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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①]‘도로의 新지배자’ 꽁지빠진 차의 반란…·짐차의 이유있는 성장

등록 2015-03-24 16:20:14   최종수정 2016-12-28 14: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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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폭스바겐 해치백 ‘골프 GTD’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꼴찌의 반란’인가. 한때 국내 운전자들에게 외면 받거나 무시되던 자동차들의 ‘무한 질주’가 시작됐다.

 ‘꽁지 빠진 차’로 폄하되던 해치백과 ‘짐차’ 취급을 받던 왜건이 그들이다.

 해치백은 개성을 중시하고, 여행이나 유학 등을 통해 외국물을 먹은 젊은 층 사이에 인기를 모으기 시작해 이제는 당당히 ‘도로의 지배자’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왜건은 아직 해치백만큼은 아니지만 캠핑 등 아웃도어 열풍을 타고 서서히 보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그러나 왜건은 물론 해치백도 아직 열기가 국산차보다 수입차에 국한됐다고 보는 것이 올바른 시각이다.

 국산차 업계는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와 달리 국내에서는 해치백이나 왜건을 적극적으로 팔고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 이 시장을 완전히 수입차에게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그 동안 ‘무덤’으로 평가되던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해치백과 왜건의 달라진 몸값의 의미와 가치를, 국산 해치백왜건 시대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들여다 본다. 

 #서울 H대 이모(42) 교수는 3년 전 차를 바꾸면서 독일 폭스바겐의 ‘골프 TDI’를 구입했다.

 이 차를 새 차로 결정할 때까지 주위의 반대와 본인의 고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바로 ‘꽁지 빠진 차’라고 불리는 해치백 스타일 때문이다.

 세미나나 모임 등 점잖은 자리에 갈 때 다른 교수들이 대부분 트렁크가 있는 중대형 세단을 많이 타고 오는데 혼자 튀는 것 아니냐는 가족의 반대 목소리가 컸다.

 그도 다소 고민했지만, ‘내가 운전할 차인데…’라는 생각에 과감히 골프를 선택했다. 미국 유학 시절 세계적인 석학들이 골프 같은 해치백들을 직접 몰고 다니는 모습을 멋있게 느낀 기억이 그를 골프의 운전석에 앉게 했다.

 물론 차 구입 초반 주차장에서 만난 다른 교수들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그러나 최근 주변에 골프를 비롯한 수입 해치백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오는 5월께 새 차를 구입할 예정인 이 교수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왜건인 ‘CLS 슈팅브레이크’를 고려하고 있다. 요즘 한창 골프에 재미를 붙여 동료들과 골프장에 갈 일이 많아졌는데 일행의 골프 가방 여러 개를 손쉽게 실을 만한 넓은 트렁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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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메르세데스 벤츠 왜건 ‘슈팅 브레이크’.
 스포츠 유틸리티 차(SUV)도 고려해봤지만, 무릎이 안 좋은 70대 노부모의 탑승 편의까지 생각해 왜건으로 마음을 돌렸다.

 이번에도 한 동안 “짐차 타고 배달 다니냐”는 비아냥을 들을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 이 교수는 “그래도 메르세데스 벤츠니까 그런 말을 덜 듣겠지?”라며 웃었다.

◇해치백, ‘세단의 시대’는 끝났다

 ‘노치백(notch back)’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세단’이 주도하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해치백(hatch back)’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에는 현대, 기아, GM대우 등 국산차 브랜드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수입차 브랜드의 해치백 모델들이 격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13.9%로 끌어올린 일등공신도 해치백이라 할 수 있다.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1만6759대다. 이 중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는 폭스바겐의 해치백 모델인 ‘골프 2.0 TDI’로 총 823대가 팔렸다. 2005년 1월 국내에 처음 론칭한 골프는 누적 판매 대수 3만5000대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구가 중이다.

 올 들어 각 수입차 브랜드들은 ‘골프 신화’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해치백 신모델들을 쏟아내고 있다.

 독일 BMW가 브랜드 최초로 앞바퀴 굴림 방식을 채택한 ‘뉴 액티브 투어러’를 4000만원 초·중반대에 내놓았고, 아우디는 ‘A3 스포트백’을 새롭게 선보였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고성능 모델인 ‘A45 AMG 해치백’을 출시했다.

 경쟁차들의 잇따른 등장에 폭스바겐도 올 하반기 골프의 고성능 모델인 ‘골프R’의 7세대 모델을 선보이며 수성에 나설 태세다.

 이처럼 수입 해치백이 인기를 모으는 요인은 개성, 실용성, 가격 등이다.

 국내 도로를 점령하다시피 한 국산 세단이 딱딱하고 격식에 얽매이는 느낌을 주는 것과 달리 수입 해치백은 독특한 개성을 뿜어낸다. 유학, 여행 등으로 외국 방문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20~30대 젊은 층은 현지에서 본 외국 자동차 브랜드들의 개성적인 해치백에 매료됐다 자신이 국내에서 신차를 구입하거나 차를 교체할 때 이를 선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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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독일 BMW의 해치백 ‘뉴 액티브 투어러’.
 또 차체는 세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지만, 뒷좌석을 접을 경우 트렁크 공간이 넓어지는 구조도 인기 요인이 되고 있다. 평소 도심에서 출퇴근이나 업무용으로 이용하다 주말에 야외로 캠핑, 자전거 라이딩, 등산 등을 떠나면서 많은 짐을 넣어야 할 경우 최적인 것이다.

