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FA시장 '쩐의 전쟁' 올해도 계속

등록 2015-01-13 10:12:14   최종수정 2016-12-28 14: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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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혁진 기자 = 국내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광풍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2014년 FA 권리를 행사한 19명의 선수들을 잡는데 든 비용은 무려 630억6000만원이다. 이는 전년도 523억5000만원보다 100억원 넘게 늘어난 금액이다.

 2015년에도 대어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이런 이유로 많은 이들은 FA 광풍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몸집 커졌지만 빈부격차는 여전

 국내 프로야구에 FA 제도가 도입된 것은 16년 전인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계약 총액은 24억2500만원. 선수들의 몸값은 시장 규모의 확대와 구단 간 경쟁 심화 속에 매해 상승을 거듭했다. 2003년 202억7000만원으로 FA 총액이 처음 백억원대를 돌파한 뒤로 매해 몇백억원이 우습게 오갔다. 현재는 그 몸집이 700억원선까지 부풀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선수 개인 최고 몸값도 해마다 경신되는 추세다. 내야수 최정(28)은 4년간 86억원에 SK 와이번스 잔류를 선택하면서 지난해 강민호(30)가 수립한 4년 75억원을 불과 1년 만에 깨트렸다. 투수 장원준(30)은 4년 84억원에 두산 베어스로 적을 옮겼고 윤성환(34)은 삼성 라이온즈 잔류를 조건으로 4년 80억원이라는 거액을 손에 넣었다. 총액 30억원(4년 기준)이 넘는 초특급 대우를 받는 이들만 8명이 된다. 모두가 초대박이라고 평가했던 1999년 한화 이글스 송진우(49)의 3년 7억원은 명함조차 내밀기 어렵다.

 물론 모든 선수들이 돈방석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확대와는 대조적으로 부의 쏠림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KIA 타이거즈 포수 차일목(34)은 2년 4억5000만원을 받았고, 분위기를 보겠다며 권리를 행사한 넥센 히어로즈 이성열(31)은 잔뜩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만 확인한 채 2년 5억원이라는 다소 낮은 금액에 넥센에 남기로 했다. 미아는 없었지만 ‘대박’과 ‘쪽박’의 차이는 분명했다.

 ▲김현수·박석민, 대박 예약 스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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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단들의 돈 잔치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를 피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대어급 FA 선수들이 많은 만큼 총액이 700억원을 넘길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돌고 있다.

 최대어는 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현수(27)다.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선택을 받지 못해 신고 선수로 간신히 프로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는 김경문 현 NC 다이노스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리그 최고의 외야수로 자리매김했다. 김현수는 주전으로 뛰기 시작한 2008년부터 7년간 매해 100경기 이상씩을 소화할 정도로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적 또한 수준급이다. 2012년에만 타율 0.291로 주춤했을 뿐 6년간 타율 3할을 돌파했다. 언제든지 3할을 칠 수 있는 타격 능력을 갖춘 데다 군 면제를 받아 앞으로 10년 가까이 활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여러 팀들의 영입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 박석민(30)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석민은 핫코너인 3루 수비를 맡으면서도 7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으로 변치 않은 파워를 뽐내고 있다.

 두산의 새로운 캡틴인 오재원(30)은 수준급의 타격과 안정된 수비, 빠른 발을 모두 보유한 몇 안 되는 선수다. 그동안 수비와 주루에 비해 방망이가 다소 아쉬웠지만 2014년 타율 0.318, 114안타로 커리어 하이를 찍으면서 의문부호를 떨쳐냈다.

 SK에서는 다시 한 번 FA 선수들이 쏟아질 예정이다. 예비 FA로 분류되는 이들만 정우람(30)과 채병용(33), 박정권(34), 정상호(33), 윤길현(32) 등 5명이나 된다. 모두 현재 팀에서 즉시 전력감으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2년 연속 구원왕에 오른 손승락(33)도 전례에 비춰봤을 때 거액을 손에 쥘 공산이 크다. 이미 한 차례 혹은 그 이상 재미를 봤던 김태균(33)과 이승엽(39), 이택근(35) 역시 다시 한 번 권리행사를 할 확률이 높다.

 ▲구단들 안전장치 마련에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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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들의 몸값 폭등을 보는 야구계의 시선은 여러 가지로 나뉜다. 선수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는다는 의견과 사실상 흑자 운영을 하는 구단이 전무한 가운데 이들의 가치 급증을 불편하게 느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현재 분위기로는 후자 쪽에 조금 더 무게감이 실리는 것이 사실이다. 매해 2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떠안는 구단들은 겨울이면 어김없이 재연되는 ‘쩐의 전쟁’이 무척이나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가장 빠른 전력 보강 방법인 FA를 그냥 지나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중요한 것은 당분간 몸값 하락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찌됐든 현 상황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것이 구단들의 숙명인 셈이다.

 예비 FA를 보유한 구단들은 거액 안기기로 벌써부터 집안 단속에 나섰다. FA 취득 시즌에 많은 연봉을 안겨줘 이적을 어렵게 하거나 만일 팀을 떠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보상금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성행하는 탬퍼링(규정된 시점 전에 타 구단이 선수에게 접근해 설득하거나 회유하는 일)을 애초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현 규정상 FA를 영입한 팀은 해당 선수 직전 연봉의 200%와 보상선수 1명 혹은 연봉 300%를 원소속팀에 내줘야 한다.

 두산은 김현수에게 7억5000만원을 안겨주면서 ‘잔류 프로젝트’의 서막을 알렸다. 김현수를 영입하려는 국내 구단은 두산에 15억원과 선수 한 명 혹은 22억5000만원을 내줘야 한다. SK와 넥센, 삼성도 예비 FA들에게 과감히 지갑을 열며 1년 뒤를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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