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의료/복지/여성

[신동립 잡기노트]스모크와 사진 그리고 여성성기

등록 2015-01-31 08:03:00   최종수정 2016-12-28 14:30:46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493>

 여성의 성기를 비유적으로 가리키는 용어는 역사적으로 수없이 많았다. 그럼에도 ‘아랫도리’, ‘아래쪽’, ‘거기’ 말고는 부를만한 적절한 이름이 없다. ‘삼국사기’, ‘삼국유사’는 옥문, 옥문곡, 여근곡 따위로 표현하고 있다.

 여성기를 가리키는 우리말 외자 속어에 관해서는 3가지 설이 있다. 항상 윤습(潤濕)한 곳이므로 ‘습-씁-×’으로 됐다는 풀이가 ‘습(濕)’설이다. ‘씨입’설은 그곳으로 씨를 심는다, 즉 ‘씨를 심는 입’이라는 뜻이란다. 또 ‘싶다’의 옛말이 ‘시브다(식브다)’이므로 ‘하고 싶다’에서 출발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객담으로 치부된다.

 옛말의 반잇소리(半齒音)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반치음 ‘△’이 ‘ㅅ’과 ‘ㅇ’으로 갈렸다는 사실이 근거다. 소설가 정비석이 ‘자유부인’에서 ‘상구(上口)는 하구(下口)와 통한다는데…’라고 묘사했듯 위쪽은 ‘입’으로, 아래쪽은 ‘십’으로 분류됐다는 추론이다. 이 ‘십’이 된소리로 바뀐 것은 ‘가마괴-까마귀’, ‘가치-까치’처럼 경음화로 설명된다. ‘입’과 관련된 말 가운데 ‘십-×’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점도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 중 하나가 ‘씹다(嚼)’다. 중세어에서 ‘십다’라고도 한 ‘씹다’는 경상도 일부에서는 지금도 ‘십다’로 소리낸다.

associate_pic
 100년 전 미국 아이다호를 누빈 전도사는 여성들에게 다리를 꽈달라고 부탁했다. 사람들이 부스럭부스럭 다리를 움직이자 이렇게 말했다. “좋습니다, 형제들이여. 이제 지옥의 문이 닫혔으니 설교를 시작하겠습니다.” 기독교의 성차별적 전통은 뿌리가 깊다. 프랑스 클뤼니 수도원의 성 오도는 “우리는 똥과 오줌 사이에서 태어났다”면서 악마의 낙인이 바로 질이라고 지목했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세상 모든 질병이 튀어나왔다는 것은 질이 곧 악마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전설이라 하겠다.

 생명이 위태로운 전시 상황의 병사들은 적국의 여인들에게서 거세 공포를 느끼기도 했다. 위장된 형태의 두려움이다. 독일에 주둔한 미군 병사들 사이에는 독일 창녀들의 질 안에 면도가 들어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베트남전에서도 똑같은 루머가 있었다.

 성기를 잘 통제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은 너무도 컸다. 명백히 성적인 주제를 다룰 때는 분별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이 근대에 이르도록 예술에서조차 계속됐다. 여성의 음모 그리기를 터부시했다는 것이 보기다.

associate_pic
 한국에는 주로 여성의 성기를 그리는 화가가 있다. ‘성기’라고 못박지는 않는다. “인간 최초의 둥지인 자궁, 태반”이라 에두른다. 소재의 특수성에도 불구, 외설과는 하등 무관한 화면이다. 검붉은 핏빛이 섬뜩한 ‘낙태 공화국’, 의도적으로 생식기능을 차단한 ‘출산 파업’, 성기 부위에 날카로운 금속 침을 가득 꽂아 결혼·출산 거부를 표상한 변종 정조대 격인 ‘금속 둥지’ 등 그림이 던지는 무거운 주제 덕 혹은 탓이다. 선정적인 시각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사진가 김종현은 2월2일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개인전 ‘모멘트 드로잉 03-피메일(female)’ 을 연다. 작가가 천착하는 ‘모멘트 드로잉’은 무형의 대상을 일정하게 형식화한 것이다.

 무수히 많은 입자가 시간과 함께 연속적으로 위치를 이동하는 불특정한 흐름이 연기다. 밀폐된 관 속에 연기를 채우고, 막은 구멍을 개방하면 연기들이 새나오면서 순간적으로 형체를 만든다. 무형의 연기가 사라지기 전 유형의 모멘트를 촬영한다. 이렇게 찍힌 이미지는 온갖 주관적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associate_pic
 김종현은 “모멘트 드로잉3에는 보는이들의 착각을 유도하기 위한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첫번째는 작품의 제목(피메일)이고, 두번째는 데칼코마니 기법이다. 제목을 통해 보는 이들의 착각을 유도했으며, 촬영된 이미지를 복사해 대칭으로 배치하는 디지털 데칼코마니로 인식의 오류를 극대화시켰다”고 밝힌다.  

 “작품 제목처럼 여성을 연상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상상과 해석은 각자의 몫”이라며 한 발을 뺀다.

 편집부장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