 이는 최근 1인 또는 2인 가구 급증과 ‘작은 사치’ 열풍과 맞닿아 있다. 예전처럼 주말에 가족이 어디를 가려면 부부와 자녀들까지 많은 식구가 타고 이동해야 하므로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이 따로 있어야 했다. 그와 달리 요즘은 부부 또는 운전자 홀로 앞좌석에 타고, 뒷좌석은 트렁크 용도로 쓰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국산 중형 세단을 구입할 정도의 금액으로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 소형 해치백을 사는 ‘작은 사치’를 부릴 수 있는 것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해치백을 두고 꽁지 빠진 차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더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면서 “이제는 수입 해치백의 가격과 실용성에 어느 정도 만족한 기존 오너들의 차량 교체 수요를 겨냥한 성능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다”고 점쳤다.

◇왜건, ‘짐차’ 이미지 벗고 기지개  

 수입차 시장에서 해치백이 약진하면서 재조명되는 차종이 바로 왜건(Wagon)이다. 왜건은 해치백과 함께 국내에서 외면 받아온 대표적인 차종이다. ‘짐차’라는 이미지가 탓이다.

 그러나 왜건 역시 근래 불고 있는 아웃도어 열풍과 맞물려 새롭게 뜨고 있다. 해치백보다 애초 트렁크 공간이 큰 데다 해치백과 마찬가지로 뒷좌석을 접으면 더 큰 트렁크 공간을 나온다. 골프백은 물론, 로드 바이크나 MTB 등 대형 자전거도 바퀴를 분리해 두 대나 넣을 수 있다.  

 물론 왜건은 해치백만큼 저렴하지는 않고, SUV라는 강력한 경쟁차종이 앞길을 가로막고 있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SUV보다 고속도로 주행성능에서 앞서고 승차감이 편안한 만큼 앞으로 패밀리카 시장에서 SUV의 몫을 어느 정도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패밀리카 브랜드인 볼보의 ‘V60 2.0’을 비롯해 폭스바겐의 파사트 바리안트, 푸조의 ‘308 SW’와 ‘508 SW’, BMW의 ‘3시리즈 투어링’, GM 캐딜락의 ‘CTS 스포츠 왜건’, 메르세데스 벤츠 의 ‘CLS 슈팅 브레이크’, BMW의 ‘5시리즈 투어링’ 등 3000만원대 중저가에서 8000만원대 고가 모델까지 국내에서 시판 중인 수입 왜건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폭스바겐은 지난해 10월 미국 LA모터쇼를 통해 첫 공개되며 각광받은 ‘골프R 바리안트’ 수입을 준비 중이어서 골프발 해치백 열풍이 왜건으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수입차 업계가 이처럼 앞다퉈 왜건을 내놓는 이유는 시장 선점을 위해서다. SUV, 해치백에 이어 왜건이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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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해치를 연 현대자동차 ‘i30’ .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왜건에 거부감이 적은 젊은 운전자가 늘어나고 아웃도어 인구가 급증하는 만큼 과거 해치백 열풍이 불어 닥친 것처럼 앞으로 언제든 왜건 열풍이 일어날 것이라고 본다”며 “아직 판매량은 미미하지만, 시장 선점이라는 측면에서 꾸준히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단·해치백·왜건 이런 것이 다르다

 세단과 해치백의 가장 큰 구별 방법은 화물 탑재 공간, 즉 ‘트렁크’의 별도 존재 유무다.

 즉, 세단은 차체를 옆에서 볼 때 엔진 룸, 객실, 트렁크 등 3개 공간의 구분이 뚜렷하다. 객실과 트렁크는 막혀 있다. 각 부분을 1박스(BOX)로 쳐서 ‘3박스 카’라고도 한다.

 반면 해치백은 차량에서 객실과 트렁크의 구분이 없다. 해치는 ‘위로 잡아당겨 끌어올리는 문'을 뜻한다. 해치백은 대부분은 해치가 뒤(백)에 달려 있어 ‘해치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5도어’라는 또 다른 이름도 여기서 나왔다.

 이 문을 열면 작은 트렁크 공간을 거쳐 객실과 연결된다. 옆에서 보면 객실과 트렁크가 하나여서 엔진룸, 객실 겸 트렁크 등 2개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2박스 카’라고도 부른다. 국내에서 한때 ‘꽁지 빠진 차’로 불린 이유다.

 해치백은 차체가 작아 골목길 주행이나 주차가 트렁크가 달린 세단에 비해 용이하다. 물론 트렁크 공간이 세단보다 작긴 하지만, 뒷좌석을 눕힐 경우 오히려 세단보다 트렁크 공간이 확대된다. 해치백의 최고 장점으로 실용성을 꼽는 가장 큰 이유다.

 왜건은 지붕이 트렁크 공간까지 수평으로 이어져 수평으로 뻗어 있고, 뒤쪽에 문이 달린 승용차다. 해치백과 비슷한 모양이지만 좀 더 길다고 생각하면 된다.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포장마차에서 힌트를 얻었으며, 왜건이라는 이름도 거기서 유래했다. 픽업트럭과 함께 미국적인 차를 대표한다. 한국에서는 ‘짐차’ 취급을 받지만, 미국에서는 각종 파티나 공식 행사 참석할 때도 이 차를 이용할 정도로 사랑받는다.

 ‘에스테이트’ ‘슈팅 브레이크’ ‘콤비’ ‘파밀리알’ ‘바리안트’ ‘파밀리아레’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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