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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정부 소상공인 정책 진정성 없어"

등록 2015-03-16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4: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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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16일 박근혜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에 대해 "말로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고 있지만 실제 정부의 시각은 상당히 형식적이고 행정적이며 진정성도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소상공인연합회장 연임에 성공한 최 회장은 이날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소상공인 관련 정책은 너무 관(官) 위주이고, 이해가지 않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청와대도, 산업부도 아닌 중소기업청의 한 개 국에서 소상공인 정책을 전담하고 있다"며 "취임 후 중소기업청장을 찾아가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아직도 못만나고 있고, 얼마 되지 않는 예산도 전혀 집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상공인을 위하는 정책부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재벌들은 정부의 수출주도 정책으로 엄청난 특혜를 입고 대기업을 일궜다"며 "그런데 세월이 흘러 재벌이 3, 4대까지 오다보니 일가가 많아지고 빵집 등 소상공인들이 영위하던 업종에 들어와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경쟁을 벌이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고 육성시켜야 하는데 링 위에 '헤비급'과 '플라이급'을 경쟁시키고 '심판을 볼테니 싸우라'고 하고 있다"며 "공정한 것처럼 위장됐지만 들여다보면 불공정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제는 더디고 느리더라도 균형발전으로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소상공인들의 가장 큰 문제는 꿈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라며 "재벌 집안에서 태어나야 성공하고, 자영업을 하는 사람은 망해나가면 미래가 없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생계형 창업이지만 열심히 하면 잘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근거로 지난해 4월30일 설립된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법정단체다. 최승재-박대춘 공동 회장 체제로 운영돼오다 지난달 선거를 거쳐 최 회장이 단독 회장 체제로 변경됐다.

 다음은 최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소상공인연합회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울 것 같은데, 어떤 각오인가.

 "회장이 되니 기쁨은 5분이고, 그 후로는 고민스럽더라. 앞으로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소상공인들의 숫자는 많은데 결집되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대부분 영세하다보니 생업에 바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소상공인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저도, 직원들도, 자기에 대한 희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도 소상공인 중 한 명이고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다.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도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이 잘 돼야 대한민국이 웃을 수 있다는 책임감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

 -직접 PC방을 운영한다고 들었다. 

 "선릉역 앞에 있는 PC방이다. 상시근로자 2인 규모다. 나도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PC방에서 일을 한다. 그래도 7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있어서, 자기 일처럼 해주고 있어 매우 고맙다. 평일에는 연합회 업무가 끝나면 항상 가게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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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을 하다가 소상공인을 위해 일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작은 사업을 시작했는데 1998년 외환위기 이후에 망했다. 어쩔 수 없이 자영업을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1990년대 말에 PC방 붐이 일면서 장사가 잘 됐다. 여유도 좀 생기고 하니 주변에 눈을 돌릴 수 있었다. 소상공인 관련 정책이 너무 '관' 위주이고, 이해가지 않는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져 놀랐다. 이해할 수 없는 경쟁으로 서로가 망하는 사태도 봤다. 그러면서 고민을 하다보니 여기까지 와있더라."

 -몸소 느낀 소상공인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소상공인 중에는 외환위기 후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장사를 시작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정부의 창업 장려정책으로 창업전선에 나서면서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그런데 희망이 없다. 그것이 문제다. 지금 잘 나가는 10대 그룹들도 1950, 60년대에는 다 자영업자 아니었나. 삼성그룹이 정미소로 시작했으니까. '생계형 창업이지만 열심히 하면 잘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어진다. 재벌 집안에서 태어나야 성공하고, 서민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재벌 아래서 일하고, 자영업을 하는 사람은 망해나가면 미래가 없다. 소상공인들도 꿈을 가져야 한다. 내가 남보다 열심히, 잘 하면 대기업도 될 수 있다는 꿈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정부의 수출주도 정책으로 엄청난 특혜를 입고 대기업을 일궜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재벌이 3, 4대까지 오다보니 재벌 일가가 많아지고 빵집 등 소상공인들의 업종에 들어와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경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정부는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고 육성시켜야 하는데 링 위에 '헤비급'과 '플라이급'을 경쟁시키고 심판을 볼테니 싸우라고 한다. 그게 지금의 현실이다. 공정한 것처럼 위장됐지만 들여다보면 불공정하다. 이제는 더디고 느리더라도 균형발전으로 같이 가야 한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최근에는 소상공인연합회가 알바몬 광고에 문제를 제기한 것과 관련, 약자들이 서로 대립해야 한다는 '을과 을', '을과 병'의 전쟁이라는 말도 있었다. 소상공인과 직원들이 함께 살 수 있는 묘안이 있겠는가.

 "저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에게는 아르바이트생이 소중하다. 사람 구하기도 쉽지 않고, 가볍게 여길 수도 없다. 정상적인 소상공인이라면 알바를 갑으로 생각하지, 을로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빚을 져도 월급은 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대다수의 법을 지키는 선량한 소상공인들이 악덕업주로 묘사된 것이 안타깝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내수를 살릴 수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기업이 모든 것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 대책없이 최저임금을 올리면 무수히 많은 자영업자들이 망하고, 많은 사람들이 해고될 것이다."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소상공인을 굉장히 중요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로 정부의 시각은 상당히 형식적이고 행정적이다. 진정성도 떨어진다. 청와대도, 산업부도 아니고 중소기업청의 한 개 국에서 소상공인 정책을 전담한다. 취임 후 중소기업청장을 찾아가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아직도 못만나고 있다. 소상공인을 위하는 정책부서가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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