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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②]해치백, 수입차는 대박…국산차는 쪽박?

등록 2015-03-24 16:21:01   최종수정 2016-12-28 14: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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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기아자동차 해치백 ‘씨드’.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수입차 브랜드들이 내놓은 해치백 모델이 국내 시장에서 급가속하는 것과 달리 국산차 브랜드들의 그것은 판매가 저조하다.

 1979년 국내 최초 독자 모델인 현대자동차의 해치백 ‘포니2’가 1990년 1월 단종될 때까지 누적 생산대수 36만3598대를 기록하며, 국내 시장을 꽉 잡았던 것과 180도 다른 상황이다.

 물론 당시 수입차 시장이 막혀있긴 했지만, 다른 국산차 브랜드의 세단 모델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해치백이 무조건 터부시되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셈이다.

 게다가 당시 부유층은 운전기사가 모는 포니 뒷자리에 앉는 것이 당연했다. 차량 소유 자체만으로 누구나 부러워하고 우러러보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해치백이라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마이카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자동차가 흔해졌고, 차가 아닌 차종과 브랜드가 ‘신분’과 ‘부’의 척도가 되자 상황이 돌변했다. 엔진룸, 객실, 트렁크가 정확히 나뉜 세단이 대접을 받고 해치백은 꽁지 빠진 경망스러운 차, 왜건은 짐이나 싣는 차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2000년 단종될 때까지 누적 판매량 70만6128대를 기록한 기아자동차 ‘프라이드’를 끝으로 국산 해치백은 사실상 퇴출되다시피 했다.

 기아차가 프라이드에 이어 1994년 선보인 ‘아벨라’,1996년 출시한 ‘세피아 5도어’가 판매 부진에 허덕이다 단종된 것이 좋은 예다.

 국산 해치백의 계보는 경차인 한국GM(옛 GM대우)의 ‘스파크(옛 마티즈)’나 기아차의 ‘모닝’이 이어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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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현대자동차 해치백 ‘더 뉴 i30’
 수입 해치백의 질주를 지켜보며, 현대차가 ‘i30’를, 기아차가 ‘쏘울’ ‘포르테 해치백’ ‘K3 유로’를, 한국GM이 ‘크루즈5’ ‘아베오’ 등을 앞세워 권토중래를 노려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국내 소비자들이 수입 해치백에는 열광하는 반면, 국산 해치백에는 좀처럼 눈을 돌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해치백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현대차의 i30의 굴욕이 그 단적인 예다. 지난해 폭스바겐 ‘골프’는 2007년 론칭 이후 국내 준중형 해치백 시장 왕좌를 석권해온 i30를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골프 판매량은 전년보다 24% 늘어난 7238대를 기록한 반면, i30는 같은 기간 6644대가 팔리는 데 그친 것. 특정 차급에서 수입차가 국산차를 제친 것은 골프가 처음이다.

 i30는 2008년 3127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09년 2만5607대, 2010년 9162대, 2011년4359대, 2012년 1만5393대, 2013년 1만409대로 판매량이 계속 하락하다 지난해 판매량이 급감했다.

 차량 가격은 골프가 3000만원대로 2000만원 전후인  i30보다 1000만원 가량 비싸다. 이는 2000만원대 차량을 구입하는 사람은 국산 세단을 선택하고, 3000만원대 국산 중형세단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엔트리급 수입차인 해치백을 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시장 상황을 보면서 기아차는 유럽 시장에서 인기 높은 ‘씨드’를 아예 국내 시장에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기아차가)유럽에서 인기 높은 씨드를 굳이 국내에 내놓아 판매 부진을 겪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

 자동차 칼럼니스트 피터 킴은 “국내에서 선호도가 낮다고 시장을 포기하면 아예 국내 해치백 시장은 수입차의 독무대가 될 것이다. 수입 해치백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처음 수입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수입 해치백보다 브랜드 가치가 낮다면 가격과 디자인 더 나아가 성능으로 승부를 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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