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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춘기 소녀들의 무공해 성장 로드무비…'종착역'

등록 2021-09-15 06:01:00   최종수정 2021-10-05 09: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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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 '종착역' 스틸. (사진=필름다빈/타이거시네마 DGC 제공) 2021.09.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영화 '종착역'은 '세상의 끝'을 찍어 오라는 방학 숙제를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14살 시연, 연우, 소정, 송희의 여정을 담은 성장 로드무비이다.

청량하면서도 따뜻함이 묻어난다. 특별한 사건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보다는, 인물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편안한 분위기를 담아내는 데 집중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시연은 여름방학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온다. 친구들과 친해지지 못해 아쉬워하는 시연에게 교내 사진 동아리 '빛나리'에서 만난 세 명의 친구 연우, 소정, 송희가 살갑게 다가온다.

 연우는 시연의 입부 원서 작성을 도와주며 야무진 매력을 뽐내고, 소정은 씩씩한 미소를 건네며 장난을 친다. 방과 후에는 송희를 따라 합기도장에 가서 숨바꼭질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가까워진 네 친구들은 '세상의 끝'을 카메라로 찍어 오라는 방학 숙제를 받고, 스스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먼 곳을 떠올려본다. 시연은 문득 지하철 1호선 노선도 끄트머리에서 본 '신창역', 즉 종착역을 떠올려내고 시연의 제안으로 소녀들은 낯선 여정에 동행한다.

이들은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찡그리기보다는 깔깔거리며 장난을 치고, 우연히 만난 고양이를 보살피느라 잠시 사라졌던 송희를 찾아 낯선 골목을 헤매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한밤중에 나란히 이불을 덮고 누운 시연과 소정은 단단한 우정 사이로 끼어드는 옅은 외로움을 고백하며 두 사람만의 추억을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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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 '종착역' 스틸. (사진=필름다빈/타이거시네마 DGC 제공) 2021.09.14 [email protected]


영화는 모든 것이 낯설고 설레는 14살 첫 여름방학을 보내는 사춘기 소녀들의 하루를 싱그러운 무공해 감성으로 전달한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인물들이 마음을 주고받으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순간들을 포착하며 아련하고 서정적인 정서를 자극한다.

전형적인 대사와 이미지로 상황을 전개해나가는 대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도란도란 주고받는 대화와 우연히 마주하는 새로운 풍경에 집중하며 감정을 쌓아간다. 감독은 영화 속 주인공과 실제 나이가 동일한 14살 배우를 기용하고, 대본을 제공하는 대신 상황을 제시하며 자연스러운 대화를 담았다. 또 롱쇼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현장의 풍경과 소리를 그대로 넣었다.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친 관객들이라면 반길만하다. 다만 극적인 요소를 철저하게 배제한 시놉시스와 연출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듯 보인다. 어린이와 성인의 경계에 놓인 소녀들의 생생한 표정과 감정 변화, 자유로운 움직임은 청정한 에너지를 선사하지만 짧은 여행을 떠난 영화 속 소녀들의 모습을 보고 기억 속에 자리한 추억을 되살려내기에는 구성이 지나치게 일상적이고 단조롭다. 정서적 공감 여부는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남매의 여름밤'의 윤단비 감독 등을 배출한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동기인 권민표, 서한솔 감독이 합심하여 만든 공동 연출 작품이다.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K플러스 부문, 제23회 타이베이영화제 국제 신인 감독 경쟁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23일 개봉, 전체 관람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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