이고 한국 영화사에서도 중요한 전통적인 영화관"이라며 "역사의 한 페이지가 사라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서울극장뿐 아니라 단성사, 피카디리 등은 한국 영화 역사에서 중요한 존재다. 아카이빙의 의미, 고전의 중요성의 측면에서 사라지지 않고 또 다른 형태로 생존하고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서울극장이 폐업하며 이 건물 일부를 임대해서 쓴 다른 예술영화관도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매각이 완료된 서울극장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단 극장으로는 운영하지 않기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건물 3층의 6관과 11관을 각각 운영하는 인디스페이스와 서울아트시네마는 내년 초 계약 종료로 장소 이전이 불가피해졌다.

인디스페이스 측은 "옮길 장소를 물색 중"이라며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도 가능하다면 그 안에 이전할 생각이다"고 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극장이 없어지면 종로3가 극장가의 상징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예술영화관이 굳이 그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며 "그 일대 영화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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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지난 7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 상영관에 빈 좌석만 보이고 있다. 극장은 코로나19 파고를 넘지 못하고 오는 31일 영업을 종료한다. 2021.08.21.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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