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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립 잡기노트]아리랑, 일본의 대한관계 카드인가

등록 2014-12-23 13:29:33   최종수정 2016-12-28 13: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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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2014 아리랑상 본상을 수상한 오카모토 분야(작고), 신나이부시 기록보유자
【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485>

 “한·일 회담의 출발점은 1962년 11월12일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이 오히라 마사요시 일본 외상과 맺은 대일청구권 관련 비밀 합의각서인 ‘김·오히라 메모’다. 당시 각서 교환을 위해 도쿄의 외무부 별실로 두 대표가 들어섰을 때 아리랑이 연주됐다. 그리고 4시간 회의 끝에 각서에 서명하고 만년필을 놓는 순간 다시 아리랑이 연주됐다. 뿐만 아니라 회담의 종결인 양국 비준서 교환식이 열린 한국의 중앙청에서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 대신 아리랑을 연주,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는 민심을 고려한 박정희 대통령의 명이었다. 대신 기념 만찬장에서 기미가요를 연주해 만회시킨 일이 있다.”

 아리랑의 권위인 김연갑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상임이사의 증언이다. 아리랑은 일찌감치 ‘외교의 노래’이기도 했던 셈이다. 

 김 이사는 아리랑 관련 일본의 연구도 제시한다. 아리랑의 어원인 ‘아라리’는 노래, 소리, 말을 뜻한다. 일본의 고대 음악·무용연구서 ‘가무음악약사(歌舞音樂略史)’는 일본의 고대 답가(踏歌) ‘아라리’를 소개하면서 “이는 유구어(琉球語)로 ‘새가 소리를 내다’, 즉 ‘울다(鳴)’라는 뜻이며 ‘조선 반도에서 전해진 것’이라고 기록했다”며 “양국은 고대부터 아리랑으로 교류했음을 확인했다”고 귀띔한다.

 두 나라 사이 아리랑의 맥은 중세로 이어졌다. 임진왜란 때 강제로 끌려간 도공과 와공들에 의해 아리랑이 일본에 전해졌다는 사실을 김 이사는 일본 서적 ‘자장가 연구’에서 확인한다. “구마모토현 이츠키 지역에서 불리는 ‘이츠키 쿠무리우타’에 ‘아로롱 아로롱 아로롱바이’라는 후렴이 나오고, 사설에서는 조선을 뜻하는 ‘간징 간징’이란 말이 나와 놀라운데, 책은 이 노래에 대해 ‘임란 때 데려온 도공 등의 후예들이 깊은 산골로 숨어들어 살며 부른 자장가로 현 조선의 아리랑일 가능성이 높다고 기록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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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2014 아리랑상 활동상을 수상한 남은혜 명창,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
 19세기 말 일본은 정한론을 떠벌리며 아리랑을 이용하기도 했다. “‘조선인들은 국왕의 말에 귀를 막고 듣지 않는 이반 상태를 아리랑주의라고 한다’며 아리랑을 부르는 것은 곧 조정에 반기를 드는 것이라고 이간질을 했다”고 지적한다. 1905년 일본에서 출간된 ‘한국사진첩’은 러·일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뻐기면서 한국을 겁박하는 아리랑 가사를 지어 유포하기도 했다.

 ‘일본이 이겼네 아라사(러시아)가 졌다네. 졌으니 이제 항복을 해야잖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노래로 울기만 하네. 문경새재 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간다.’

 또 조선에 관한 노래를 18편이나 작곡한 엔카의 대부 고가 마사오(1904~1978)가 아리랑을 편곡해 유행시켰다. 1930년대 일본 최고의 여가수 아와다니 노리코의 아리랑도 히트했다.

 1990년대 이후에는 아리랑으로 대한민국에 사과하고 화해하려는 시도들이 감지된다. 1992년 오카모토 분야(1895~1999)는 신나이부시(新內節)라는 장르의 창작 ‘분야(文彌) 아리랑’에서 ‘종군 위안부에 게 사죄한다는 내용을 담아 불렀다. 2010년 오키나와현 아카섬 아리랑 고개가 있는 마을에서는 아리랑 콘서트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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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연갑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상임이사, 서지학자
 김 이사는 “중국민요 ‘모리화’, 일본민요 ‘사쿠라’, 그리고 멕시코의 ‘마리아치’는 상징적일뿐 현실로 드러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아리랑은 한민족의 이름으로 한민족 구성원에 의한 행사에서 반드시 합창, 피날레, 앙코르 송으로 연주된다는 사실”을 특기한다.

 “아리랑의 탁월한 보편성과 본원적 신명성을 활용한 것이기도 하지만, 더 적극적인 해석으로는 공동체의 화합 의례화(ritualization of hamony) 또는 종교적(religious) 엄숙행위이기도 하다”고 아리랑이 민요 이상의 노래인 까닭을 짚는다.

 일본은 어쩌면 아리랑으로 한국에게 이런 저런 메시지를 전달해 왔는지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한국은 어떻게 화답해야 하는가.

 편집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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