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서 누가 빛날까…'슈틸리케 황태자' 3파전

등록 2015-01-05 14:13:28   최종수정 2016-12-28 14: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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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뉴시스】최동준 기자 = 10일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과 파라과이의 친선경기에서 후반 주장 기성용이 교체되자 슈틸리케 감독이 하이파이브를 청하고 있다. 2014.10.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근홍 기자 =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015 호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 축구에 이번 아시안컵은 더욱 특별하다. 지난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무승(1무2패)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한국은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참담했던 결과는 곧 팬들의 무관심과 한국 축구의 위기로 이어졌다. 바닥까지 떨어진 ‘아시아 맹주’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선 이번 아시안컵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소방수로 나섰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 4년 계약을 맺은 그는 한국 축구의 체질 개선을 시도 중이다. 아시안컵이 그 시발점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부임 후 처음으로 참가하는 국제대회에서 변화와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감독의 뛰어난 지도력과 이를 무리 없이 소화해내는 선수의 활약이 있어야만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앞선 네 차례의 평가전과 제주 전지훈련 등을 통해 옥석을 가려왔다. 그 결과 호주에 함께 갈 23명 최종 엔트리를 확정했다. 모두 믿고 쓸 수 있는 카드들이지만 아직 확실하게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선수는 없다.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슈틸리케 감독에게 빼어난 활약으로 우승 트로피를 선사한다면 이보다 좋은 자기소개는 없다.

 손흥민(23·레버쿠젠), 기성용(26·스완지시티), 이정협(24·상주) 등이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슈틸리케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치열한 내부 경쟁이 시작된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슈틸리케의 황태자’가 탄생한다.

 ▲‘에이스’는 누가 뭐래도 손흥민

 현재 대표팀 최고의 에이스는 단연 손흥민이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그는 올 시즌 26경기(각종 컵대회 포함)에 출전해 11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2012~2013시즌 이후 3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꾸준한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정규리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컵대회 등을 종횡무진 누비며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지만 손흥민은 국가대표팀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브라질월드컵 A조 조별리그 알제리전에서 개인 통산 월드컵 첫 득점에 성공했고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에도 붙박이 측면 미드필더로 뛰고 있다. 최근 골 소식은 없지만 손흥민이 대표팀에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기여도가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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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호주)=뉴시스】고범준 기자 = 4일 오후(현지시각) 호주 시드니 퍼텍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대비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평가전 경기에서 한국 손흥민이 동료들이 자리 위치를 설명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오는 10일(현지시각) 호주 캔버라에서 열리는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오만과 첫 게임을 펼친다. 2015.01.04.  [email protected]
 객관적인 평가만 놓고 봐도 손흥민은 황태자 후보 1순위다. 그는 지난달 23일 열린 ‘2014 KFA 시상식’에서 올해의 남자 선수로 선정됐다. AFC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주목해야 할 젊은 피 5인방에 손흥민을 첫 번째로 꼽았다. AFC는 “손흥민이 그동안 태극전사로 많은 경험을 쌓아왔음에도 내년 1월 아시안컵이 열릴 때 22살에 불과하다”며 “역동적이고 젊은 스트라이커는 슈틸리케 감독 전술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 출신인 슈틸리케 감독도 분데스리가 스타 중 한 명인 손흥민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은 함부르크 입단 때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며 “세계 어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타입의 공격수가 아니다. 그를 지도할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시안컵에 참가하는 손흥민의 마음가짐도 남다르다. 그는 “2011년 카타르 대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아시안컵 출전이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대표팀의 핵심 선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전원이 하나로 뭉쳐 준비를 잘해야 우승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냉정하게 얘기하면 현재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도 아시아 최고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가 우승을 차지해서 아시아 최고의 타이틀을 가져오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경험·안정감 중원의 사령관 기성용

 올해 26세인 기성용은 나이에 비해 훨씬 풍부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지난 2008년 요르단과의 평가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한 그는 현재까지 66경기에 출전해 5골을 넣었다. 그 사이 2010남아공월드컵, 브라질월드컵, 2011아시안컵 등 굵직한 국제 대회를 거쳤다. 현재 아시안컵 대표팀에서 기성용보다 A매치 출전이 많은 선수는 30대인 이근호(30·엘자이시)와 차두리(35·서울) 두 명뿐이다. 기성용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감이다. 볼 관리 능력, 넓은 시야, 정확한 패스 등을 지녀 ‘중원의 사령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고 있는 그는 영국 ‘데일리 메일’이 전반기 17라운드를 기준으로 정한 각 부문별 개인기록에서 활동량 2위(193.6㎞)와 패스 성공 6위(867개)에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들어 공격에 적극 가담하고 있는 기성용은 현재까지 3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활동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기성용에 대한 슈틸리케 감독의 신뢰는 남다르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0월10일 자신의 한국 축구 데뷔전인 파라과이와의 경기를 앞두고 기성용을 주장으로 선임했다. ‘팬심과 승리를 모두 얻는 것’이 목표라던 그의 바람을 기성용의 두 어깨에 맡긴 셈이다. 기성용은 파라과이전에서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며 만족스러운 결과를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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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호주)=뉴시스】고범준 기자 = 4일 오후(현지시각) 호주 시드니 퍼텍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대비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평가전 경기에서 한국 이정협이 후반 두번째 골을 넣고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오는 10일(현지시각) 호주 캔버라에서 열리는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오만과 첫 게임을 펼친다. 2015.01.04.  [email protected]
 아시안컵에서 또다시 중책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큰 기성용은 “4년에 한 번 열리는 아시안컵은 나 자신과 한국에 있어 매우 큰 대회”라며 “아시안컵에서 꼭 우승을 하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신데렐라’로 떠오른 이정협

 손흥민과 기성용이 선발주자라면 이정협은 후발주자다. 사실상 무명 선수에 가까웠던 그는 부지런히 K리그 현장을 찾던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띄어 전격적으로 대표팀에 발탁됐다. 베테랑 공격수 박주영(30·알샤밥)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달았기에 그의 등장은 더욱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이정협은 지난해 부산아이파크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2년차 선수다. 데뷔 첫 해 2골(27경기 출전)을 넣었고 올 시즌 상무에 입단해 4골(25경기 출전)을 기록했다. 186㎝·76㎏의 신체조건을 갖춘 그는 공중볼 장악력이 뛰어나고 스피드, 유연함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를 괴롭히는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의 플레이 스타일이 현 대표팀의 공격 운영에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은 A매치 경험이 없고 소속팀에서도 선발이 아닌 후보 선수로 뛰고 있지만 K리그 경기와 제주 전지훈련을 통해 그의 실력을 확인했다”며 “현재 대표팀에는 비슷한 성향의 공격자원이 많다.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필요해서)부상 중인 이동국이나 김신욱의 몸 상태를 끝까지 지켜봤지만 아직 회복 단계이기 때문에 대표팀에 부르지 못했다. 전형적인 타깃맨을 원했고 최종적으로 박주영 대신 이정협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슈틸리케의 신데렐라로 떠올랐지만 아직 황태자는 아니다. 아시안컵에서 자신의 가치를 골로 증명해보여야 한다. 성실함과 간절함은 이정협의 가장 큰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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